마케팅 자동화 툴을 만들면서 마케터분들을 꽤 많이 인터뷰했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패턴이 있었다. 캠페인 기획할 때 툴을 먼저 연다. 발송 채널이 뭔지, 세그먼트를 어떻게 나눌지보다 "이 툴에서 어떻게 설정하지?"가 먼저 오는 것.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근데 인터뷰를 반복하면서 이게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툴이 복잡하면 툴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 도구가 사고방식을 잠식하는 것. 한 분이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저 사실 이 캠페인 원래 다르게 하고 싶었는데, 툴에서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되는 방식으로 했어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꽤 충격적이었다. 마케터가 툴 때문에 자기 기획을 포기했다는 거니까. 전략이 툴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툴이 전략을 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자주 본 장면이 있다. 탭 열두 개. 엑셀 하나. 메모장 하나. 대부분의 마케터가 툴을 쓰면서도 결국 엑셀로 데이터를 옮겨서 다시 본다. 툴 안에서 원하는 뷰가 안 나오니까. 리포트 기능이 있는데도 결국 손으로 정리한다. (기능이 없는 게 아니라 흐름이 없다.) 마케터가 캠페인 하나를 만들 때 머릿속엔 하나의 흐름이 있다. <누구에게 → 어떤 메시지를 → 언제 → 어떤 채널로 → 결과는 어땠나> 근데 툴의 구조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다. 세그먼트 탭, 발송 탭, 리포트 탭이 각자 따로 존재한다. 마케터는 그 사이를 매번 오가면서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춰야 한다. 도구가 사람의 사고를 보조해야 하는데, 사람이 도구의 구조에 맞춰 사고를 재편하고 있는 것. "좋은 툴은 사용자가 툴을 잊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마케팅 툴은 아직 그 기준에서 많이 멀다고 생각한다. 기능 경쟁은 치열한데, 정작 마케터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는 툴은 드물다. 지금 팀에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생각보다 훨씬 재밌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툴 때문에 기획을 바꾼 경험, 있으신가요?
마케터 관찰일지
06월 12일 | 조회수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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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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