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호랑이, 다른 만남 — Fable 5와 Mythos 5 이야기

06월 10일 | 조회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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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뉴스핌

어제 Anthropic이 새 모델을 내놨는데, 이름이 좀 재밌습니다. Fable 5하고 Mythos 5. 우화하고 신화라니, AI 모델 이름치고는 꽤 문학적이지 않나요? 근데 이게 단순히 멋부린 작명이 아닙니다. 둘의 관계를 알고 나면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래요. 사육사 없이 만나는 호랑이가 Mythos고, 유리벽 너머로 보는 호랑이가 Fable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둘은 사실 같은 호랑이입니다. 같은 모델이라는 겁니다. 몸집도 같고, 이빨도 같고, 달리는 속도도 같아요. 다만 우리가 그 호랑이를 어떻게 만나느냐가 다릅니다. Mythos 5는 우리도 유리벽도 없이 호랑이를 직접 마주하는 겁니다. 당연히 아무나 못 만나죠. 정부기관, 사이버 보안팀, 생의학 연구자처럼 검증받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Fable 5는 동물원입니다. 유리벽 너머로 누구나 호랑이를 볼 수 있어요. 사이버보안이나 생물학, 화학 같은 위험할 수 있는 주제 앞에만 유리벽이 서 있고, 나머지 공간에서는 호랑이가 그냥 제 실력대로 뛰어다니는 거죠. 그럼 이 호랑이가 얼마나 센 놈이냐. 직전 챔피언이었던 Opus 4.8하고 붙여보면 감이 옵니다. 코딩 실력을 재는 SWE-bench Verified에서 95.0%를 받았어요. Opus 4.8이 88.6%였으니까 꽤 차이가 나는 거죠. 근데 진짜 무서운 건 어려운 문제일수록 격차가벌어진다는 겁니다. 고난도 코딩 시험인 FrontierCode에서는 29.3% 대 13.4%, 두 배가 넘어요. 공간 추론을 보는 Blueprint-Bench에서는 38.6% 대 14.5%로 아예 차원이 다르죠. 쉬운 문제는 둘 다 잘 푸는데, 며칠씩 걸리는 길고 복잡한 일을 혼자 해내는 능력에서 진짜 차이가 난다는 얘기입니다. API 가격이 입력 100만 토큰에 10달러, 출력 50달러로 Opus4.8의 딱 두 배입니다. 구독제로 쓰는 사람이야 직접 지갑이 열리는 건 아니지만, 사용량 한도가 그만큼 빨리 닳는다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할 게 있어요. Anthropic이 공개한 벤치마크 표를 보면 사이버보안이나 생물학 항목에 별표가 붙어 있거든요. 그 점수는 유리벽 없는 호랑이, 그러니까 Mythos 5의 기록입니다. 우리가 쓰는 Fable 5는 그 주제 앞에서는 유리벽이 내려와서 Opus 4.8 수준으로 동작합니다. 그러니까 "Fable 5가 이 점수를 냈다"고 쓰면 반쯤 틀린 말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둘의 관계를 어떻게 불러야 하냐고? "경량판"이나 "축소판"은 틀린 표현입니다. 호랑이를 작게 만든 게 아니라 유리벽을 세운 거니까. 굳이 한 줄로 쓰자면 "같은 모델에 안전장치를 적용한 일반 공개 버전"이 정확합니다. 이름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기도 하죠. 신화는 날것 그대로라 아무에게나 들려주지 않았고, 우화는 그 신화에서 위험한 걸 덜어내고 누구나 읽게 다듬은 이야기잖아요. Anthropic은 프런티어 모델을 그렇게 둘로 나눈 겁니다. 신화는 연구실로, 우화는 우리 모두에게. 결론은 간단합니다. 보통 사람이 하는 일, 그러니까 코딩이든 글쓰기든 분석이든, 거기엔 유리벽이 없어요. 우리가 만나는 Fable 5는 그냥 그 호랑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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