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에 이직 능력자분들은 너무나 많겠지만 개인적인 소회 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제 첫번째 이직은 직무 전환이었습니다. 첫번째 회사보다 옮기려는 회사가 누가봐도 규모도 크고 커리어적으로도 뛰어난 회사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직 사유를 어필하는 것이 쉬웠습니다. - 직무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사내에서도 부단히 노력했으나 조직 구조상 직무 전환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상황 - 팀 변경까지 논의되었으나 최종 단계에서 drop됨 - 늦지 않게 커리어를 디벨롭하기 위해 귀사의 직무로 도전하게 됨. 그러나 두번째 이직을 준비할 때는 면접에서 번번히 떨어졌습니다. 두 회사를 거치고 나니 업무 숙련도나 성과는 어느정도 증명할 수 있었지만, 면접관들이 이직 사유를 정말 집요하게 물어보더군요. 이직을 준비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결국은 직속상사와의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직속상사가 최소한의 도리를 하지 않고 조직에서 꿀빨 궁리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재택을 위해 팀의 일정이나 회의를 미루는건 기본, 중요한 의사결정은 직관과 그때그때 감정에 의존했고 팀의 입지도 점점 줄어갔습니다. 일할 의지가 없는 팀장 밑에서 시간 낭비 하기 싫다는게 가장 솔직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상사 욕을 할 수는 없으니 나름대로 '성장', '새로운 도전' 같은 뻔한 말로 포장했습니다. 결국 제 나름대로 절충해서 이직 사유를 썼는데 아무래도 회사입장에서 큰 진정성을 못느꼈던거 같았습니다. 결과는 백전백패였습니다. 면접관들은 귀신같이 알아채더군요. 겉포장한 말들 속에 있는 '탈출하고 싶다'는 조급함을요. 질문이 꼬리를 물고 들어오면 결국 전 직장의 프로세스나 상사의 일 방식을 은연중에 비판하게 되었고, 면접관 눈에는 그저 조직 적응력이 부족한 불평러로 보였을 겁니다. 결국 이직 사유는 두가지일수밖에 없습니다. 1. 솔직한 이유를 그대로 말해도 되는 경우 객관적인 처우가 이곳이 더 좋아서, 명확한 직무 전환을 하고 싶어서 등 2. 솔직한 이유를 그대로 말할 수 없는 경우 제 case처럼 조직 및 사람의 문제 등 퇴사하고자 하는 회사에 부정적 이유가 있는 경우 2번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너희 회사에 가고 싶은게 아니라 여기를 뜨고 싶어서 지원했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채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든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자와 지원하는 회사의 관계를 소개팅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이상형이고 잘 맞을거 같아서 나왔다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전애인이 너무 안 맞았어서 대안으로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과 사귀고 싶지 않잖아요?.. 이유가 뭐든 찝찝할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탈출하고 싶은 이유(꿀빠는 상사)'를 '내가 정말 원하는 조직이 뭔지 깨닫는 계기'이자 '이 회사가 나의 이상형인 이유'로 치환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상사의 감정적 의사결정, 직무유기를 "데이터 중심이 아닌 주관적 의사결정 체계의 한계"나 "주도적인 전략 실행력 발휘의 제한"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단순히 상사가 답답하고 미운 게 아니라 '더 효율적이고 논리적인 구조에서 일하고 싶다'는 갈증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이죠. 단순화해서 예시를 들자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Q. 전 직장도 좋은 회사인데,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전 직장에서 배운 것) 전 직장에서 전략 기획업무를 수행하며 거시적인 사업 안목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계를 느꼈던 것) 다만, 조직의 리더십 체계가 데이터나 시장 지표 기반의 정량적 의사결정보다는, 리더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리스크 회피 성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의 적기를 포착해야 하는 중요한 신사업 프로젝트들이 명확한 근거 없이 지연되거나 동력을 잃는 구조적 한계를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깨닫게 된 내 진짜 이상형)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전략가로서 가장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명확한 얼라인먼트와 높은 책임성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조직'임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이 회사가 나의 이상형인 이유) 데이터 중심의 명확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고 탑티어로 시장을 리드하는 귀사야말로, 제가 가진 기획 및 실행 역량을 제한 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무대라 확신하여 지원했습니다. 진짜 이직 사유를 억지로 숨기려다 보면 오히려 가짜 티가 나게 됩니다. 하지만 내 이직 사유를 한단계 객관화해서 치환해보면, 면접관에게 징징거리는게 아니라 더 건강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고 싶은 인재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전 직장이 쓰레기 같았음을 증명하기보다는 그 한계를 디딤돌 삼아 내가 얼마나 더 생산적인 환경을 갈망하게 되었는지, 나라는 상품의 가치를 증명하는 명분으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이직 사유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05월 27일 | 조회수 64
부
부잉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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