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을 단순히 일정 관리나 성과 체크를 하는 자리 내지는 고오급 실무자 정도로 이해하면, 왜 그 자리가 그렇게 빠르게 소모되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의 팀장은 내부의 역학 관계와 외부 시장이라는 두 개의 전장을 동시에 상대한다. 상황에 따라 공격과 방어를 전환하고, 혼란 속에서 조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5년 가까이 리더의 자리에서 조직을 겪으며 느낀 건, 팀장이라는 자리에는 최소한 네 가지 층위의 역할이 얽혀 있다는 점이다. ——- 1. 창(Weapon) 위로는 막힌 의사결정과 비합리적인 구조를 뚫어 팀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다. 아래로는 관성과 타협에 잠긴 조직에 긴장감을 만든다. 밖으로는 시장과 경쟁을 향해 돌파구를 만든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위험이 터진 뒤 반응하는 게 아니라 터지기 전에 냄새를 맡는 능력이다. 기술 부채, 운영 리스크, 시장 변화 같은 것들의 심장을 먼저 찌른다. 다만, 창의 역할은 매우매우 피곤하다. 돌파는 대부분 누군가 기존 질서를 흔들어야만 가능해진다.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익숙한 방식을 깨야 하며, 때로는 내부 마찰과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해야 한다. ——- 2. 방패(Shield) 창만 휘두르는 조직은 오래 못 간다. 좋은 팀장은 위에서 떨어지는 압박과 정치, 무리한 요구를 한 번 받아낸 뒤 팀이 감당 가능한 형태로 흘려보낸다. 그래야 사람들이 소음이 아니라 일에 몰입할 수 있다. 아래를 향한 방패는 더 무겁다. 팀원의 실수와 사고를 최종적으로 감당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책임을 밀어내기 시작하면 조직은 방어적으로 변하고 정보까지 숨겨진다. 외부 위기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팀장은 공포를 증폭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3. 저울과 무게추 창과 방패 둘 중 하나가 되는 길도 험난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영역이 있다. 언제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조직의 균형은 생각보다 자주, 쉽게 무너진다. 공격만 계속하면 번아웃과 품질 붕괴가 오고, 보호만 반복하면 둔해진다. 그래서 팀장은 계속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 성장기에는 창끝에 리소스를 집중해야 하고, 위기에는 방어선을 재정비해야 한다. 조직이 늘어질 때는 긴장감을 불어넣고, 모두가 지쳐갈 때는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 결국 팀장은 조직의 현재 상태를 읽고, 어디에 힘을 실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4. 깔때기와 필터 개인적으로는 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만사는 대부분 노이즈다. 위에서는 모호한 지시와 추상적인 방향성이 떨어지고, 밖에서는 과장된 트렌드와 공포가 쏟아진다. 아래에서는 피로와 불만, 리소스 부족의 신호들이 올라온다. 좋은 팀장은 이걸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다. 혼란을 한번 자기 안에서 태운다. 독성은 걸러내고, 실행 가능한 맥락과 우선순위로 재가공해서 조직에 흘려보낸다. 반대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신호도 경영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데이터로 번역한다. 많은 팀장들이 여기서 무너진다. 때로는 공유 누락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략과 실무, 경영과 현장 사이의 번역이 어긋나는 순간 팀장은 위와 아래 양쪽의 신뢰를 동시에 잃기 시작한다. ——- 5. 존경과 신뢰 사이 그리고 팀장이라는 자리가 어려운 이유는 하나가 더 있다. 팀장은 팀원들의 존경과 상급자의 신뢰를 동시에 유지해야 한다. 보통 창 같은 팀장은 윗선이 좋아한다. 성과를 만들고, 밀어붙이고, 돌파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방패 같은 팀장은 팀원들이 좋아한다. 압박을 막아주고, 사고를 끌어안고,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니까. 둘 다 하려고 욕심내면 대체로 탈이 난다. 위에서는 “왜 이렇게 너네 애들 편만 드냐”는 말이 나오고, 아래에서는 “결국 회사 사람 아니냐”는 시선이 생긴다. 소유x정기고의 노래인 ‘썸‘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오늘따라 사측인듯 사측아닌 사측같은 너~” (노측으로 바꿔도 그대로 통용 가능.)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팀장 같은 건 아마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늘 어딘가에서는 균열과 흠결이 발생하곤 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창과 방패 둘 다 완벽하게 해내는 건 거의 유니콘에 가까운 영역이다. 현실에서는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해내도 사실 밥값은 충분히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팀을 앞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도 귀하고, 팀이 무너지지 않게 받아낼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둘 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팀장이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과 균열을 안고서도 조직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끝까지 버텨내는 사람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오늘도 어딘가에서 창과 방패 사이 균형을 붙들고 욕먹어가며 버티고 있을 전국의 팀장님들께, 작은 리스펙을 보내본다.
팀장이란 무엇인가 - 창과 방패 사이에서 균형을 드는 사람
05월 17일 | 조회수 310
실
실패셜리스트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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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투술의 달인
1시간 전
제가 찾던 글과 방향성이 같네요 나와의 카톡에 저장했다가 생각날때마다 읽어봐야겠네요
제가 찾던 글과 방향성이 같네요 나와의 카톡에 저장했다가 생각날때마다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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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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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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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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