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틀렸어"라는 세뇌를 벗어나 비로소 알게 된 것들

05월 05일 | 조회수 1,945
쌍 따봉
아니글쎄

아직도 가끔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습니다. "넌 틀렸어." "너는 일 멍청하게 하는 놈이야." 이전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직접적인 언어로든 "내가 너보다 더 오래 했다"는 식의 은연중의 태도로든 거의 매일같이 들었던 메시지입니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하던 방식이 틀리지 않았고, 오히려 정답에 가까웠다는 것을요. 같은 방식으로 다른 곳에서 일했을 때 고객들은 최상으로 만족했고, 모든 실적은 오롯이 저의 성과로 카운트되며 온전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무서웠던 건, 쏟아지는 칭찬 속에서도 제 머릿속 한구석에선 여전히 그 사람의 목소리가 "이거 진짜 잘한 거 맞아?"라고 묻고 있었다는 겁니다. 가스라이팅과 세뇌라는 게 이토록 무섭습니다. 오늘은 정신과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저를 옭아매던 그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단 한 분이라도 비슷한 처지에서 이 글을 읽고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위로를 받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그 회사에도 좋았던 점은 있었습니다. 신입 사원 입장에서는 문서 작성 능력이나 전략적 사고방식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웬만한 중소기업 사무직이라면 자연스레 갖추게 될 수준이긴 합니다.) 또한 실무진들이 유독 순하고 착했습니다. 면접에서 그런 성향의 사람만 골라 뽑은 건지 다들 의견에 순응하는 편이라, 적어도 동료들 간의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리더십에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를 다녀보고 나니, 그분이 얼마나 확실한 '반면교사'였는지 명확히 보였습니다. 공개적인 망신 주기: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 한 명을 대놓고 면박 주며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기. 감정의 쓰레기통: 본인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기. 편파적인 소통: 갈등 상황에서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린 뒤 통보하기. 원칙 없는 시스템: 시스템 없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규정을 만들고 뒤집기. 의견 묵살과 독단: 마음에 안 드는 의견은 바로 태클을 걸어 입을 막고, 자신의 경력을 내세워 무조건 본인 말이 맞다고 우기기. 매주 월요일이면 2~3시간씩 회의를 빙자해 사람들을 돌아가며 기죽이고 면박을 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누군가의 결과물이 뭔가 자신이 봤을때 마음에 안들면 모두를 집합시켜서, 잘못 작업했다면서 소위 말해 "꼽"도 서슴치 않게 줬고요. 처음에는 그것이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거친 열정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본인이 외부 업체에서 받은 상처와 훼손된 자존감을 만만한 직원들에게 화풀이하며 회복하는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일 머리가 있거나 감이 좋은 사람들은 쎄함을 느끼고 일찌감치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대표는 늘 "오해가 있었다", "그 직원이 몸이 아프다더라", "팀장과 트러블이 있었다"라며 끊임없이 외부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그런 모욕을 참아내는 동안 제 몸과 마음은 철저히 망가졌습니다. 림프선이 터지고, 디스크가 오고, 탈모와 전신 피부 발진에 시달렸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 같지만, 그때는 이미 자존감이 바닥을 친 상태라 "내가 정말 일을 못하는구나, 다른 곳에 가면 이것보다 더 못하겠지"라는 불안감에 억지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직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 와서 처음 뽑았던 주니어 팀원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업무 능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어떻게든 안고 가려 노력했습니다. 저는 저를 포함한 우리 팀이 야근하는 것을 극도로 지양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하는 업무를 하는 동시에 팀원들의 업무를 중간체크했었는데, 그 친구는 언제나 다른 팀원들보다 일을 제 속도로 못 끝냈었습니다. 그 친구가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이 발생할때마다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결국 제가 대신 마무리할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어 업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자, 스스로 책임지고 일을 끝맺어 보라며 업무를 온전히 맡기고 저는 다른 팀원들과 다른 업무 Task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니어 팀원은 이를 '업무 배제'로 받아들이고, 저 몰래 대표를 독대해 저와 일하지 못하겠다고 항의를 했더군요. 시야가 좁은 주니어 입장에서는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다고 칩니다. 문제는 대표의 태도였습니다. 저에게는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그 팀원을 다른 팀으로 배정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처음 뽑은 직원으로 애지중지 가르치면서 어떻게든 끌고가던 인력을 뺏긴 저는 항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우회적으로 불만만 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대표가 진짜 이유를 말해주더군요. 그 직원이 저와 일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저를 향해 "여직원을 다룰 줄 아는 섬세함이 부족하다, 눈치가 없다"며 모욕적인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이성이 끊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팀원의 부족함을 가려주려 혼자 모든 짐을 떠안았던 저를,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문제 있는 리더'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관리자에게 공유되어야 할 리스크를 무시하고 맘대로 재단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미련 없이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나를 알아봐 줄까? 또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20곳이 넘는 곳에 지원해 전부 서류를 통과했고, 무려 14곳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제 역량과 스펙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제 스스로의 가치를 시험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새로운 회사에 합류한 후, 저는 모든 결과물을 제대로 인정받았습니다. 제가 합류한 이후 회사는 큰 성장을 이뤘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며 결국 자회사의 공동대표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정당한 인정을 받고, 제 눈으로 직접 성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가슴속 깊이 맺혀있던 응어리가 풀리며 "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비슷한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과, 아직도 과거에 머문 리더들께 혹시 지금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내가 이상한 건가?" 의심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절대 여러분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곳을 벗어나면 여러분의 진가를 알아보고, 좋은 대접을 해줄 곳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회사에서 들었던 부정적인 평가는 여러분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삐뚤어진 리더의 렌즈를 통해 투영된 억지일 뿐입니다.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어 그 환경에서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도 옛날 방식의 매니지먼트를 고집하시는 분들께도 감히 한마디 남깁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과거의 경험이나 본인의 감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최신 HR 교육을 받거나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직원은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직장 내 관계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화내고 짜증 낸 뒤에 비싼 밥이나 술을 사준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감정의 골은 그대로 누적됩니다. 밥을 사주기보단 애초에 짜증을 내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세요. 업무 역량이 부족하다면 감정적인 질책이 아닌 합당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시니어의 가치를 존중하세요: 능력 있는 시니어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두려워 구박하고 '일 못하는 사람'으로 깎아내린다면, 그 회사는 결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역할을 나누고 기를 살려주어야 조직이 함께 큽니다. 저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제 머릿속을 맴돌던 그 목소리를 완전히 흘려보내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내일에는 온전한 인정과 존중만이 가득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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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쌍 따봉
    Misfits
    05월 06일
    어느 조직에나 자신의 얕은 바닥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치졸한 군상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서툴렀던 주니어 시절, 그와 비슷한 진흙탕 속을 견뎌내야 했던 뼈아픈 겪음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끔 이렇게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글을 마주할 때면, 아물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상흔이 투영되어 제 가슴마저 후벼파는 시린 환상통을 앓곤 합니다. 미국의 영부인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허락 없이 당신이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 수 없다." ​그동안 아니님을 옭아맸던 모진 말들은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불안과 훼손된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도 타인을 깎아내리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아야만 버틸 수 있었던 그 리더의 초라한 밑바닥을 투영한 것일 뿐입니다. ​금이 가고 탁한 거울 앞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보석도 일그러져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 일그러진 허상을 진짜 내 모습이라 자책하며 홀로 삼켜냈을 당신의 길고 어두웠던 밤들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당신의 진짜 가치를 온전히 비춰주는 맑은 거울을 만나셨군요.. 타인이 함부로 던진 진흙탕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 기어코 당신만의 눈부신 진가를 증명해 낸 그 찬란한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의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훨씬 더 눈부실 것입니다.
    어느 조직에나 자신의 얕은 바닥을 감추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치졸한 군상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서툴렀던 주니어 시절, 그와 비슷한 진흙탕 속을 견뎌내야 했던 뼈아픈 겪음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끔 이렇게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글을 마주할 때면, 아물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상흔이 투영되어 제 가슴마저 후벼파는 시린 환상통을 앓곤 합니다. 미국의 영부인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허락 없이 당신이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 수 없다." ​그동안 아니님을 옭아맸던 모진 말들은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불안과 훼손된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도 타인을 깎아내리고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아야만 버틸 수 있었던 그 리더의 초라한 밑바닥을 투영한 것일 뿐입니다. ​금이 가고 탁한 거울 앞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보석도 일그러져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 일그러진 허상을 진짜 내 모습이라 자책하며 홀로 삼켜냈을 당신의 길고 어두웠던 밤들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당신의 진짜 가치를 온전히 비춰주는 맑은 거울을 만나셨군요.. 타인이 함부로 던진 진흙탕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고, 기어코 당신만의 눈부신 진가를 증명해 낸 그 찬란한 용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당신의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훨씬 더 눈부실 것입니다.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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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아니글쎄
    작성자
    05월 06일
    남겨주신 긴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릅니다. '금이 가고 탁한 거울'이라는 표현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스스로를 탓하며 홀로 삼켜냈던 어두운 밤들을 이토록 따뜻하고 완벽한 문장으로 위로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Misfits님 역시 비슷한 진흙탕 속에서 뼈아픈 시간을 견뎌내셨다니, 그 환상통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연대감을 느낍니다. 엘리너 루스벨트의 명언과 보내주신 눈부신 응원, 제 맑은 거울 한켠에 평생 새겨두고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Misfits님의 매일매일도 보석처럼 찬란하고 눈부시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합니다.
    남겨주신 긴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릅니다. '금이 가고 탁한 거울'이라는 표현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스스로를 탓하며 홀로 삼켜냈던 어두운 밤들을 이토록 따뜻하고 완벽한 문장으로 위로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Misfits님 역시 비슷한 진흙탕 속에서 뼈아픈 시간을 견뎌내셨다니, 그 환상통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연대감을 느낍니다. 엘리너 루스벨트의 명언과 보내주신 눈부신 응원, 제 맑은 거울 한켠에 평생 새겨두고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Misfits님의 매일매일도 보석처럼 찬란하고 눈부시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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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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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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