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를 보다가 묘하게 뼈를 맞는 기분이 들어서 끄적여봅니다. 드라마 주인공이 20년째 데뷔도 못 한 영화감독 지망생인데, 자기만 안 풀리니까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시기와 질투로 미쳐버린 캐릭터로 나옵니다. 타인의 성공 앞에서는 깎아내리기 바쁘고, 끊임없이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 자기방어를 하는 찌질한 모습이 나오죠. 그런데 그 바닥을 치는 열등감이 마냥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보는 내내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직장 생활 연차가 쌓이다 보니, 주변에 잘나가는 동기들이나 친구들이 하나둘씩 생깁니다. 누구는 대기업으로 이직해서 연봉을 훌쩍 높였고, 누구는 주식이나 코인으로 대박이 났다고 하고, 또 누구는 사내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기도 합니다. 머리로는 당연히 축하해 줘야지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들의 성취를 깎아내리고 싶은 못난 자격지심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걔는 운이 좋았던 거지", "거기 일 빡세서 얼마 못 버틸걸?" 하면서 겉으로는 쿨한 척, 속으로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하거든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자신의 초라함을 직면하기 두려워서 입으로 가시를 세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남을 깎아내리는 행동의 이면에는 '나만 뒤처진 게 아닐까',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재도 아닌데 내 가치는 대체 뭘까' 하는 지독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제목이 주인공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인 이유도, 결국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우리 모두가 속으로는 각자의 초라함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뜻이겠죠. 잘난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톱니바퀴라는 씁쓸함, 평범하기 그지없는 월급쟁이의 현실 속에서 내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다들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묵묵히 출퇴근하지만, 속으로는 저처럼 자신의 무가치함과 조용히 싸우며 버티고 계신 건지 궁금해지네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쓸모를 증명하느라,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을 지켜내느라 애쓰신 직장인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나요?
04월 26일 | 조회수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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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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