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조용히 자기 일만 하던 A과장님이 계셨습니다. 제가 신입일 때였으니까 거의 10년 전이죠. 과장님 동기들은 빡세게 커리어 만들어서 나은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팀장을 달거나 요직으로 가는데, 그 선배는 시험도 안 보고 성과급에도 연연하지 않았죠. 칼퇴는 기본이고 회식도 늘 빠졌습니다. 어린 마음에 동기들이랑 술마시면서 A과장님은 너무 야망이 없어,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며 걱정을 섞어 비웃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저는 남들보다 빨리 팀장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제 삶은 엉망진창이에요.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고, 일 핑계로 연애도 제대로 못해서 오래 참아주던 여자친구와도 얼마 전에 헤어졌습니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그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퇴사하고 개인 사업 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오히려 훨씬 젊어 보이고 편안해진 얼굴이시더군요. 사업하면 더 빡세다던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 한 잔 하자고 하셔서 저도 사업 얘기가 궁금하니까 홀린 듯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벌써 팀장이구나. 팀장 다느라 고생 많았겠다. 옛날에 나 보면서 답답해하던 거 다 알았어. 근데 나는 그때 아픈 아내 곁에 있어 주는 게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거든. 남들 눈엔 도태된 것처럼 보였다는 것도 안다. 사정 설명하면 안쓰러워 할까봐 일부러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버텼다. 덕분에 아내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지켰고, 그게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과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몰랐거든요. 퇴사하신 것도 와이프분 돌아가시고 나서 퇴사하신 거고, 일부러 가까운 사람들만 불렀지 회사 사람들한테는 말씀 안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본인도 회사에 기여를 많이 못했던 걸 알기 때문에 괜히 와이프가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는 게 싫어서 공개적으로 말씀 안하셨다고. 근데 그러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신대요. 소중한 사람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고. 어떤 식으로든 성공해보려고 발버둥 치느라 정작 내 삶이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 거기까지 따라간 것도 사업 얘기 들으려고 였으니까 제가 너무 속물같다 싶었고요. 나는 성공해보려고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건강도 잃었는데. 진짜 소중한 게 성공이었을까?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도 소중한 걸 찾기를 응원할게. 라는 과장님의 인사가 자꾸 마음에 박혀 있습니다. 자리에서는 딴짓도 못하겠고 화장실에 앉아 있으려니 자꾸 생각나서 길다면 긴 글을 써봤습니다. 진짜 잘 사는 인생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야망없던 과장님- 비참해진 건 저네요.
04월 14일 | 조회수 1,284
엉
엉겁결에박수
댓글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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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냠
2시간 전
본인 건강 가족 건강..그리고 나와 가족의 미소짓는 행복이 최고입니다. 나이 먹을수록 중요한건 회사가 아니란걸 더 느낄겁니다
본인 건강 가족 건강..그리고 나와 가족의 미소짓는 행복이 최고입니다. 나이 먹을수록 중요한건 회사가 아니란걸 더 느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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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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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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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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