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가를 쓰고 쉬었다. 오늘 출근하자마자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심장이 계속 조여 오고, 긴장감이 풀리지 않는다. 몸은 회사인데, 머리는 이미 ‘또 무슨 일이 터질까’에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나는 업계에서 꽤 유명한 스타트업을 다닌다. 그리고 그 스타트업의 시니어다. 입사,스카웃 당시 엄청난 기술이 있는 곳으로 소개를 받아 들어오게 되었고, 회사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서 일한다고 위에서는 나를 달랠때 말한다. 회사는 주로 외부 과제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계획서에는 가능한 것처럼 써야 하고, 결과는 그럴듯하게 정리되어야 하며, 성과는 빠르게 공유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사이에 검증이라는 단계가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변수도 많고, 데이터는 쉽게 흔들린다.환경을 통제하고 실험을 해야 하는데.... 우선 환경 통제가 어렵다...그래서 내가 이건 다시 확인해야 한다, 조건을 바꾸고 재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그 말이 기술적인 판단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로 바뀌어 돌아온다.거의 매번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분위기를 나쁘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며칠 전, 내가 매우 중요하다고 공유하고 공지하고 실험을 했다. 잘못되면 오랜 기간 쌓아온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실험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소프트웨어 쪽에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오류_버그, 하드웨어 쪽의 고질적인 문제 계속 얘기해 왔다. 하지만 결국 그 문제들이 다시 터졌다. 실험은 망가졌고, 결과는 없다. 예전의 나는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려 했을 것이다. 실패한 데이터를 억지로 살리고, 말을 덧붙이고, 의미를 억지로라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멈췄다. 이건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시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번엔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경영진은 리스크 관리를 이야기하며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나를 묻는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고장 나기 쉬운 하드웨어, 반복되는 오류가 있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그걸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을 밀어붙이는 구조가 리스크다. 그런데 조직에서 말하는 리스크 관리는 다른 의미다. 문제의 원인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요행을 기대하며 일단 다시 빨리 돌려보자가 리스크 관리처럼 포장된다. 그 논리를 들을 때마다 미칠거같다. 더 미칠거 같은건 문서에는 멋진 문장이 들어가고, 사진 몇 장과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는 발표가 그럴듯하게 구성된다. 그러면 과제가 선정되고, 지원금이 들어오고, 조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게 완전히 잘못됐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제도도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내가 보는 현실과 문서가 그리는 그림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그 간극을 보면 허탈 하고 미칠것 같다.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방식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요즘 내가 힘든 건 일이 많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_검증_재현_안전한 시스템_이 조직의 기준과 계속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 충돌이 누적되면서, 몸이 먼저 반응한다. 휴가를 써도 회복되지 않는 긴장감, 출근하자마자 막히는 가슴, 그리고 이번엔 그냥 포기했다는 내 안의 변화....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일을 잘하고 싶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 다만 이제는, 빨리와 그럴듯함이 아니라 정확함과 재현 가능함이 존중받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작년까지 많이 받던 오퍼도 올해는 하나도 없다. 갑갑하다고 뛰쳐나갈 수 없는 상황에, 마음_생각_관계를 어떻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스타트업 일이 아니라 기준이 힘들다_어렵다
03월 17일 | 조회수 240
이
이건 어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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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운영자
리멤버
03월 17일
이건 어이 없네님, 시니어로서 겪고 계신 그 '간극'에 대한 고통이 글 너머로 너무나 선명하게 전해집니다. 이건 어이 없네님이 이번 실험에서 '멈췄다'는 지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 '멈춤'이 있었기에 여전히 "일을 제대로 잘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 계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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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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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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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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