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구X)조선은 절대왕정이 아니었다고?

03월 14일 | 조회수 57
프로듀서X

조선의 정부 조직과 현대 정부 조직을 비교해보면, 겉으로는 전혀 다른 시대의 전혀 다른 체제처럼 보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구조적 원리가 보입니다. 결국 정부라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기능을 나누고, 권한을 배분하고, 통제와 조정을 수행하는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선은 왕조국가였고 현대 국가는 국민주권과 헌정질서 위에 서 있다는 점에서, 구조의 목적과 정당성의 근거는 크게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부터 말하면, 조선의 정부는 기본적으로 왕을 정점으로 하는 체제였습니다. 현대 정부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고, 국민이 주권자이며, 대통령이나 총리, 국회, 법원이 각자의 권한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입니다. 조선에서는 모든 권력이 원칙적으로 국왕에게서 나왔습니다. 대신 실제 운영에서는 의정부, 육조, 삼사, 승정원 같은 기관들이 권력을 분담하고 견제했습니다. 현대 정부에서는 애초에 권력이 분립되어 있고,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제도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조선의 중앙정부를 현대적으로 가장 쉽게 비유하면, 왕은 대통령과 군주적 최고결정권자를 합쳐놓은 존재에 가깝고, 의정부는 오늘날의 국무총리실 또는 내각 조정 기능, 육조는 각 부처, 승정원은 대통령비서실, 삼사는 감사원·언론·국회 견제 기능 일부를 합쳐놓은 기관처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기능적으로는 그렇게 이해하면 구조가 잘 보입니다. 조선의 핵심 행정 조직은 의정부와 육조였습니다. 의정부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중심이 되어 국정을 총괄하는 최고 정책조정기구였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와 부총리급 인사들이 모여 국가의 큰 방향과 부처 간 조정을 맡는 구조와 비슷합니다. 다만 현대 총리는 법적으로 대통령 아래에 있는 행정조정자 성격이 강하지만, 조선의 의정부 대신들은 국왕과 함께 국정을 논하는 최고위 정치관료였습니다. 특히 왕권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의정부의 실질적 힘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육조는 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공조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은 현대의 각 부처와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조는 인사행정, 호조는 재정과 조세, 예조는 의례·교육·외교 일부, 병조는 군사, 형조는 사법행정과 형벌, 공조는 토목·건설·기술 행정을 담당했습니다. 현대 정부로 바꾸어 보면 이조는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일부, 호조는 기획재정부, 예조는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 일부, 병조는 국방부, 형조는 법무부 일부, 공조는 국토교통부와 산업 관련 행정 일부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 정부는 기능이 훨씬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조선은 국가 기능이 상대적으로 단순했기 때문에 여섯 부서가 매우 넓은 범위를 포괄했습니다. 반면 현대 국가는 복지, 산업, 과학기술, 환경, 고용, 보건, 통일, 여성가족, 디지털 정책 등 수많은 세부 기능을 별도의 부처와 기관으로 나누어 운영합니다. 조선의 육조는 큰 기능별 분류였고, 현대 정부는 고도 분업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승정원도 매우 흥미로운 기관입니다. 승정원은 왕명의 출납을 맡고, 국왕과 관료 사이의 문서와 명령 체계를 관리했습니다. 기능적으로 보면 오늘날 대통령비서실과 국가기록·의전·의사소통 기능이 합쳐진 조직에 가깝습니다. 국왕의 의중이 행정으로 전달되고, 각 부처의 보고가 다시 국왕에게 올라가는 핵심 통로였습니다. 현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비서 조직은 비슷하게 최고권력자와 행정조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만, 조선의 승정원은 왕권 중심 체제에서 훨씬 더 밀착된 기능을 가졌습니다. 삼사는 조선 정치의 아주 독특한 부분입니다.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으로 구성된 삼사는 관리 비리를 감찰하고, 정책을 비판하며, 국왕에게 직언하는 기능을 맡았습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감사원, 언론, 국회의 견제 기능, 헌법적 여론 형성 기능이 뒤섞인 특이한 기관입니다. 조선은 현대식 삼권분립은 없었지만, 대신 이런 언론·감찰·간쟁 장치를 통해 왕권과 관료권을 제어하려 했습니다. 즉 조선도 그냥 왕이 마음대로 하는 체제만은 아니었고, 상당히 정교한 내부 견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의금부 같은 기관은 오늘날의 특별수사기관이나 고위 공직자 수사·왕명 사건 처리 기관과 비슷한 성격을 띱니다. 특히 왕명에 따른 중대 범죄, 정치 사건, 반역 사건 등을 다루었기 때문에 일반 행정기관과는 다른 위상을 가졌습니다. 현대 국가에서는 이런 기능이 검찰, 경찰, 법원, 국가안보 관련 기관으로 분산되어 있지만, 조선은 왕권 중심 구조 안에서 더 집중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지방행정 체계도 비교해볼 만합니다. 조선은 중앙집권 국가였고, 전국을 도·부·목·군·현으로 나누어 관찰사와 수령을 파견했습니다. 오늘날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구조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릅니다. 현대 지방정부는 주민 선거와 지방자치에 기반하지만, 조선의 지방관은 중앙이 임명한 관료였습니다. 즉 조선의 지방은 중앙권력의 행정 말단이었고, 현대 지방정부는 일정 부분 독립성과 자치권을 가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인재 선발 방식입니다. 조선은 과거제를 중심으로 문관 관료를 선발했습니다. 능력주의적 요소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양반 중심 사회구조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현대 정부는 공개채용, 시험, 경력채용, 선거, 정무직 임명 등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충원합니다. 조선도 시험을 통해 관료를 뽑았다는 점에서는 현대 관료제와 닮았지만, 신분제 사회라는 틀 안에서 작동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정책 결정 구조도 차이가 큽니다. 조선은 국왕, 대신, 대간, 비서기관이 유교적 명분과 선례, 경전 해석을 바탕으로 정책을 논의했습니다. 현대 정부는 법률, 예산, 통계, 여론, 국제질서, 정당정치, 선거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듭니다. 조선은 도덕 정치와 명분 정치의 비중이 컸고, 현대 국가는 이해관계 조정과 법제 행정의 비중이 큽니다. 다시 말해 조선의 정부는 “어떻게 해야 옳은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고, 현대 정부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이고 정당한가”를 함께 따집니다. 정리하면, 조선의 정부 조직은 현대 정부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왕권, 재상권, 관료제, 감찰기구가 복합적으로 얽힌 정교한 시스템이었습니다. 현대 정부와 비교하면 다음처럼 볼 수 있습니다. 왕은 현대의 최고통치권자보다 훨씬 강한 존재였고, 의정부는 내각 조정 기능, 육조는 부처 행정, 승정원은 최고권력 보좌, 삼사는 감찰과 견제, 지방관은 중앙 파견 행정관이었습니다. 다만 현대 정부는 국민주권, 삼권분립, 지방자치, 정당정치, 전문관료제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조선과 질적으로 다른 체제입니다. 그래서 조선 정부를 단순히 낡은 왕조 체제로만 보면 안 됩니다. 오히려 현대적으로 보면, 조선도 이미 중앙부처, 정책조정, 비서조직, 감찰기구, 지방행정망을 갖춘 상당히 완성도 높은 행정국가였습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었지만, 국가 운영 기술의 측면에서는 매우 체계적인 정부 조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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