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서 쓰는 납작한 유리그릇이 있다. 샬레라고 하는데 바닥에 당분을 넉넉히 깔고 균사를 떨어뜨리면 처음엔 급격히 개체수가 늘어가다, 바닥을 다 채우고 나면 성장이 둔화되고 심지어 서로 잡아먹기 시작한다. 만 25세에 입사해 이제 20년차에 이른 지방출신 40대 중반이 보는 2030은 하필 샬레의 끝부분에 태어나 서로 잡아먹어야만 하는 그런 불운과 오버랩 된다. 내 동기들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 나긴 했지만, 그나마 집 하나 정도 건지고들 사는 듯 하다. 샬레의 가운데는 아니지만 그래도 끄트머리는 아닌. 중간은 가고 있는 거라서, 그니까 우린 좀 아닥하자. 입사하고 몇 년간 회사 기숙사를 전전하며 모은 5천에 부모님 주신 돈 1억을 더해 서울 변두리 전세를 대출없이 시작했다. 몇 년 후 노무현 정권 때 아파트 값이 심상치 않아 전세보증금과 3억넘는 대출, 약간의 저금으로 5억에 집을 샀고 생각없이 쭈욱 살았다. 빚 갚으며 애도 키우고. 그리고 근래 우연히 실거래가를 보니 15억이 되었다. 물론 그 때 진 빚은 아직까지도 청산을 못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꽤 부러울거 같다. 아니 재수없기 까지 하겠다. 하지만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나름 스트레스로 속이 탄다. 옮겨가려고 했던 목표 지역은 그 당시 7억이면 살 수 있었는데, 그래서 2억 만 더 모아서 옮겨가자고 와이프랑 담소했던 그 집이 이제 30억이다. 그래서 마냥 불편하고 낡아가는 이 아파트 하나 붙잡고 사는게 서글플 때가 있다. 사람이 발전해야 하는데 발전할 여지를 자꾸 빼앗아 버리는 정부가 원망스럽고 자꾸 돈을 풀어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이 너무 우려스럽고 걱정이 된다. 그래서 밤잠을 설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입장이란게 있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만 어루어 생각하는 것 같다. 2030이 보면 황당한 스트레스이겠지만 내가 2030에 꾸었던 꿈이 무산되는 것 역시 유쾌하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니까. 아파트 가격에 별 관심이 없던차라 이참에 전세가를 다시 보니 1억 5천 하던 그 집의 전세가가 7억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대출을 받아 겨우 살 수 있었던 아파트가, 대출을 받아도 전세를 구할 수 없는 곳이 된거다. 10년이나 지나 더 낡아진 아파트가 말이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서 회사가 급여를 올려주고 있는가 하면 아니다. 즉 2030은 20년차가 넘은 우리의 젊은 날보다 더 적은 급여를 받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화폐가치의 하락은 전체 국민의 고통을 가져온다. 그런데 그게 우리 40대의 잘못인가? 우리가 그 원인을 초래했나 하면 그것도 아니라 다소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먼저 누린 댓가로 40대는 2030에게 좀 아닥해야 한다. 그게 그냥 도리다. 입을 열기전에 먼저 아닥부터하고 생각을 해야한다. 다소 황당한 관점이지만 세대 차이는 유행하는 게임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 때는 스타라는 게임이, 2030은 배그나 롤이라는 게임이 유행이다. 그런데 게임의 특성을 잘 살펴보면 뭔가 극명한 세계관의 차이가 보인다. 스타는 본진의 자원을 다 쓰기 전에 확장을 해야하고 그때 일시적으로 물량이 줄어드는 위기를 극복하면 더 많은 물량을 폭발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 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고 그것 때문에 잠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대신 더욱 큰 자산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확장을 하라는 세계관이다. 헌데 그 말은 확장할 수 있는, 즉 주인이 없는 자원이 맵에 나뒹굴고 있을때나 가능하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너무 자연스러우나 지금 생각해 보면 꽤 황당한 설정이다. 맵에 주인이 없는 자원이란게 있다니. 배그나 롤은 그게 아니다. 시시각각으로 원형의 자기장이 그 지름을 줄이며 다가오고 있으며 다음의 자기장 원점은 어디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서로를 죽여야만 한다. 내가 왜 죽이는지, 적이 왜 나를 죽여야 하는지 모른다. 그냥 좁혀오는 자기장 안에서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서 죽고 죽여야 한다. 즉 공간이라는 자원이 시시각각 줄어들고 있는 섬에서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세계관이다. 섬을 벗어날 수도 없고, 들고 다닐 수 있는 아이템의 무게마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배그 1판의 스트레스는 스타 10판의 스트레스보다 더하다. 스타는 승리하면 모든 맵에 자신의 자산을 남겨놓고 끝나지만, 배그는 딱 자신만 남는다. 나머지 99명의 시체와 함께. 이 게임이 왜 유행하냐면, 그게 지금 현실의 세계관과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롤도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자원이 어디있는가? 그저 정해진 3가지 길에서 죽고 죽이며 자신을 레벨업하지 않으면 안돼는 그런 게임이 아닌가? 40대 이상이 2030에게 함부로 말하는건 자기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직도 집이 없냐느니, 왜 전세로 시작을 못하냐느니, 왜 그 나이에 결혼을 못하냐고 생각없이 말하지 말자. 우리 때 처럼 어렵지만 할만했던게 아니라, 아에 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남을 본다. 그러니 일단 아닥부터 하고 생각을 해보라는 말이다. 왜 못하고 있는건지. 우리는 시시각각 조여오는 공포와 남을 죽이고 내가 살아남은 세계에서 살아보지 못했고 장담하건데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아마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대기업을 20년이나 다녀놓고 왜 아직도 강남 입성을 못하고 있냐고 하면 기분이 좋겠는가? 선배들은 했는데? 또한, 조심스럽게 부탁하지만 2030도 우리를 좀 이해해 달라고 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원한 사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그 당시의 세계관에서 우리도 아웅다웅 살았고, 지금에 와서 우리도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 우리가 2030에 품었던 꿈과 목표가 점점 실현하기 어렵게 되어가는 현실에 스트레스가 없는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커가는 차세대 플레이어인 10대 초반 아들을 보고 있으면, 그리고 그 아이가 살아가야만 하는 한국 사회를 생각해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고 다음 세대의 환경이 우리 세대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게 아니다. 내가 영향받고 내 아이들이 영향받는다. 그저 바른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면 비슷한 시기에 누구나 집을 사고 자산을 늘려가는 그런 원만한 경제성장. 그런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왜 이렇게 다들 가슴을 졸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강대국의 전쟁노름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이 시기에 그냥 짧은 생각이 아침부터 머리를 붙잡아 꼰대처럼 글을 남겨본다. 오늘 하루라도 다들 행복하길. 가능하면 모두 다 계속해서. 요약도 없이 긴 글 죄송합니다.
2030에게 아닥해야 하는 이유
01월 31일 | 조회수 4,800
유
유츠증
억대연봉
댓글 4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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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jwonqo
어제
일반화를 계속 이어서 하자면 지금 40 50이 운동권 골수 좌파정치인들 계속 찍어줬고 그 정권 때 마다 집값이 튀어오르기를 반복했으니 아닥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일반화를 계속 이어서 하자면 지금 40 50이 운동권 골수 좌파정치인들 계속 찍어줬고 그 정권 때 마다 집값이 튀어오르기를 반복했으니 아닥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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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s
skeptico
어제
이런 글에까지 갈라치기라니... 적당히 하시죠 그리고 빚내서 집사라고 한 건 보수정권입니다.
이런 글에까지 갈라치기라니... 적당히 하시죠 그리고 빚내서 집사라고 한 건 보수정권입니다.
(수정됨)
8
d
djwonqo
어제
skeptico 예~~ 예~~~
skeptico 예~~ 예~~~
2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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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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