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아들 초등하교 예비소집에 다녀왔습니다. 그날 여러 생각이 들어 어디에 얘기하고 싶었는데 생업이 바빠 못 쓰다가 오늘 짬이 나서 이렇게 글을 남겨보네요. 작년 이맘 때에는 이런 마음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맞이할 줄 몰랐어요. 일반 초등학교를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저희 아들은 발달지연으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37개월부터 시작했으니 3년 반이 넘었네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시작이 좀 늦었습니다. 잘 몰랐거든요. 두 돌이 지나도 말을 거의 못 하길래 좀 늦나 보다 하고만 생각했다가 세 돌 즈음에야 발달지연이라는 분야를 알아봤어요. 일찍 알아차리는 집은 두 돌 즈음부터 알아차리고 치료를 시작한다더라고요. 일찍 시작할수록 예후가 좋고요. 언어치료,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 운동치료, 짝치료, 그룹치료, 사회성치료, 정말 뭐가 많더라고요. 그걸 다 알아보고, 퇴근 후에, 주말에 아들 데리고 치료센터를 다니면서 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냥 내가 큰 것처럼 고만고만 평범하게 아들도 크겠지 생각했죠. 치료를 시작한 초기 1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잘 모르니까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우리가 뭘 잘못했을까, 나아지려면 뭘 더 해야 할까 이런 생각에 항상 긴장하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소아정신과도 여러 군데 가보고 티비에 나온 유명한 교수님 진료도 보고 갖가지 검사를 계속 하고. 치료 선생님 피드백에, 검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번민하고. 아내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작년 이맘때까지는요. 아들이 장애통합어린이집의 통합반(장애아동반)에 다녔습니다. 통합반 학부모들 가장 큰 고민이 초등학교에요. 일반초 특수교육자, 특수학교를 많이 고민하죠. 장애인 등록도 많이 고민하고요. 정말 다행히도 우리 아들은 지능이 좋은 편이었어요. 일부 항목에 치우쳐지긴 했지만요. 그래서 열심히 치료를 다니고 집에서도 노력을 하니 언어가 늦지 않게 올라왔어요. 사회성 부족, 충동 조절은 갈 길이 멀지만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작년 초에 이사를 하면서 어린이집을 옮겨야 했는데 장애통합어린이집이 없었어요. 고민고민하다 일반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쫓겨나면 어쩌지 했지만 도전해보자 욕심내보자 했죠. 감사하게도 아들은 잘 적응했고 유치원 선생님도 세심하게 돌봐주셨습니다. 아들이 유치원 다녀와서 친구 얘기를 하고 가끔 하원 데리러 가면 친구들이 아들한테 인사를 하고 같이 어울리더라고요. 2024년에도 좀 호전된 것 같았는데 작년에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2년 전에 병원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의 경계선에 있으니 노력해보자고 했었는데 작년에는 자폐스펙트럼보다는 ADHD에 가깝다고. ADHD는 약 처방의 예후가 좋으니 시작하자고 하더라고요. 시작하고 더 좋아졌습니다. 우리 아들이 자폐인 줄 알았는데 ADHD라니까 참 다행이고 감사하더라고요. 유치원에서도, 병원에서도, 우리가 보기에도 아들이 일반 초등학교에 가도 되겠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고 막상 예비소집에 가니 정말 여러가지 감정이 들더라고요. 3년이 넘게 한 고생이 헛되지 않았구나. 아내랑 우리 아들의 최선을 '좀 특이한 친구', '너드', '공부 좀 하는 찐따' 정도로 목표를 잡자고 우스갯소리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친구들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은 여전히 되지만요. 사실 우리 아들은 수많은 자폐스펙트럼, 발달장애 증상 중에 경증에 속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희망적인 결과를 보고 있는 거 같고요. 발달장애에 대해 알아보고 치료센터에서 여러 아이들을 접해보니 정말 우리집과는 비교도 안 되게 어렵고 고생 많은 집들이 많더라고요. 그 부모님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에 흑백요리사2에서 프렌치파파님의 아이가 12살에 말을 못 하는 발달장애라고 그래서 일을 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아주 조금이나마 그 어려움과 막막함이 짐작이 되거든요. 그래봤자 저는 '우리 아들은 그나마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얄팍하고 못난 사람입니다.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내랑만 나누고 부모형제들에게는 일부만 이야기해요. 힘든 이야기라. 그래서 가끔은 어딘가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익명의 힘을 빌어 이렇게 털어놓아봅니다. 나랑 아내 그리고 우리 아들 정말 고생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열심히 행복해보자. 그리고 발달장애든 뭐든 특별한 헌신이 필요한 육아를 하고 계신 부모님들 모두 힘내시고, 올해는 좋은 일들이 생기길,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아들 초등학교 예비소집을 다녀왔습니다.
01월 21일 | 조회수 1,323
저
저녁이있는삶
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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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행동하라
4일 전
21년생 아들을 둔 부모로써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고 또 응원하며, 아들의 미래에 항상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1년생 아들을 둔 부모로써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고 또 응원하며, 아들의 미래에 항상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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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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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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