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셨대요. 근데 자꾸 본전 생각이 나서 갈 수가 없어요. 저 쓰레기인가봐요.

01월 03일 | 조회수 38,024
쌍 따봉
디지털포렌식

지금 유럽 여행 온 지 일주일 조금 넘었습니다. 남은 연차랑 샌드위치 연휴 다 끌어모아서 2주 넘게 일정 잡고 왔어요. 크리스마스 마켓 보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근데 오늘 할머니가 돌아가셨대요. 엄마한테 카톡이 왔는데. 내일부터 장례 치를 건데 무리인 거 알지만 최대한 올 수 있는 쪽으로 알아보라고, 할머니 잘 보내드려야 너도 마음 편하지 않겠냐고 하세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어릴 때 할머니가 저 키워주셔서 정말 애틋하거든요. 분명 건강하셨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손을 덜덜 떨면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당장 짐 싸서 제일 빠른 비행기 타고 오라시는데 어떻게 가냐고 지금!! 하면서 엉엉 울다가 전화 끊었어요. 맞아요. 당연히 당장 짐 싸서 공항으로 달려가야 하는 게 맞는데 엉엉 울면서도 머릿속으로 어쩌지 어쩌지 생각했어요. 저 진짜 쓰레기인가 봐요. 비행기 티켓값과 예매해둔 숙소들과 가지 못한 도시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녀요. 지금 당장 한국 가는 비행기 엄청 비쌀 거고, 이미 결제해둔 티켓은 취소 불가라 쌩돈을 그냥 날려야 합니다. 예약해둔 숙소들? 당연히 환불 안 되고요. 게다가 직장 다니면서 3주 가까이 휴가 내서 유럽 올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고.. 사실 남은 일주일 일정이 눈에 밟혀서 또 미치겠더라고요. 이런 내가 진짜 너무 거지같아서 눈물이 더 났어요. 엄마한테 카톡으로 최대한 비행기 구해볼게 라고 말하고 지나가다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왔어요. 와중에도 예뻐보이는 카페 들어온 것도 미친 사람 같죠? 근데 사실 여기 와서도 비행기는 찾아보지도 않고 있어요. 그러면서 자꾸 합리화를 해요. 어차피 돌아가셨는데, 지금 간다고 할머니 살아오시는 것도 아닌데. 할머니도 내가 여기서 즐겁게 여행하는 걸 더 바라지 않으실까? 이런 생각이나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속물 같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같아서 스스로가 혐오스럽습니다. 너무 슬픈데, 그 슬픈 틈새로 여행에 대한 미련과 본전, 돈 생각이 자꾸 비집고 들어와요. 진짜 저 미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계속 울고 있어요. 핸드폰으로 이거 토독토독 치면서 눈물 콧물 빼는 제가 정말 이상해보이겠죠? 사실 아직 주문도 안하고 앉아있는데 주문하란 말도 안하네요. 제가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처럼 보여서겠죠? 그냥 비행기 못 구했다고 거짓말하고 일주일 뒤에 가면 저는 평생 자책감에 살게 되겠죠? 머리로는 답을 아는데 마음이 너무 지독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어서 괴롭습니다. 비행기 표는 안 찾아보고 여기에 동조를 구하는 글을 쓰고 있는 꼴도 어이없죠? 나는 왜 이모양 이꼴일까요. 추가) 어차피 가도 할머니는 안 계시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엄마 곁에서 위로해드려야 된다는 댓글 보고 정신이 차려졌어요. 글 쓴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를 구해서 한국에 돌아왔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생각보다 비행기 티켓 값이 저렴해서 찾아보지도 않았던 게 부끄러웠어요. 어떤 분이 비행기 타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많은 분들의 질책 덕분에 정신 차렸어요.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려있었다니 많은 분들을 속상하게 한 것 너무 죄송합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글을 지울까 하다가 이 질책들이 도움되는 순간이 있을 것 같아서 남겨둘게요. 할머니 잘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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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난초
    3일 전
    네 어이가 없다못해 제가 무슨 글을 읽은건지 믿어지지도 않아요. 말도 안되는 자기연민도 그만하시고 얼른 표 구해서 할머니 배웅 잘 해드리세요. 되도않는 합리화로 남은 일정 소화한 뒤에는 가족들은 어떻게 보려고 하시나요? 할머니는 내가 즐겁게 여행하길 바라셨을거야, 라고 하실건가요? 도착하자마자여도 바로 돌아와야 마땅한데 1주일 넘게 일정 소화하셨고 무엇보다 유럽은 어쨋든 또 가실 수 있잖아요. 더 큰 후회 만들지 마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네 어이가 없다못해 제가 무슨 글을 읽은건지 믿어지지도 않아요. 말도 안되는 자기연민도 그만하시고 얼른 표 구해서 할머니 배웅 잘 해드리세요. 되도않는 합리화로 남은 일정 소화한 뒤에는 가족들은 어떻게 보려고 하시나요? 할머니는 내가 즐겁게 여행하길 바라셨을거야, 라고 하실건가요? 도착하자마자여도 바로 돌아와야 마땅한데 1주일 넘게 일정 소화하셨고 무엇보다 유럽은 어쨋든 또 가실 수 있잖아요. 더 큰 후회 만들지 마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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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0
    금 따봉
    김김김김김김김
    2일 전
    글쓴이 엄마가 돌아가셔도 글쓴이 딸이 안오겠죠? 참 믿어지지가 않는 글이네요.
    글쓴이 엄마가 돌아가셔도 글쓴이 딸이 안오겠죠? 참 믿어지지가 않는 글이네요.
    57
    o
    ok테리우스
    어제
    그건 다 생각이 다른거죠.이미 돌아가신분 어쩌라고요.부모니이라면 장례식 치러야되고당연 모든일정중단하고 빨리가야되지만,할머니는 다른분들이 곁에 계시잖아요.그리고 지금가면 이미 장례식 다 끝났을테도 이해 못할부모님은 없을듯요
    그건 다 생각이 다른거죠.이미 돌아가신분 어쩌라고요.부모니이라면 장례식 치러야되고당연 모든일정중단하고 빨리가야되지만,할머니는 다른분들이 곁에 계시잖아요.그리고 지금가면 이미 장례식 다 끝났을테도 이해 못할부모님은 없을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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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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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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