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 노트에 직접 펜으로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게 유일한 제 스트레스 해소법이고요.. 지난 주에 어머님께서 반찬 가져다주신다고 낮에 잠깐 들르셨는데 제가 없는 사이에 집안 정리를 좀 해주셨어요. 전날 새벽에 거실 테이블에서 일기 쓰다가 제가 그대로 덮어두고 안 치운 상태였는데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가지런히 정돈돼 있어서 어머님이 건드리신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원래 제 물건을 건들지 않는 사람이라, 어머님이 그러실 줄 알았으면 제가 제대로 치웠을텐데 너무 후회됩니다. 각설하고 일기장 안에는 제 가족이나 친구한테도 하지 않는 속 깊은 얘기를 필터링 없이 적어서 배설하는데 그걸 읽었다는 게 불쾌하고 불편합니다. 남편도 이런 저를 이해하고 존중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일기장을 함부로 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남편이랑 싸우고 나서 남편의 단점에 대해 한탄하는 얘기, 시댁에서 손 하나 까딱 하지 않는 아버님 때문에 눈치 보였던 일, 친정 엄마에 대한 원망 등등 물론 남편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이랑 잘 지냅니다. 다만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로 부딪히고 감정이 격해졌을 때가 있어서 그때 그렇게 쏟고 나면 마음이 좀 풀리고 한 해가 지나면 모두 파쇄해서 버리거든요. 아무튼 정말 남에게는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은 저의 가장 밑바닥스러운 감정들이 다 들어있는데 그걸 읽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합니다. 그래도 아무 말씀 안 하시길래 못본 척 하시려나 싶었는데 아까 [청소하다가 일기장을 봤는데 주말에 둘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하자] 고 문자가 왔네요. 주말에 만나서 뭘 얘기하자는 건지도 모르겠고,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시는 것 같아 솔직히 마음 같아선 나가기 싫습니다. 제가 아는 어머님 성격상... 저를 나무라실 것 같고요. 어머님을 앞으로 무슨 얼굴로 봬야 할지도 너무 난감합니다. 기분 나쁘다고 따지고 싶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제가 죄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상황이 참 거지 같네요. 남편한테도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그냥 가서 진심이 아니라고 하고, 별로 죄송하지 않아도 죄송하다고 얘기하라고 하긴 하는데 적당히 그렇게 둘러대는 게 맞을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복잡한 마음에 퇴근길에 주절거려 봅니다..
시어머니가 제 일기장을 훔쳐보셨습니다.
25년 12월 22일 | 조회수 2,388
바
바이너리선셋
댓글 1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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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바칩추가
25년 12월 22일
"제가 거기다 욕을 썼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짜증 안 내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겁니다. 보지 말아야 할 걸 보셔서 속상하시겠지만, 그 글들이 제 진짜 모습이 아니라 평소 어머니께 보여드린 모습이 제 진심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세요.
"제가 거기다 욕을 썼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짜증 안 내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겁니다. 보지 말아야 할 걸 보셔서 속상하시겠지만, 그 글들이 제 진짜 모습이 아니라 평소 어머니께 보여드린 모습이 제 진심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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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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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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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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