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글 주의 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바쁘지만 나름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바빴던' 이유를 말씀드리면서 속풀이도 하고, 긍정적인 마무리를 해보려 합니다. 2025년...올해는 정말 인생에 큰 풍랑을 맞이한 해였어요. 어릴 적 정말정말 힘들게 커서, 큰 고통은 다 겪었으니 앞으로의 인생에 걸림돌은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디 가서 사주를 봐도 그렇게 말해줬었어요. 앞으로 잘 살거라고! 내 인생은 앞으로 안 힘들거다. 감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랬죠. 새로 가정을 꾸리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이제 슬슬 아이도 준비하고, 남편과 아이와 행복하게 살아야지 계획을 짜던 찰나에 들어보지도 못한 병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시작은 평범했어요! 어느날부터 손끝이 저리더라고요. 모두가 디스크 때문일 거라 했고, 병원에서도 목 디스크 때문에 그럴 수 있다. 라고 하셨어요. 서른 즈음 되면 찾아오는 흔한 병이겠거니, 생각하며 자세 교정 물품을 검색해봤었어요. 그런데 점점 저림 증세가 손을 타고 올라오고, 복부가 저리고, 다리에 힘이 빠졌어요. 걷는데 다리가 뻘에 푹푹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달리면 허우적대는 느낌이 들었고요. 자고 일어나면 다리에 쥐가 났어요. 뭔가...너무 이상했어요.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갔더니, 선생님이 일단 신경통약을 주셨어요. 그래도 계속 상태가 안 좋아져서, 큰 맘 먹고 MRI를 찍었어요. 아무래도 40만 원이 넘어가니 이게 맞나~긴가민가하면서 찍었죠. 영상을 찍고, 대기하다가 제 차례가 되어서 들어갔죠. MRI를 보시던 선생님이 저를 다급하게 내보내셨어요. 잠시만 확인할 게 있다고,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하셨어요. 이게 뭐지? 불안한데? 싶었어요. 제 인생이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한참 뒤, 다시 들어갔더니 선생님께서 모니터를 보여주시며 설명을 해주셨어요. 척수에 흰색 병변이 보이냐고. 디스크가 아니라고. 대학병원을 가라며 진료의뢰서를 주셨어요. 적혀있는 의심 병명은 "다발성 경화증"이었어요. 이게 무슨 병이지...? 하고 찾아보니, 10만 명 중 3~5명에게 생긴다는 희귀난치병. 갑자기 귀가 안 들리고 온 세상이 새카매지는 기분이었어요. 온 몸에 땀이 나고 손이 떨리더라고요. 현실 같지 않았어요. 그길로 가장 빠르게 예약 가능한 대학병원에 갔어요. 그때도 설마설마 하면서 갔는데...첫 외래에서 바로 입원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펑펑 울며 5일 연차를 썼습니다(병가가 없어요 흑흑) 그 이후 수많은 검사를 받고, 사흘간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때려맞으며 치료를 했습니다. 디스크인 줄 알았던 게 사실은, 하반신 마비가 진행중이었던 거였어요. 정말 다행히도 감각신경만 손상되고, 운동신경은 천천히 손상되어 멀쩡한 편이었어요. 단번에 하반신 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길로 바로 희귀병 판정을 받은 건 아니고 추적관찰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주병명은 "중추신경계통의 탈수초질환에서의 급성 횡단 척수염"입니다. 얘도 희귀병이긴 해요. 탈수초질환은 내 몸의 면역이 내 신경을 공격하는 병이에요. 저는 그 대상이 척수였고요.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계가 뇌, 시신경, 척수를 계속 공격하는 병이에요. 뇌MRI가 판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요. 정말 행운이었던 건, 척수염이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아서인지 스테로이드가 잘 들어서인지, 금세 상태가 좋아져서 보행에 문제가 거의 없다는 거에요. 물론 오래 서있으면 기우뚱할 때가 있고, 낮잠 잘못 자서 1시간 동안 눌렸던 것마냥 양 팔이 항상 저리지만...그래도 내 손을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쁩니다. 게다가 진~짜 운이 좋았던 건 이전에 건강검진을 받으며 뇌MRI를 찍어놓아서 대학병원이 아닌데도 병을 빠르게 알아낼 수 있었다는 거에요. 뇌MRI는 그 당시에 어플로 건강검진을 예약하면서 옵션 사항으로 넣을 게 없어서 "그냥" 검사했던 거거든요. 뇌MRI를 찍어놓지 않았다면, 건강검진 받은 병원으로 가지 않았다면, 선생님께서 병을 몰랐다면...정말 하반신 마비가 되어서 응급실을 가서야 병을 발견했을 수도 있었겠죠.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이후,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제가 스스로 씻고,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당연했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니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 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흐물흐물하게 걷지 않는 건 또 얼마나 좋은지요. 아주아주 조~금 비틀거리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평범하게 걷고 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입원이 끝나고 다시 출근하는 날에는 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안 그래도 다닐 수 있어 좋은 회사인데, 오랜만에 출근하니 너무너무 기쁘고 좋았어요. 지금도 사무실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월루~) 정말 행복해요! 저에게 언제까지나 이런 행운이 따라줄 거라고 장담 못하는 건 압니다. 그래서 그동안 마음의 준비도 하고,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조금 슬퍼하고 털어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어요. 아니 그래도 실제로 벌어지면 오열할 거 같지만!! 저는 힘든 일이 생겨도, 오늘도 잘 걸었다는 게 좋아서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기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당연했던 것을 찾을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안 아프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구구절절 너무 길어졌는데요. 3줄 요약 해보자면! 1. 25년에 큰 병에 걸렸다. 2. 아프지만 많이 회복했다. 3.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입니다. 모두 즐거운 연말 되시고, 26년에는 더욱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끝!
평범하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기
25년 12월 22일 | 조회수 1,664
두
두부루
댓글 1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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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쇼쇼쇼쇼
25년 12월 22일
큰 병에 걸리셨는데 다행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정말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걷는 날들만 계속되시길 바랄게요!
큰 병에 걸리셨는데 다행이라고 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정말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걷는 날들만 계속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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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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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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