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오른쪽 눈이 흐릿하게 보였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창문에는 빗물이 줄줄 흘렀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피곤하면 눈이 침침해질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뿌연 시야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안과를 찾았고, 의사는 조용한 목소리로 나에게 병명을 알려주었다. "큰 병원으로 가시죠." 그리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할거라 했다. 그때 ‘아, 이제 한쪽 눈이 천천히 어두워지는구나’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눈의 세계는 점점 희미해졌다. 처음에는 흐려지다가, 이제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물체가 겹쳐 보이고, 빛이 번져 보이더니 이제는 그저 얕은 어둠뿐이다. 얕은 어둠을 통해서 아직 볼 수있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는 ‘보는 것’에서 ‘보지 못하는 것’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아직 보이기에 그리울 것이 많고, 곧 보이지 않게 될 것들을 떠올리면 두려움도 밀려온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붙잡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지방에서 일한다. 월요일 아침이면 차를 몰고 일터로 떠난다. 목요일 저녁이 되면 다시 집으로 향한다. 이른 새벽부터 운전을 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로등 불빛이 반쯤 흐려져 보이고,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번져서 크게 퍼진다. 오른쪽 눈이 흐려진 후로는 야간 운전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내 앞에 펼쳐진 길을 따라가는 것만 생각하며 운전한다.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며 방향을 잡고, 속도를 조절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불안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여전히 핸들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목요일 밤,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고, 아내는 거실에서 날 기다린다. 피곤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면 아내는 묻는다. "운전은 괜찮았어? 피곤하지 않아?" 나는 짧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내가 보이지 않는 오른쪽 공간을 의식하며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을 했는지, 밤길이 점점 더 낯설고 조심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아내는 그런 나를 위해 눈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도시락을 만든다. 블루베리, 당근, 연어, 견과류가 가득 담긴 반찬들을 정성스럽게 4일치 만들어 차에 넣어준다. “눈에 좋은 음식이래. 점심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어.” 나는 그런 아내의 세심한 배려에 더는 불평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것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절망을 이겨내야만 했다. 그냥 무너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백 미터도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뛰었다. 몸이 지칠 때까지, 머릿속이 하얘질 때까지.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갔다. 이제는 20킬로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그렇게 올해 하프마라톤에 도전했고 완주 매달을 목에 걸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뛰어요?” 나는 대답한다. “살아야 하니까.” 나는 아직 보인다. 하지만 점점 더 보이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멈추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두 세계를 함께 살아가며, 나는 끝까지 버텨낼 것이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 가족과 함께, 나는 앞으로도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는 더 강해질 것이다.
아직은 보인다, 볼 수있다
12월 19일 | 조회수 127
이
이건 어이 없네
댓글 1개
공감순
최신순
그
그레그레
13시간 전
정말 대단하십니다.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응원하고 또 응원합니다!
답글 쓰기
1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답글 쓰기
0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답글 쓰기
0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