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투표 병원 인테리어 하고나니깐 참 생각이 많아지네요

25년 12월 19일 | 조회수 73
인테리어현실

병원 인테리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요즘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정리해서 써봅니다. 업계에 오래 몸담고 있어서 누구를 편들 생각도 없고, 돌려서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병원을 준비하시는 분들, 병원 컨설턴트 분들, 인테리어 업계에 계신 분들 모두 각자 한 번쯤 생각해볼 거리 정도로만 봐주시면 됩니다. 병원 인테리어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문제들 –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병원 인테리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는 항상 비슷합니다. 수도 물이 샙니다. 배수가 막힙니다. 급수가 불안정합니다. 특히 내과나 치과처럼 물을 많이 사용하는 병원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치과는 이물질이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배수 구조 자체가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대부분 일반 주거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상황일까요. 전기 겨울만 되면 전기가 내려갑니다. 난방기, 의료기기, 조명, 콘센트가 동시에 작동하면 차단기가 이를 버티지 못합니다. 사전에 전력 계산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거나, 했더라도 매우 대충 했다는 의미입니다. 소방 소방은 더 심각합니다.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수준으로만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염 처리가 되지 않은 마감재, 규격이 맞지 않는 전기관, 형식적으로만 맞춘 디테일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X-ray실 납문처럼 누가 봐도 중요한 요소들은 대부분 잘 지켜집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시공입니다. 이 정도 문제,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요? 하이엔드 인테리어 업체에서 수도, 전기, 소방 문제로 인해 병원 운영 자체가 흔들리는 사례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한두 번의 문제는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병원 인테리어의 숙명”처럼 계속 반복되는 것은 분명 이상합니다. 동네 인테리어 업체도 아니고, 적어도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10년 이상 업력을 가진 곳에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요 비용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간 때문만도 아닙니다. 결국 디자이너의 경험 문제입니다. 아직도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쁘게 그려놓으면 현장에서 누군가 알아서 해결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작동합니다. 하지만 병원은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디자인은 설계입니다 디자인은 그림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설계입니다. 설계 없이 예쁜 공간은 그저 장식에 불과합니다. 설계란,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선택과 판단을 도면과 구조로 고정하는 일입니다. 어디에서 소리가 샐지 어디에서 물이 막힐지 어디에서 법규 문제가 생길지 어디에서 공정이 꼬일지 이런 것들을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는 결국 현장에서 모두 터지게 됩니다. 그래서 설계는 시공 이전에 끝나야 하고, 운영 이전까지 고려되어야 합니다. 병원에서 설계란 이런 것입니다 상담실 소음은 벽을 두껍게 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요 동선은 “대충 여기로”라고 정하면 되는 걸까요 소방은 안 걸리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전기는 내려가면 차단기만 올리면 되는 걸까요 이 질문들에 대해 설계 단계에서 답이 없다면 그건 설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했다면 앞에서 언급한 수도, 전기, 소방 문제가 과연 발생할까요? 100%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변수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설계를 제대로 했다면 90% 이상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인테리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이런 기초적인 것들이라는 현실이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견적에 대한 이야기,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느낌을 원하신다면 먼저 이 부분부터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 정도 금액에서, 이 정도가 가능한지. 디자인도 정해지지 않았고, 자재도 정해지지 않았고, 공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한 견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물며 ‘가견적’이라고 분명히 설명드린 금액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가견적의 의미를 정말 알고 계실까요 가견적은 말 그대로 대략적인 범위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반영되지 않았고, 자재도 전혀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출된 숫자입니다. 그런데 왜 그 숫자를 보고 안심하고, 실제 견적이 나오면 “왜 이렇게 달라졌냐”고 묻게 될까요. 가견적을 요청하실 때는 “당연히 바뀌는 거 알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변경되면 의심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십니다. 이건 사기의 문제가 아니라 기대 설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디자인과 시공을 원하신다면 한 번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셔야 합니다. 나는 이 과정을 이해하고, 기다리고,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디자인과 시공은 완성된 물건이 아니라 수많은 판단과 선택이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이 모든 것을 “최대한 싸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확실하게” 요구하는 순간 문제는 시작됩니다. 우리는 좋은 고객에게 정말 많은 것을 드립니다 이건 미사여구가 아닙니다. 저희는 정말 좋은 고객에게는 시간과 경험을 아끼지 않습니다. 15년 전에 작업했던 공간이 좋았다며 10년 넘게 연락이 없다가 다시 찾아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이건 광고가 아니라 시간으로 증명된 결과입니다. 물론, 갈등도 있었습니다 오래 일했다고 해서 모든 프로젝트가 항상 좋았을 수는 없습니다. 관계가 틀어진 고객도 있었고, 법적 분쟁까지 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피해자였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정도 업력에서 분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는 곳, 내용증명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 곳 역시 한 번쯤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아직 깊은 프로젝트를 경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이엔드를 지향합니다 하이엔드라고 하면 “비싸게 받으려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저희는 18년 차 디자인 스튜디오이며, 한때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디자이너로 평가받았습니다. 저희는 저희의 가치에 맞는 팀을 찾았고, 받는 비용을 줄여서라도 제대로 된 팀을 유지해왔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현장에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도 그래도 “의심된다”고 느껴지신다면 굳이 연락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는 의심부터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아, 이 사람들은 시작점이 다르구나” 라고 느끼셨다면 그때는 충분히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은 1부입니다. 2부에서는 병원 공사에서 실제로 가장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과 그에 대한 해결 방식, 그리고 저희가 사용하는 기준과 최소한의 매뉴얼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별거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별거 아닌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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