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 덤프에 치인 아내가 돌아왔어요

12월 18일 | 조회수 22,936
금 따봉
레떼아모르

꽃샘추위가 남아있던 4월. 팀 점심식사 후 커피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아이폰으로 자동차 충돌 감지 긴급문자가 난생 처음 왔습니다. 발생지역은 외곽순환고속도로. 아내에게 여러번 전화를 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119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분 차가 25톤 덤프트럭과 충돌했고 차량에서 자동으로 신고접수돼서 구조 후 병원 이송 중입니다” 들고 있던 커피를 떨어뜨렸습니다. 서울에서 무작정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눈물이 흘렀고 기도 밖에 할 게 없었습니다. 초등학생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이게 무슨 문자예요?” 진정시키려고 아이 이모를 집으로 보냈습니다. 수습하지 못한 현장에 먼저 들렀습니다. 얼마 타지 않은 소형 SUV는 폐차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차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모습이어도 좋으니 제발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면회금지된 병원 응급실 밖 대기실에 있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윽고 들어오라는 의료진의 손짓. 온몸이 멍투성이였지만 아내는 침대에 누은 채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까지도 생각했는데, 정말 천만다행이고 감사 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폐차 전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나들목 옹벽이 그녀를 살렸습니다. 25톤 덤프트럭이 운전석 쪽으로 밀고 들어오자 차가 오른쪽으로 밀리다가 트럭과 옹벽 사이에 끼면서 조수석 쪽이 완파됐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몰던 차는 옹벽과의 마찰력으로 속도가 줄어 뒤집힘, 튕겨져 나감, 트럭 밑으로 깔리는 일 없이 트럭 운전자의 사고 인지시점에 기적적으로 멈출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집 근처 큰 병원으로 옮겨 한달 가량 입원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외상은 크지 않아 보였으나 근육과 신경 등 사고 후유증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트라우마, 즉 심리적 외상이 심각했습니다. 밤에 잠들기 어렵고 낮에는 작은 변화에도 눈물 흘릴 때가 많았습니다. 아내는 휴직을 넘어 퇴사를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혼자서 처자식 먹여 살려 볼테니 그러라 했습니다. 아침,저녁 출퇴근길 병원에 들르려 노력했고, 제가 대신해서 진행한 대인, 대물 보상 협의는 상대방 과실 100 vs 아내 과실 0 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 인생 가장 큰 교통사고로 제 인생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을 뻔 했던 날로부터 어느덧 8개월이 지났고 연말연시입니다. 아내는 ‘엄마’의 책임감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차는 지인의 도움으로 2년 된 중형 SUV를 중고구매하였습니다. 주중에는 통원 치료, 주말에는 재활 운동을 하고 있는 아내는 회복에 힘쓰고 있고 저와 딸아이는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응원하고 챙기려 애쓰는 중입니다. 아내가 운전대를 잡지 못해 제가 가족 전담 운전기사가 되었고 ‘운전노동으로 허리디스크가 도진다’고 엄살을 부려 보지만, 사실 행복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기도를 들어주셔서, 아내가 내 곁으로 돌아와줘서, 딸아이와 가정이 무너지지 않아서요. 그리고 요리를 잘 하던 아내의 부재가 걱정된다며 집으로 백화점 한우 미역국을 보내주신 분, 밥 먹으라고 밑반찬을 한보따리 싸주신 분, 불안해할 아이를 저녁에 돌봐주겠다는 분, 출고된 지 2년 밖에 안 된 크고 튼튼한 중고차를 소개해주신 분. 모든 것이 사랑이고 은혜였습니다. 이번 성탄절. 값비싼 호텔이나 근사한 레스토랑 대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들께 제가 받은 온기를 조금이나마 나누러 쪽방촌으로, 노숙인 보호시설로 갑니다. 안전운전 당부드립니다. 가족에게 안부연락도 자주 하시고요. 겪어보니 긴급 연락처를 설정해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다급한 연락,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놓치고 평생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가족과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랍니다.

첨부 이미지첨부 이미지
댓글 84
공감순
최신순
    꼬리
    어제
    허 정말 마음이 힘드셨을텐데...감사한일이네요 정말... 잘 회복하시구 연말에 마음쓰신만큼 더 행복하시길 바래요
    허 정말 마음이 힘드셨을텐데...감사한일이네요 정말... 잘 회복하시구 연말에 마음쓰신만큼 더 행복하시길 바래요
    답글 쓰기
    135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답글 쓰기
    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답글 쓰기
    0
추천글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6,9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송기홍)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Copyright Remember & Compan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