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숫자와 성과가 전부인 것처럼 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머릿속에는 KPI 대신 ‘퇴사’ 두 글자만 맴돌았습니다. 야근으로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성과 압박에 짓눌린 채 침대에 그대로 쓰러지곤 했죠. 그러다 문득, ‘이대로면 내 1년엔 회사밖에 남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가을, 생애 처음으로 혼자 캠핑을 떠났습니다. 유튜브와 블로그로만 보던 ‘힐링 캠핑’은 저와 상관없는 세계 같았는데, 결국 중고 사이트에서 초록색 접이식 의자 하나부터 샀습니다. 차 트렁크에 서툴게 짐을 싣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 도착한 캠핑장은 평일 오후라 조용했고, 나무 그림자와 자갈밭이 어색한 저를 맞아 주더군요. 텐트를 치는 데만 한참이 걸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만큼은 회사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박히지 않던 팩 하나가 겨우 들어갔을 때, 마치 까다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마친 것처럼 혼자 뿌듯해했습니다. 캠핑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맞은편에 펼쳐진 풍경이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좀, 너도 쉬어도 된다.’ 그날 저녁, 휴대폰은 배터리가 떨어질까 봐 가방 깊숙이 넣어 두었습니다. 메신저 알림 대신 들려오던 건, 바람 소리와 자갈 밟는 발소리뿐이었습니다. 불 위에 올린 라면 하나가 저녁 만찬이 되었고, 별빛 아래에서 혼자 먹는 라면이 이렇게 눈물이 날 만큼 고마운 음식인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누군가가 제 등을 토닥여 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요. 캠핑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저는 한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전에, ‘나를 지키는 사람’부터 되자고요. 주말마다 일정을 하나씩 비워서 온전히 나를 위해 쓰기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면서 야근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업무 버티는 힘은 더 커졌습니다. 압박은 그대로인데, 숨 쉴 구멍이 생기니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더군요. 그래서 올 한 해, 제가 가장 잘한 일은 성과표 어디에도 남지 않는 이 작은 휴식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승진도, 드라마틱한 이직도 없지만, 무너져 가던 나를 붙들어 준 이 첫 캠핑이 없었다면 지금쯤 저는 훨씬 지친 얼굴로 이 글을 쓰고 있었을 겁니다. ‘회사 말고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비워 두었던 선택. 그 사소해 보이는 결심 하나가, 제 2025년을 지켜 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 여러분의 올해 잘한 일도,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멈춘 용기’가 아니었을까요?
올해 내가 잘한 일은, 일을 잘한 게 아니라 ‘멈춘’ 일입니다.
12월 13일 | 조회수 1,631
미
미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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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늘을품는힘
어제
악보에 쉼표가 괜히 왜 있겠어요! 너무 잘 하셨어요.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힘을 얻고 내가 선호하는 업무 환경을 가진 곳을 찾아가시면 되죠!
악보에 쉼표가 괜히 왜 있겠어요! 너무 잘 하셨어요.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힘을 얻고 내가 선호하는 업무 환경을 가진 곳을 찾아가시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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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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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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