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좀 깁니다. 40대 아저씨의 그냥 인생 개똥철학? 훈수 같은거니까 그런거 필요 없다면 뒤로가기 눌러주십쇼. 시작합니다. --- 감정은 "감정적"으로 시작되지만 생각보다 "감정적"인 방향으로 지속되지 않습니다. 감정은 사건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건에 붙는 해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같은 일이 벌어져도 “왜 그랬는지”를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집니다. 누군가 빠른 걸음으로 저를 치고 지나갔다고 해보겠습니다. 첫 반응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저 ㅅㄲ 뭐지?” 그런데 알고 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감정이 빠르게 후퇴합니다. 사건은 같지만 ‘의도’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그냥 술 취한 사람이었다면요. 그리고 제가 술 취한 사람을 싫어한다면, 감정은 안정화가 아니라 가속을 선택합니다. 이쯤 되면 인간은 상당히 일관적입니다. 사건 자체보다, 내가 싫어하는 범주로 분류되는지가 더 큽니다. 사건은 한 줄인데, 머릿속 분류표가 그 뒤에 페이지를 붙입니다. 세상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맥락에 맞춰 행동하고, 우리도 무의식적으로는 그걸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빠른 이해’를 위해 손잡이를 찾기도 하죠. 별자리, 혈액형, MBTI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들이 과학인지 아닌지는 잠시 접어두고, 기능은 분명합니다. 복잡한 인간을 빨리 정리해 마음을 편하게 만듭니다. “아, 저 사람은 O형이라 그렇구나.” “아, 저 사람은 ENTP라서 논쟁을 하는 게 숨 쉬는 거구나.” “아, 저 사람은 물고기자리라 감정이 깊… 아니, 잠깐. 물고기자리였나?” 정확하진 않아도, ‘분류했다’는 감각이 불안을 줄입니다. 인간은 데이터가 부족하면 가설이라도 세우고 싶어합니다. 마음이 마치 운영팀처럼 “원인 분석 없이 장애 종료가 싫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저처럼 예민한 사람에게는 여기서 일이 복잡해집니다. 맥락을 이해하는 게 어려울 때도 있고, 심지어 그 일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의 사정을 매번 읽어내는 건 고급 작업이고, 상시 운영으로 돌리기엔 비용이 큽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공감능력은 노력만으로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성향에 가까운 영역이 있고, 그 영역을 “마음먹으면 된다”로 처리하면 오히려 더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시점부터 결론을 바꿨습니다. 모든 사람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맥락을 무시하는 쪽으로요. 여기서 말하는 무시는 냉혈함이 아닙니다. 사건이 들어왔을 때 자동으로 따라붙는 “추가 설명”을 중간에서 끊는 겁니다. “왜?” “원래 저래?” “저런 인간은…” 같은 후속 문장들이 쏟아지기 전에, 그냥 닫아버리는 방식입니다. 제 뇌가 굳이 열지 않아도 되는 탭을 자꾸 띄우길래, 제가 직접 닫는 쪽을 택했습니다. 물론 이게 “멍청이처럼 맞고만 있어라”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해코지를 하거나, 명백히 선을 넘는다면 당연히 맞서야 합니다. 다만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건 그보다 작은 일들입니다.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도 않고, 한 번 지나가면 끝날 수 있는 것들. 그런 일들에까지 매번 판결을 내리기 시작하면 제 감정은 과로합니다. 법정이 열리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하루에 열리는 재판 수가 너무 많습니다. 판사도 저고, 검사도 저고, 피고도 결국 저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피곤”입니다. 저는 그래서 분류를 조금 바꿨습니다. 어떤 일은 대응해야 하고, 어떤 일은 그냥 불쾌할 뿐입니다. 불쾌한 일을 위험처럼 다루면 화가 크게 씁니다. 예를 들어 누가 엘리베이터에서 “문좀 잡아주실수있나요?”가 아니라 “문 좀 잡아봐”라고 말했다고 해서, 제 인생의 안전이 위협받는 건 아닙니다. 그건 그냥 말투가 마음에 안 드는 사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걸 “저 ㅅㄲ는 뭔데 말이 짧지…?” 같은 이야기로 확장하면, 사건은 3초짜리인데 감정은 30분짜리가 됩니다. 그 27분은 제가 만든 추가 분량입니다. 여기서 제가 새로 알게 된 건, 감정을 낮추는 데 꼭 공감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감이 늘지 않아도, 의미를 덜 붙일 수는 있습니다. 해석을 덜 하고, 설명을 덜 만들고, 결론을 서둘러 내리지 않는 것. 이것은 윤리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하면 몸에 붙는 습관 쪽에 더 가깝습니다. 어떤 날은 제 안에서 이런 말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왜 저래?” “원래 저런 타입이지.” “요즘 사람들 진짜…” 이 문장들이 시작되는 순간, 저는 제가 어디로 가는지 압니다. 화는 대개 사건에서 오지 않고, 그 다음 문장에서 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다음 문장을 생략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럴 수도.” “지나감.” “내가 처리할 티켓 아니다.” 이런 짧은 문장으로요. 인격이 성숙해져서가 아니라, 단순히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친절해지려는 게 아니라 덜 지치려는 겁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렇게 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세상을 다 이해하지 않아도 살 수 있더군요. 모든 맥락을 알아내지 않아도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맞서야 할 때는 맞서고, 넘어가도 되는 일은 넘어가고, 그 사이에서 내 감정을 ‘의미’로 과열시키지 않는 것. 예민한 사람이 덜 예민해지는 길은 타인을 더 열심히 이해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더 많이 무시하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쓴이 약력 * 공황장애로 2년간 정신과 약먹음 * 예민한데 싸움은 잘 못해서 화병 난 적 수차례 있음 * 시내에서 운전만 하면 택시에 대고 쌍욕 수백번 퍼붓는 편
예민한 사람의 "덜 예민해지는 방법"
12월 13일 | 조회수 1,337
m
mrrmmmrr
억대연봉
댓글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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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이
이건 어이 없네
어제
이번 주는 퇴근을 해도, 연차를 사용해 일부러 머리를 비워보려 해도
업무 생각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가슴은 계속 콩닥거리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몰랐으니 저렇게 했겠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독여 보려 합니다.
이번 주는 퇴근을 해도, 연차를 사용해 일부러 머리를 비워보려 해도
업무 생각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가슴은 계속 콩닥거리고,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몰랐으니 저렇게 했겠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겠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다독여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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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rmmmrr
작성자
어제
이해 조금 해보려고 노력하시다가 안되면 그냥 쌍욕하세요 ㅎㅎ 힘내십쇼!
이해 조금 해보려고 노력하시다가 안되면 그냥 쌍욕하세요 ㅎㅎ 힘내십쇼!
4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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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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