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회복이었다.

12월 12일 | 조회수 2,105
은 따봉
송무전문벼농사

요즘 아내는 몹시 지쳐 있었다. 후임변들의 미숙한 업무, 끝도 없이 밀려드는 사건들, 그리고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 이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다 보니, 아내에게는 한숨보다 짧은 여유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때로는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아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까? 아내의 하루는 늘 긴장으로 시작해, 피로로 끝났다. 하루를 온몸으로 버텨낸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본능처럼 가장 먼저 아내의 얼굴을 살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아내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하루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일상의 파편들. 그 말들 속에는 단순한 업무 보고가 아닌, 살아낸 하루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나는 말 대신 귀로 대답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아내의 손을 잡는다. 남편인 내가 대신 해결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늘 안타깝지만, 적어도 아내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만은 느낄 수 있기에 나는 말없이, 곁에 머문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침대에 누웠고, 몇 번 뒤척이다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조용한 숨결이 방 안에 고요히 퍼졌고, 다 닳은 사람처럼 잠든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다 나는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는 잠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어쩌면 잠은 아내가 세상의 피로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작고도 단단한 피난처일지도 모른다. 방 안의 불을 끄고 한기가 있는 소파에 몸을 누였다. 혹시라도 아내의 잠이 깰까 봐, 혹시라도 이 평온이 흐트러질까 봐. 아내가 온전히 쉴 수 있다면, 이 정도의 추위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날 밤, 나는 한기가 드는 거실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침이 왔다. 아내는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넸고, 얼굴엔 오랜만에 미소가 떠올랐다. 곧이어 나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번엔 대체휴일까지 껴 있어서, 사흘을 쉴 수 있대.”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오랜만의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문득 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평온을, 이 웃음을 조금 더 오래 이어주고 싶다고. 그래서 아내의 손을 잡고,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잠실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아내가 오래전부터 망설이며 바라보던 쇼메의 목걸이, 그리고 입을 때마다 조금 더 당당해 보이던 케네스 레이디의 옷. 가격은 충분히 망설이게 했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월급의 절반쯤을 지출했지만, 그건 단지 ‘소비’가 아니었다. 그건 분명 회복이었다. 그날, 아내는 하루 종일 웃었다. 목걸이를 매만지며,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그 웃음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번져왔다. 마치, 나 역시 선물을 받은 것처럼. 나는 생각했다. 지친 삶 속에서 우리가 다시 함께 걸어가려면, 이런 회복이 가끔은 필요하다고. 그리고, 오늘 하루가 아내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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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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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따봉
    택배요
    3일 전
    자기감상에 너무빠져계신뎈ㅋㅋㅋㅋㅋ
    자기감상에 너무빠져계신뎈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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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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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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