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기독교 신자분과의 파혼 위기 글을 읽고, 댓글로 쓰기엔 너무 긴 이야기라 게시글로 전해봅니다. 그분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무교에 가까운 불교였고(평소에는 절에 안 가지만 힘든 일 있으면 가는 정도), 전남편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연애 때는 서로 존중해 주는 줄 알았죠. 그분의 글처럼 저도 처음에는 일요일에 같이 교회 가주는 정도로 결혼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곧 십일조를 요구하더군요. 그때문에 꽤 오래 싸웠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십일조까지는 아니지만 매달 특정 금액을 헌금으로 내기로 합의하면서 겨우 싸움을 멈췄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제 삶이 교회에 종속되기 시작한 거죠. 곧 시부모님이 합세했습니다. 교회 행사 여기저기에 저를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일요일이 아닌 평일 새벽이나 저녁, 토요일에도 교회에 가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믿음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해가 안 되는 걸 억지로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유일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해가 안 됐거든요. 불교는 신을 믿는 개념이 아니라 성찰의 개념이어서 상관없었는데, 교회는 유일신을 주장하니까요. 끝을 모르는 우주에 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하나밖에 없단 말입니까. 하물며 사람도, 인종도, 동물도, 식물도, 미생물도 얼마나 다양한데요. 사실 처음에는 그냥 그리스 로마 신화 읽는 느낌으로 성경을 읽어서 재밌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불편해졌습니다. 예수님을 비롯한 성인들은 실제로 존재하든 아니든 대단하신 분들이 맞지만, 그걸 믿는 사람들의 배타성과 편협함이 저를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심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건 아이 문제였습니다. 이러다 아이가 생기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모태신앙이 되겠구나 싶었고, 아이들이 이런 편견 가득한 믿음을 갖고 살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아이에게는 선택권이 없을테니까요. 아이가 생기기 전에 이혼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합의 이혼했습니다. 놀랍게도 지금 남편도 기독교 신자 입니다. 하지만 나이롱이라 아주 평화롭게 잘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험이 있으니 사귀기 전에도 몇 번을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혼을 했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는 무섭다고. 근데 자기도 교회는 불편해서 안 간다며 실제로 일요일에 계속 데이트를 잡는 성의를 보여줘서 ㅎㅎ 결국 사귀게 됐고, 결혼하고서도 단 한 번도 교회 같이 가자고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자기도 잘 안 갑니다 ㅎㅎ 그냥 밥 먹기 전에 혼자 짧게 기도하는 정도고, 힘들 때만 찾습니다. 그 편안함이 저와 잘 맞습니다. 세살 된 귀여운 딸내미와 주말이면 종종 여기저기 다니면서 꺄르르 꺄르르 노는데, 만약 이혼 안했으면 아이에게 이런 주말이 없었겠구나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더라고요. 결론은 그거예요. 끼리끼리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만으로는 신념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상대방의 신념에 짓눌려 살게 됩니다. 종교 때문에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시는 분들, 저처럼 실패를 겪지 마시고 신념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세요. 그게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실한 기독교인 남편과 결국 이혼했습니다.
12월 13일 | 조회수 3,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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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치킨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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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포지타노
어제
힘내세요! 기독교는 기독교끼리 만나야해요. 아님 남 인생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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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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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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