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버튼 누르기 전에, 시장가치 점검 결과로 90일짜리 이직 전략 짜는 법 앞 글에서 “퇴사 버튼 누르기 전에, 먼저 시장가치부터 점검해보자”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댓글들을 보니, 이미 비슷하게 셀프 점검을 해본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연봉, 직급, 내가 할 수 있는 일, 회사 안에서 열려 있는 자리까지는 대략 감이 있는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여기까진 알겠는데,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하죠?” 오늘은 이 지점에서, 시장가치 점검 결과를 가지고 90일짜리 이직 전략으로 바꾸는 방법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전체 흐름은 이렇게 세 단계입니다. 1단계. 시나리오 3개로 판부터 그리기 2단계. 시나리오마다 ‘증거 번들’ 만들기 3단계. 90일짜리 이직 캠페인으로 캘린더에 박아 넣기 ---- 1단계. 시나리오 3개로 판부터 그리기 1-1. 시나리오 A : 같은 업·직무에서 환경만 바꾸는 수평 이동 예) 제조업 생산기술 → 다른 제조사 생산기술 예) SI 개발자 → 인하우스 개발팀·스타트업 개발팀 예) 영업 → 같은 업계 다른 회사 영업 → 지금 하는 일은 살리고, 회사·팀 문화·보상·기회만 바꾸고 싶은 경우입니다. 1-2. 시나리오 B : 같은 분야에서 한 단계 스텝업하는 이동 예) 대기업 대리 → 동종 업계 매니저·팀장 예) 파트리더 → 소규모 조직 리더, BU 오너 예) 영업사원 → KAM, 영업기획 → 연봉, 직급, 책임이 한 단계 커지는 시나리오입니다. 1-3. 시나리오 C : 업·직무를 바꾸는 피벗 시나리오 예) 제조 설비 엔지니어 → 데이터 분석·프로덕트 예) 콜센터·CS → CX·서비스기획 예) 오프라인 영업 → 이커머스 MD·운영 → 완전히 다른 루트로 갈아타는 선택이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연봉·직급이 한 번 꺾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신 장기적으로는 커리어 방향을 크게 바꾸는 선택이죠. 1-4. 시나리오 선택에서 중요한 두 가지 첫째, 지금 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무엇인지입니다. 당장 생활비가 빠듯한데 피벗(C)만 고집하면, 90일짜리 전략이 아니라 2~3년짜리 프로젝트가 됩니다. 둘째, 각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입니다. 반대로 A와 B를 열어둔 상태에서 “먼저 A로 옮기되, B와 C 준비도 장기적으로 병행하겠다”처럼 시나리오를 조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1-5. 지금 해볼 수 있는 액션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 첫째, A·B·C 세 가지 중에서 지금 내게 현실적인 시나리오 2개를 먼저 고릅니다. 둘째, 각 시나리오에 대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한 줄씩 써봅니다. 예를 들면, 연봉 10% 다운은 가능하다, 이직 후 1년 안에 야근 늘어나는 건 감수 가능하다, 지역 이동은 절대 불가하다 같은 식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 2단계. 시나리오마다 ‘증거 번들’을 만든다 시나리오를 골랐다면, 이제 그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형태로 묶어야 합니다. 저는 이걸 “증거 번들”이라고 부릅니다. 증거 번들은 다음 세 가지가 세트로 준비된 상태를 말합니다. 2-1. 이력서 한 버전 2-2. 숫자로 설명되는 케이스 스토리 세 개 2-3. 한 문장 자기소개 이 세 가지가 준비돼 있으면, 외부 이직이든 내부 이동이든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2-1. 이력서 한 버전 시나리오 A, B, C마다 이력서 버전은 다르게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필요는 없고, 앞에 내세우는 것만 달라도 효과가 큽니다. 수평 이동인 A라면, 같은 업계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실적을 냈는지를 전면에 두는 게 좋습니다. 스텝업인 B라면, 작은 팀이나 프로젝트라도 “실제로 이끌어본 경험”을 첫 줄에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벗인 C라면, 기존 직무 경험을 새 직무에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설비 담당”을 “공정 데이터를 이해하고, 병목을 찾는 역할”처럼 표현하는 식입니다. 2-2. 숫자로 설명되는 케이스 스토리 세 개 직무와 상관없이,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전에는 무엇이 어느 정도였는데, 내가 관여한 뒤에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고, 그 결과 시간·비용이 줄거나, 매출·사용자가 늘었다는 식으로 정리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영업이라면 신규 매출 3억, 기존 고객 이탈률 15%에서 7%로 감소. 개발·데이터라면 장애율 2%에서 0.5%로 감소, 배포 리드타임 5일에서 2일로 단축. 생산·운영이라면 불량률 3%에서 1%로 감소, 리드타임 10일에서 7일로 단축. 지원·HR·총무라면 인당 처리량 30% 증가, 결재 리드타임 5일에서 2일로 단축. 숫자가 아주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전과 후가 비교되는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2-3. 한 문장 자기소개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8년차 생산기술, 최근 3년은 라인 개선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불량률 40%를 줄였습니다.” “지금은 콜센터 리더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CX 전체 여정을 설계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한 문장은, 다른 사람이 나를 소개해줄 때도 바로 가져다 쓰기 좋습니다. 2-4. 이 단계에서 해볼 액션 선택한 시나리오마다 다음 세 가지를 “일단 첫 버전”이라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첫째, 이력서 한 개 버전. 둘째, 숫자로 설명되는 케이스 스토리 세 개. 셋째, 한 문장 자기소개 한 개. 완성도가 100퍼센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일단 70퍼센트 수준으로라도 꺼내놓으면, 나중에 고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 3단계. 90일짜리 ‘이직 캠페인’으로 캘린더에 박아 넣기 전략은 캘린더에 박혀야 실행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이직 준비를 90일짜리 캠페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3-1. 네트워킹 2주에 한 번은 업계 동료, 전 동료, 헤드헌터, 관심 회사 사람 중 누구든 한 명과 30분 정도 대화를 잡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꼭 오프라인 커피챗이 아니어도 됩니다. 전화, 줌, 메신저로 근황을 나누는 것도 모두 포함입니다. 3-2. 지원과 노출 관심 회사와 직무를 기준으로, 주 1회에서 2회 정도는 실제로 지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공고 지원, 지인 추천, 헤드헌터 컨택을 섞어서 90일 동안 최소 10군데에서 20군데 정도까지는 “시장에 나를 노출했다”는 숫자가 남도록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3-3. 역량 보완 특히 피벗인 시나리오 C를 준비한다면, “증거를 하나 더 쌓는 활동”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 온라인 강의 하나 완강. 토이 프로젝트나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 회사 안 태스크포스나 프로젝트에 자원해서 참여. 이 정도 활동이 90일 안에 한두 개 들어가면 좋습니다. 3-4. 표준 플랜과 미니멈 플랜을 같이 정하기 모두가 같은 에너지와 시간을 가진 것은 아니라서, 저는 보통 두 단계로 나눠서 생각하자고 합니다. 표준 플랜 예시는 이렇습니다. 2주에 1번 네트워킹. 주 1회에서 2회 지원. 90일 동안 역량 보완 활동 한두 개. 미니멈 플랜 예시는 이렇습니다. 90일 동안 대화 세 번, 실제 지원 다섯 건. 표준 플랜을 다 못하더라도, 미니멈 플랜 정도를 지켰다면 이미 “생각만 하는 단계”는 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90일 동안 이 정도도 하나도 손을 못 댔다면, 지금은 이직보다 에너지, 건강, 생활 패턴부터 손봐야 하는 타이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아직 움직일 준비가 안 됐구나”를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서 오늘 내용을 세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시장가치 셀프 점검이 끝났다면 1단계에서 정리한 것처럼 A, B, C 세 가지 시나리오로 판을 그리고 현실적인 두 개를 고른다. 둘째, 각 시나리오마다 2단계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력서 한 개, 숫자 케이스 세 개, 한 문장 자기소개로 나만의 증거 번들을 만든다. 셋째, 그 증거 번들을 3단계의 90일짜리 이직 캠페인으로 캘린더에 박아 넣고, 표준 플랜과 미니멈 플랜을 같이 정해둔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보고 싶습니다. 지금 내 상황에서는 1단계 시나리오 정리, 2단계 증거 번들 만들기, 3단계 90일 캠페인 설계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디부터 손대는 게 제일 현실적일 것 같으신가요? 댓글에 “저는 1단계부터 해보겠습니다” “저는 2단계부터 먼저 해보겠습니다” “저는 바로 3단계 캠페인 설계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 줄만 남겨주셔도 좋겠습니다. 그 한 줄이, 본인에게는 꽤 큰 시작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 지금 글은 ‘여기선 더 못 크겠다’ 고민 시리즈의 다음 편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순서대로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1부. 회사 안에서의 내 위치 정리하기] 일은 잘하는데, 이 회사 안에서는 더 못 클 것 같다 느끼는 분들께
버틸까, 떠날까 사이에서 진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들 특징 리더 입장에서 본, “여기선 더 못 크겠다”는 에이스를 대하는 세 가지 방법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본, “여기선 더 못 크겠다”는 에이스를 대하는 세 가지 현실적인 방법 [2부. 시장가치와 이직 전략] 퇴사 버튼 누르기 전, 먼저 해보는 ‘시장가치 셀프 점검 3단계’ (이번 글) 시장가치 점검 결과를 가지고 90일 이직 전략 짜는 방법퇴사 버튼 누르기 전에, 시장가치 점검 결과로 90일짜리 이직 전략 짜는 법
12월 12일 | 조회수 1,202
Z
Z2Ops
억대연봉
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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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
냐오잉
3일 전
좋은 글 감사합니더
좋은 글 감사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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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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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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