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빈말로도 넉넉하게 산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희 집이 부족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갖고싶다고 하면 무엇이든 가져다 주려는 부모님이 있었으니,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 손으로 돈을 벌면, 부모님께 뭔가 갖고싶은 게 없는지 물어보겠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아도 가져다 주는 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채용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좋지 않았고, 지방은 더더욱 심했습니다. 취준기간이 길어지자, 저는 결심했습니다. 부모님께 두달 안에 취직하지 못하면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리곤 작은 캐리어 하나 품고 상경했습니다. 서울올라가는 버스에서, 티비로만 듣던 노량진 고시원이라는 곳을 찾아봤어요. 괜찮아보이는 세곳을 정해 순서대러 돌아다니다 그중 하나와 계약하고 다음날부터 공격적으로 자소서들을 넣었습니다. 2주쯤 되었을 때 면접소식을 받기 시작했고, 두달 쯤 되었을 때 취직이 되었습니다. 취직이 되자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보다도 현실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원룸으로 이사하고, 10만원짜리 침대와 베개, 옷걸이,작은 선반 등을 사고, 적당히 출근복으로 될만한 2-3만원짜리 옷 몇 벌 샀는데 식비도 겨우 남더군요... 수습기간이라 이리저리 얻어먹는 식사가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정규직이 되면서 제 삶도 좀 안정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머니 안부를 묻는 전화로, 지인 분의 딸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 지인 분은 옛날부터 은근하게 어머니의 소박한 차림새를 지적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제가 끼어들어 너스레를 떨었어요. "우리엄마 퍼스트명품은 내가 사준다!"라고 하면서요. 저희 집과 다르게 가족끼리 데면데면한 약점(?)이 있는 분이라 늘 우리 모녀관계를 부러워했기에, 제가 대신 약올리려고 했던 말이었습니다. 그 기억이 문득 다시 떠올랐고, 고민끝에 어머니께 진짜로 퍼스트명품 사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루이비통 가방 중 저렴한 라인들 중 하나를 골라 선물했습니다. 저는 할부를 갚느라 결국 다시 몇달을 라면먹는 생활로 돌아왔고, 그런 와중에도 이왕 사드리는 거 100만원 더 써서 좋은 거 사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친척들 앞에서 얌전히 앉아 가방을 안고있는 어머니를 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저는 12월24일 월급이 들어오면 8개월짜리 마지막 할부를 내게 됩니다. 마치 한 해를 아등바등 버텨서 마무리해낸 기분이에요. 이번해의 저, 100점짜리는 아니었지만 60점은 되지 않았나 스스로 평가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부지는 못해드려서 죄송해요, 다음엔 아부지에요!
울엄마 퍼스트 명품 선물했습니다^&^
12월 09일 | 조회수 348
얼
얼레리소다팝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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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곰고로곰곰
12월 09일
멋집니다. 진심으로요.
멋집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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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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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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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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