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12월 01일 | 조회수 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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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따봉
03010

안녕하세요. 오늘은 거짓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항상 겉모습만 중시했던 저라서요. 제 기억은 반지하방에서 아버지가 식칼을 들고 가스밸브를 자르려고 했던 그 주방에서 시작 됩니다. 평소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 앞에서 매일 다투셨고, 항상 상이 엎어지거나 집안 물건이 깨져 있는게 일상다반사였습니다. 그럼에도 애기때 기억은 그리 슬프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무뎌져서 그런걸까요? 그리고 저에겐 네살 터울인 언니가 한명 있는데요. 선천적으로 심장판막에 문제가 있어 큰 수술을 몇차례 받기도 하고, 그 때마다 수술비에 허덕여 힘들어하는 부모님과 어린 나이에 그 고통을 다 감당해야만 했던 언니가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시점에 언니는 집을 나갔습니다. 저희 부모님의 통장과 도장을 들고요. 사실 언니는 고등학교때부터 네이트온이나 랜덤채팅을 통해 여러 남자를 만났었고, 저는 이 사실을 엄마에게 말했었습니다. 이 때 당시에는 이게 최선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대화해 볼걸 후회가 되긴 하네요. 언니가 고2때 교회 수련회를 간다고 하고는 당시 성인이었던 남자와 무주에서 1박 2일 놀다온게 들통났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그 남자를 집에 데려와 배드민턴채를 휘두르며 훈계질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부모님은 이제야 저에게 관심이 쏠렸던거 같아요. "너는 언니처럼 살면 안돼" 이런말과 함께요. 사실 언니가 집을 나간 후 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졌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먹고 더욱 더 심한 행패를 부리시고, 어머니는 울면서 아빠와 언니 때문에 너무 힘들다, 그래도 피붙이인데 너가 언니랑 잘 말해봐라, 연락 좀 해봐라 라는 말을 저에게 계속 하셨어요. 저도 처음에는 언니가 갑자기 사라지니 얼떨떨한 마음이었지만 연락을 아예 받지 않으니 저도 지치더라구요. 그렇게 제가 고3이 되고 당시 실업계 고등학교를 재학중이라 취업전선에 바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돈을 빠르게 많이 벌어서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으셨으면 좋겠어서요. 나이도 많이 어리고, 처음 배우는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 격무와 잦은 야근으로 인해 힘든 와중에 언니에게 연락을 받게 됩니다. 인공판막을 바꿔야 하니 수술비를 달라고요. 이 때 당시 모든게 무너지는거 같았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언니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기꺼이 모아두었던 돈을 보탰고 저는 처음으로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회사 휴직처리 후 강북삼성병원 폐쇄병동에 약 한달 가량 입원을 했고, 주치의 소견을 듣고 2018년도경 자취를 결심하게 됩니다. 이사를 하고 초반에는 부모님의 언쟁을 안보게 되고, 동네 친구와 함께 노는 행복이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진 못했네요. 월세와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선 다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자취집과 회사의 거리가 약 1시간 반정도 걸렸던 터라 정신이 완전 회복되기도 전에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다 보니 어느샌가 제가 모아두었던 한달치 약을 다 털어먹고 응급실에 와있더라구요. 사실 이 때 기억이 잘 안납니다. 불안한 마음에 어머니는 집에 다시 돌아오기를 희망하셨고, 저도 이제는 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집에 들어왔습니다. 퇴사 후 퇴직금으로 솔직히 하고 싶었던거 많이 했던거 같아요. 일본여행도 다녀오고, 덕질도 후회없이 해보고, 맥북이나 전자기기도 사고, 비싼 음식도 턱턱 시켜먹고, 혼자 스위트룸 객실에 묵어도 보고.. 근데 엄청난 사치였던거죠. 그 후에 일은 생각도 못하고 약 1년간 쉬고, 다시 직장을 구했고 일을 다니다가 다시 자취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집에 못있겠더라구요. 재차 부모님의 언쟁, 특히 어머니가 저를 볼때마다 언니 얘기를 언급하는게 힘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두분 다 나이가 있으시다보니 우울증을 정신이 약해서 그런거다 라고 생각을 하시고, 제가 진지하게 그런 말은 나에게 큰 상처다 라고 말을 해도 안바뀌시더라구요. 그렇게 21년도에 집을 나오게 되었는데, 모아둔 돈이 없어 대출을 받게 됩니다. 전세대출 9천 & 신용대출 4천을요. 여기서 돈의 무서움을 너무 몰랐던거 같아요. 어쨌든 계속 일을 해왔으니까 돈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근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퇴직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일자리가 바로 구해져 일을 계속 해왔습니다. 대출이자가 꽤나 컸지만 잘 갚아나가면서요. 그런데 제가 잘못 생각해온거 같아요. 목돈을 전혀 모으지 못했거든요. 저도 축농증, 편도제거, 난소기형종 수술을 해왔던 터라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7월달 퇴사 후 수령 받은 월급과 퇴직연금은 일부 대출금 과 카드값 등 갚는데 다 썼고, 현재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잔고가 251,000원 뿐이네요 다시 일을 구해야 할텐데 구차한 핑계일 수 있지만 무섭습니다. 하루 하루 무기력감과 싸우며 왜 살아야하는지 도저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거든요.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고, 숨이 막혀요. 담낭에 혹도 있어서 그런지 요즘 기름진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하고, 하루 1끼 먹고 있어서 급격히 살도 빠지고 있네요.. 부모님에게는 죽어도 못 말할거 같아요. 어머니는 작년에 크게 넘어지셔서 다리 깁스를 하셨는데 아직도 계단 내려 가실때마다 한칸 한칸 내려가세요. 그럼에도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계십니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제가 태어날 때 막노동 일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약 30년간 시멘트 미장을 하시다가 현재 어깨 수술 후 쉬고 계십니다. 집에 계속 있는것도 외롭고 힘들다 하십니다. 솔직하게 돈 좀 달라고 말하면 벌써부터 불효자가 되는거 같아서요. 여담이지만 어제 전세 계약 연장을 위해 임대인분과 부동산에 만나서 계약서를 다시 썼습니다. 아버지/어머니 나이대 두분이 오셨는데, 실제 임대인은 저보다 4살이나 어렸고 부모님이 본인 딸에게 준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에게 딸 자랑을 하는데 행복해 보이셔서 저는 더 마음이 욱씬거리네요. 다 포기하고 싶어져 토요일날 우울증 약을 먹은 후 손목 자해를 했습니다. 집 가까이 살고 있던 친구가 낌새를 알고 와서 구급대에 신고를 해서 경찰/구급대도 오고 그랬네요.. 경찰이 보호자에게 말하는게 의무라고 하여 전화 했지만, 다행히 부모님이 제사로 인해 시골에 내려가고 있어 서울에 오진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더 속상해하실거 같았어요. 다행히 잘 둘러대어 그냥 약을 평소보다 과다복용한 정도로 알고 계세요. 그래도 속시원하게 쓰니까 조금은 낫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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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미스터리명함
    억대연봉
    4일 전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앞로도 힘드시면… 언제든 글 남겨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비록 응원밖에 없지만 그 작은 응원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며 더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필력이 참 좋으신데 기회가 있으셨다면 글을쓰는 일을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조금이라도 쓰니님께서 하시고 싶은 것들을 하시며… 지금 힘든 상황을 이겨내시길 응원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앞로도 힘드시면… 언제든 글 남겨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비록 응원밖에 없지만 그 작은 응원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며 더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필력이 참 좋으신데 기회가 있으셨다면 글을쓰는 일을 하시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조금이라도 쓰니님께서 하시고 싶은 것들을 하시며… 지금 힘든 상황을 이겨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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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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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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