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왜 사는 게 이렇게 노잼이 됐지?” 그리고 그 시작점을 떠올려보면 결국 그 사건으로 돌아간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가 망해버리고, 그 과정에서 받지도 못한 돈이 남았고, 믿었던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그대로 겪었다. 그때 이후로 뭔가 크게 달라졌다. 계획을 세워도 “이게 진짜 될까?”라는 생각이 자꾸 앞선다. 희망을 향해 나아가려고 해도 발목을 잡는 그림자 같은 게 생긴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은 미래를 상상하면 감정이 아예 꺼져버린다. 이게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때 겪은 충격 때문에 뇌가 나를 보호하려고 만든 패턴이라는 걸 최근에야 조금 알게 됐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의 뇌는 의외로 단순하다. 1. 미래를 떠올린다. 2. 과거의 실패, 무너짐, 상실 감정이 자동 재생된다. 3. 감정 폭발을 막기 위해 뇌가 “정지” 버튼을 누른다. 4. 그래서 감정이 꺼지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 셧다운. 그냥 마음이 멈추는 것 같은 상태. 나는 그게 나한테만 있는 이상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건 트라우마가 남긴 흔한 후유증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 사건은 단순한 ‘회사 파산’이 아니라, 내가 세워온 미래가 한 번에 산산조각 나는 경험이었다. “계획을 세워도 소용없다”는 메시지가 감정보다 더 깊은 곳에 새겨져 버린 것 같다. 그래서 다시 계획을 세우려고 하면 두려움이 아니라 무기력이 먼저 찾아온다. 두려움은 움직이게라도 하는데 무기력은 그냥 바닥에 주저앉힌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완전히 멈춘 건 아니다. 그저 방향을 잃은 상태일 뿐이다. 폭풍을 지나온 사람처럼. 마음 한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이유가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큰 걸 한 번에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려고 한다. 그래도 가끔 아주 작은 움직임이 생긴다. 바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잠깐 눈을 감아보고 싶고, 사람들의 선한 이야기나 누군가의 고통을 보면 마음이 조금씩 반응한다. 완전히 닫힌 게 아니라 아직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다는 뜻이겠지. 무기력이 길어지면 가끔 “왜 사는 거지?”라는 질문까지 따라온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이거다. 이 질문 자체가 사는 데 필요한 의미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증 아닐까? 나는 아직 희망을 만들 준비는 안 되어 있다. 하지만 희망이 들어올 수 있는 틈 정도는 조금씩 내보려고 한다. 바람 한 번 쐬는 것, 혼자 조용히 걷는 것, 하루에 단 한 장면이라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을 찾는 것. 거창한 변화는 없어도 된다. 지금의 나는 작은 숨구멍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언젠가 이 무기력도 지나갈 거라는 걸 아주 미약하게라도 믿어보고 싶다. 오늘의 기록은 그냥 이것뿐이다. 나는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감정이 잠시 멈춘 것뿐이고, 그건 내가 너무 많은 걸 겪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나를 이해하고 싶다.
무기력
11월 25일 | 조회수 291
마
마그넷틱
댓글 3개
공감순
최신순
빨
빨리 정리하는게
11월 26일
30대면 글적은 현타가 올 때되었죠.
다들 비슷하게 겪습니다
30대면 글적은 현타가 올 때되었죠.
다들 비슷하게 겪습니다
(수정됨)
답글 쓰기
0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답글 쓰기
0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답글 쓰기
0
추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