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일 공공기관에서 15년차 재직중입니다. 입사 이후 현재까지 화수분과 같이 마르지않는 업무에 TF팀에 있었던 1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괴로워했습니다. 자타공인 일 복 많은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신입 때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원인을 스스로한테서 찾았습니다. 내가 일을 잘하고, 팀 업무를 내 일처럼 챙기면 언젠가 괴롭힘이 멈출거라 생각했습니다. 혼자 새벽에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며 눈물이 나는 날엔 홀로 운동장을 돌며 억눌렀습니다. 부서내 신임을 받으며 괴롭힘은 멈췄지만, 회사에서의 제 이미지가 "시키면 하는 호구"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 후 온갖 기피성업무를 처리했습니다. 우울증이 생겨서 심리상담도 받고 부서이동도 신청했는데, 관리자의 압박에 이동을 취소당한적도 여러번이었습니다. 15년간 저의 모든 부서이동은 직제개편에 따른 조직차원 강제이동이었습니다. 제가 현재 소속된 부서에 처음 강제 발령이 났을때, 이번엔 딱 1인분만 하겠다고, 호구가 되진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버릇을 못버리고 일하다보니 어느새 신임과 일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구축되어버린 이미지와 제 성향으로는 한 부서에 오래 있을 수록 호구가 되는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늦기전에 다른 부서를 가서 이 이미지를 리프레시하고싶은데, 주변에서는 전 어딜가든 반복될텐데 굳이 분란을 만들거라고 합니다. 부서내 입지가 강해진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연공중시 풍토가 강한 곳이라, 평가는 항상 연공에 밀려 어느 부서든 A를 받고있습니다.(승진순번이 S를 받고 저는 그 아래에서 가장 높은 걸 받는겁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항상 더 많은 일이지요. 부서장은 저에게 3,4년 뒤 부서의 미래사업을 상의합니다. 제가 할 것이라 믿고있는데, 그걸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 화가 납니다. 저는 호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제 연차가 승진가시권이 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부서이동하며 여러 일을 배우고 싶습니다. 사실 보상도 없이 저만 믿고있는 저 관리자들의 뒷통수를 치고 싶기도 합니다. 타인의 조언처럼 부서이동은 정말 분란만 일으키는 악수가 될까요? 호구가 되고 억울해 미치겠어도 부서내 입지를 계속 강화하는게 좋을까요?
노력이 배신당할때 떠나는게 좋을까요?
11월 21일 | 조회수 347
호
호구와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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