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받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회사에서 버스 세 정거장, 갱상도 말로는 세 코스. 내려서 5분만 걸으면 어느새 눈 앞에 잔뜩 우거진 나무들, 그렇습니다. 선릉과 정릉입니다. 1천원 밖에 하지 않는 입장료는 30분 산책에도 부담이 없어서 근처 회사를 다닐 때는 항상 이맘때, 밥 먹고 산책을 왔거든요. 가을한테 뚜들겨 맞을라꼬. 걷다보면 이 길을 함께 걷던 ex-회사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다들 잘 지내냐 카톡이라도 해보려다 아 얼마 전에도 만났지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못 만나는 친구 생각에 스탭이 꼬여 넘어질 뻔 했는데, 발 아래 가을이 푹신해서 넘어져도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아아 다정한 가을이여. 가을이 발 아래에도, 눈 앞에도, 곁눈질로도 잔뜩 깔려 있어서 그저 걷기만 하는데도 가을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기분입니다. 하마터면 가을에 치일 뻔.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부터예요. 클라이막스가 남았거든요. 많이들 무덤만 보시고 돌아가시는데요. 재실 뒷쪽 은행나무 보호수가 정말 아름답거든요. 사람도 없고, 다른 큰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이건 마치 비밀의 정원. 은행나무가 너무 커서 재실 위로 우뚝 솟은 게 보이지만, 우리네들은 하늘을 볼 줄 몰라 그냥 지나치기 일쑤거든요. 왕의 무덤도 보고, 왕이 걷던 길도 걸었는데 재실 따위 하고 말이죠. 하지만 비밀의 정원 안, 노란 은행나무 잎 카펫이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빛에 듬성 듬성 반짝이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처음 들어섰을 때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거든요. 잘 익은 은행나무 잎(과 열매)가 후두두 떨어지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시기니까요, 아름다움은 나눌수록 커지니까 큰맘먹고 나만의 비밀의 정원, 공유해봅니다. 오늘 한 번 방문해보세요. 선릉과 정릉의 재실 뒤 은행나무 보호수. 그럼 어제의 선릉과 정릉의 가을풍경들을 던지고 저는 제 갈길 가겠습니다요.
가을에 뚜들겨 맞았습니다.
11월 15일 | 조회수 2,448
본
본투비한량
댓글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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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mooooong
11월 15일
어머머머................아름답다 글도아름답고
어머머머................아름답다 글도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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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본
본투비한량
작성자
11월 15일
댓글도 아름답고
댓글도 아름답고
3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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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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