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인 남친 가게 일 도와주다가... 결국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11월 14일 | 조회수 17,679
쌍 따봉
막걸리발효중

남친은 작은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입니다. 사귄 지는 1년 반 정도 됐고요. 처음 만날 때부터 주위에서 자영업 하는 사람은 만나기 힘들 거라고,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어요.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게 마감하고... 쉬는 날도 일정치 않았습니다. 솔직히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하기 힘들었죠. 기념일이나 1주년 같은 날도 제대로 챙기긴커녕, 그날이 제일 바빠서 얼굴도 못 볼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매일 피곤에 찌든 모습을 보면 서운함 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더라고요. 그러다 한번은, 가게 영업 끝나고 저희 집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 연락이 안 됐어요. 혹시 몰라서 걱정되는 마음에 가게로 찾아갔더니 마감 하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마감을 돕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와줘서 일이 빨리 끝난다면 남친도 덜 힘들고 저도 남친과 같이 있을 수 있으니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거의 고정적으로 바쁜 요일엔 제가 퇴근하고 가서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어요. 가끔 알바가 펑크 낸 날에는 제 반차까지 써가며 달려간 적도 있을 정도로... 힘들다기보다, 그저 남친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심 힘들었었나봐요. 얼마전 저도 가게 가기로 한 날에 갑자기 팀 회의가 잡혀 1시간 정도 늦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남친이 조금 서운한 기색을 보이면서 "오늘 손님 많았는데 일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들었다"고 하는 말에 울컥해서 남친 앞에서 운 적이 있습니다. 저도 똑같이 일하고 지쳐서 달려온 사람인데... 게다가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발 동동거리면서 왔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눈물이 났어요. 왜 갑자기 우냐는 남친 말에 그래도 요새 매출 안나오는 것 때문에 엄청 예민한 상황이니까 그냥 회사가 힘들어서 울었다고 둘러대고 넘겨버렸는데... 결국 지난주에 헤어지자고 말해버렸네요. 이유는... 제가 본가 일 때문에 이번 주는 못 갈 것 같다고 했더니 남친이 한숨을 쉬면서 "아... 그날 단체 있는데 어떻게 안 될까? 지금 갑자기 알바 구하기도 힘든데."하면서 곤란해 하더라고요. 본가 가는 일이 좋은 일 때문에 가는 것도 아니었는데(부모님 병원 문제) 그거에 대한 걱정이나 위로는 커녕 제가 가게 일을 못하는 것부터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여자친구지, 알바생이 아니잖아요. 돈 한 푼 안 받고, 그저 그 사람이 덜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 그 얼굴 잠깐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 일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 제가 이 관계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가 한심하고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관계에서 더 이상 제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냥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남친은 "네가 먼저 도와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니까 당황해서 그랬다. 내가 가게 끝나고 힘들어도 너랑 데이트하려고 어떻게든 시간이나 체력 쪼개며 만났는데 고작 이런 일로 헤어지자고 하냐"며 오히려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네요. 자영업자 애인이니까 다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급 알바생 취급받는 것만큼은 견디기가 힘드네요. 애초에 각오하고 시작했는데도... 정말 제 선택이 잘못됐던 걸까요. 제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저를 이렇게 대해서 헤어지게 된 게 너무 허망하고 허탈합니다. 아직까지 마음의 정리가 안돼서 싱숭생숭한 마음에 여기에 털어놔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120
공감순
최신순
    i
    쌍 따봉
    iluv서울
    11월 14일
    호의가 계속 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말이 딱이네요..
    호의가 계속 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말이 딱이네요..
    답글 쓰기
    288
    J
    쌍 따봉
    Joyonghi
    11월 15일
    희동이도 저거보단 양심있겠어요..
    희동이도 저거보단 양심있겠어요..
    81
    큰수달
    11월 17일
    저도 방금 이생각 하면서 글쓰려했는데ㅋㅋ
    저도 방금 이생각 하면서 글쓰려했는데ㅋㅋ
    1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답글 쓰기
    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답글 쓰기
    0
추천글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6,9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송기홍)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Copyright Remember & Compan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