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작가씨의 일일

11월 12일 | 조회수 399
맛보기수육

1. 수백명이 있는 책 출간 관련 단톡방에 "작가님들~ 좋은아침이에요"하면서 인사한다. 2. 자기 블로그나 글쓰기 플랫폼 링크를 올리며 "저 오늘 글 발행했어요~ 부끄럽지만 잘 봐주세요"라며 내가 쓴 글을 홍보한다. 3. 오후 2시쯤 커피향 그윽한 카페에 모여 인원수만큼(혹은 그보다 적은)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약 4시간 동안 자기들만의 합평회 및 독서모임을 갖는다. (이번달 도서는 우리 모임 P님이 쓴 책이다. 출판사는 부크크) 4. (약간의 기싸움이 있지만) 합평회는 결국 칭찬만하다 끝난다. "작가님 글 진짜 너무 좋아요. 이제 책만 내면 되겠어요." 같은 말들을 주고 받는다. (줄때는 가짜 마음, 받을때는 진짜 마음으로) 5. 오는 길에 대형서점에 들른다. 소설 코너는 사진만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두고, 시/에세이 코너에서 에세이 책의 제목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내 이야기도 왠지 여기에 놓일거라 상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6.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스레드 스하리/반하리를 한다. 어쩐지 요즘엔 팔로우 증가수가 더딘 것 같아서 프로필을 바꿔본다. '꿈꾸는 작가'라고 썼다가 '브런치 작가'라고 고친다.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7. 브런치 플랫폼에서 내 연재글이 8위를 하고 있다. 단톡방과 독서모임방에 링크를 다시 보낸다. "여러분들 덕에 저 8위까지 올랐어요. 조금만 더 힘을 모아주세요! 이번엔 저도 1위 찍어보고 싶어요^^*" 8. '야 너도 작가할수있어' 카톡방에서 책쓰기 오프라인 4기를 모집중이다. 가격은 75만원인데 얼리버드는 40만원이라고 한다. "저는 3기인데 이번에도 참여합니다~"라는 카톡이 뜬다. 어쩐지 마음이 초조해진다. 나도 해야할 것만 같다. 9. 저녁을 먹고 크로스너호르커이의 책을 펼친다. 35쪽 정도 읽었는데 솔직히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있어보이는 척만 하는 문학계가 한심해보인다. 책은 머리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쓰는 건데. 10. 브런치 앱 알람이 울린다. 러블러블님이 나에게 3,000원을 후원했다는 푸쉬. 감사한 일이다. 역시 내 가슴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렇게 수익으로도 연결되는구나. 그에게 나도 후원할까? 하다가 지금 바로하면 어쩐지 짜고치는 고스톱 같아 일단은 그러지 않기로 한다. 11. 러블러블님이 연재하는 브런치 페이지에 접속한다. 가장 최근 글에 댓글을 남긴다. <<어쩜... 역시 러블러블님의 글에는 삶의 아름다움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다음 연재글도 기대할게요.>> (아 물론, 그의 글을 읽지는 않았다.) 12. 소액이지만 후원을 받고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치만 내가 지난달부터 연재했는데 3천원은 너무 작은 느낌... 남편에게 얘기해서 브런치 후원 한번만 해달라고 졸랐다. 30,000원 후원받기 성공. 브런치 수수료 떼고 나면 다음달엔 최소 2만원 가량은 정산 받을 수 있겠지. 역시 글은 가슴으로 써야한다. 13. 스레드에 누군가가 브런치 작가도 작가냐는 글을 올렸다. 14. 브런치작가 되기 얼마나 힘든줄 알고 하는 소리인가? 나도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시도만에 붙었다. 개포동 사는 내 친구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글을 잘써야 통과되는게 브런치다. 이 곳에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작가가 되는게 아니라고! 15. 내 브런치 매거진 순위가 5위로 올랐다. 내가 톡방이랑 카페에 추천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내 글이 좋아서 얻은 결과다. 어두웠던 내 과거를 적은 글. 멋 모르고 노래방에서 탬버린 흔들던 시절의 이야기. 그치만 나는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걸 깨달았고, 어엿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픽션에는 감동이 없다. 자고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어두움을 이겨낸 진짜 이야기다. 16. 10시가 넘은 밤, 단톡방엔 굿나잇이 쇄도한다. 그 대열에 나는 브런치 5위 소식을 슬쩍 흘린다. 다들 그럴줄 알았다며 축하해준다. 든든한 나의 문우들. 그들이 올리는 링크에 들어가 좋아요 및 댓글순회를 하고 잠을 청한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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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바닐라빈라떼
    11월 13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웃픈 이야기에 개추 누르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웃픈 이야기에 개추 누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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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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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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