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진짜 큰 사회적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놈의 출근길 지하철은 왜 이리 빽빽한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겨우 숨만 쉬고 있었어요. 아침부터 영 속이 안 좋더니 꾸르륵 거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제발... 지하철 내릴 때까지만 버텨다오... 속으로 빌었는데... 다음 역에서 사람들이 더 타면서 안쪽으로 확 밀렸습니다. 갑자기 배가 확 눌려져서 참고 있던 가스가 푸식 나온 기분이 들긴 했는데, 동시에 엉덩이 바로 위 허리춤부터... 뭔가 따끈~하면서 축축~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번져가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가스만 나간 것 같았는데. 혹시 나오면 안 될 게 같이 나온 건가. 냄새는 아직 안나는데... 따뜻하고 축축한 게 100%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괄약근이... 수십년의 신뢰를 깨고... 제 의지를 배신해버린 겁니다. 수십년의 무사고 경력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식은땀이 이마에서 줄줄 흐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냄새도 슬슬 나는 것 같고, 주변 사람들이 킁킁거릴까 봐 저 혼자 공포에 질려있었죠.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 사이를 뚫고 뛰쳐나와서 화장실로 내달렸습니다. 달리면서 엉덩이를 만져보는데 진짜 젖어있는겁니다 젠장ㅠㅠㅠ 문을 잠그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바지를 내렸는데... 흰색 바지가 갈색으로 변해있더군요... 하필 흰색 바지를 입어가지고... 근데 뭔가 이상했어요. 냄새가... 왜... 다르지...? 바지를 벗어서 코에 대고 맡아보니까... 커피였습니다. 추측을 해보자면 제 뒤에 바짝 붙어 서 있던 분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사람들에 밀려 짜부되면서 저한테 샌 것 같더라고요. 괄약근의 명예는 지켰지만... 흰 바지가 커피 땜에 갈색이 돼서 일단 휴지로 최대한 좀 처치하고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서 걸친 후 나왔는데요. 아끼는 바지라 눈물이 나네요... 커피 들고 계셨던 분도 본인 손에만 흐른다고 생각하셨겠죠... 저의 흰바지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보이지 않으셨겠죠... 아침에는 문 연 쇼핑몰이 없어서 그냥 출근했다가 점심때 나가서 바지 하나 사서 들어왔습니다ㅠ 본의 아니게 쇼핑을 했네요. 시간이 좀 지나서 커피가 잘 안 지워지길래 탄산수에 바지 엉덩이부분 담궈놓고 와서 이거 쓰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가서 다시 빨기 시작해봐야 겠어요. 다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 들고 타기 않기로... 저랑 약속해요... 제발 진짜 제발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바지가 축축해졌습니다...
11월 06일 | 조회수 30,643
밥
밥먹고바로누움
댓글 12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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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디제이
억대연봉
11월 06일
하…쏟아질만한 음료들고 지하철을 왜 타는지 이해불가….
하…쏟아질만한 음료들고 지하철을 왜 타는지 이해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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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아
아틀란티스의할배
11월 08일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도 많은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류의 사람들도 많은것 같습니다.
16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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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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