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진짜 염소처럼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택밴데요... 집에 아무도 없으신가요...?" 그냥 문앞에 두면 되는데 왜 물으시는 거지 싶었지만 그냥 '아 지금 집에 아무도 없어요ㅠㅠㅠ 그냥 문 앞에 놔둬 주시겠어요?' 했더니 "그... 집 안에 개... 개가 있어서 못 들어가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하시는 거예요? '개...? 우리 집에 개 없는데?' 하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쇼핑 잘 안 하는 제가 오랜만에 뭘 샀는데, 주소를 본가(시골)로 시킨 겁니다... 아이고... 근데 우리집 개는요... 동네에서도 소문난 순둥이 시고르자브종이거든요? 사람만 보면 좋다고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리면서 칠렐레 팔렐레 혀 내밀고 달려드는, 그런 애란 말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인 친군데 이 친구 무섭다는 사람 진짜로 진짜로 처음 봤어요. 하지만 대충 보고 무서우실 수 있으니까, 차분히 설명드렸죠. "걔 진짜 안 물어요! 짖지도 않아요! 절대 절대 안 무니까, 대문 열고 마당 안으로 들어가셔서 현관 앞 선반에 올려두고 가시면 돼요~" 근데 기사님은 계속 떨고 계시더라고요. "아니요! 아니요! 저 진짜 개 무서워해요! 도저히 못 들어가겠어요!" 거의 울먹이시는거예요. 아... 그냥 '개'라는 존재 자체가 공포이신 분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시골이라 그냥 길가라서 대문 밖에 둘 수도 없고... 마당에 던지면 우리 강생이가... 사람은 안 무는데 택배는 귀신같이 물고 빨고 하거든요... ^^... 별 수 없죠. 방법은 하나 뿐인 걸. "기사님, 그럼 죄송한데... 담장 밖에서... 현관 앞 선반 쪽으로... 한번 던져봐 주실 수 있을까요? 깨지는 거 아니라 던지셔도 괜찮아요." 기사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네... 네!" 하시더니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아, 이제 됐겠지. 나중에 본가 가서 찾아야겠다' 하고 있는데... 곧 다시 전화가 오는 겁니다. 진짜 울먹이는 목소리로요. "택밴데요... 현관 앞보다 2층 테라스가 더 안전할 것 같아서 그리로 던지려다가... 택배가... 난간에 걸렸어요... 위태위태한 게 바람 불면 떨어질 것 같은데 어떡하죠... 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갑자기 2층 테라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사려깊으실 일이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반에 둬도 되는데 진짜 개가 너무 위협요소로 느껴지셨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죄송하고 안타까운데, 상상하니까 너무 웃기고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일단 "아... 네 기사님... 괜찮아요... 어떻게 해볼게요..." 하고 끊었는데, 지금도 제 택배는 본가 2층 테라스 난간에서 위태로운 묘기를 선보이고 있겠네요. 이제 곧 부모님이 퇴근하실테니 SOS 요청을 드려야 겠습니다. 택배는 둘째치고 기사님 트라우마 생기신 거 아닌지... 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서 같이 웃자고 한 번 써봤습니다. 혹시 저처럼 택배아저씨와 숨막히는 티키타카해보신 분 계실까요?
오늘 택배 기사님을 울려버렸습니다.
10월 29일 | 조회수 60,253
좀
좀해주라
댓글 9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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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본투비한량
10월 29일
옛날에 택배 아저씨의 전화를 받았더니 갑자기
“지금이 몇월입니까?” 하시길래 “4월이요.” 했더니
“근데 컬러링이 왜 캐롤입니까. 이제 곧 여름이에요. 듣는 사람 덥습니다!” 하셔서 한참 웃었던 게 생각나네요. 크리스마스에 미친 자 정신 차리고 컬러링을 바꿨던 기억…
옛날에 택배 아저씨의 전화를 받았더니 갑자기
“지금이 몇월입니까?” 하시길래 “4월이요.” 했더니
“근데 컬러링이 왜 캐롤입니까. 이제 곧 여름이에요. 듣는 사람 덥습니다!” 하셔서 한참 웃었던 게 생각나네요. 크리스마스에 미친 자 정신 차리고 컬러링을 바꿨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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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살
살구잼
10월 30일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짭
짭새가날아든다
10월 30일
이게 더웃기네욬ㅋㅋㅋㅋㅋㅋ
이게 더웃기네욬ㅋㅋㅋㅋㅋㅋ
14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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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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