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꼴이었나. 꼭 주말 점심 즈음이었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여보세요?" 하고 받으면, 저편에서 아이 목소리로 "엄마!"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뭐지? 하고 얼타고 있으면 금세 전화가 끊겨 버려요. 전화번호 뒷자리 4개가 제 번호랑 똑같아서 처음에는 잘못 걸었나 하고 신경을 안 썼거든요. 근데 이게 계속 반복되니 저도 사람인지라 궁금해지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콜백을 할 만큼 궁금하진 않았고요. 원래 좀 무심한 성격이라. 근데 오늘, 모르는 번호로 장문의 문자가 왔습니다. 전화하던 아이의 아빠라고 하시면서요. 요약하자면, 지금 제가 쓰는 이 번호가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 즉 아이 엄마의 번호였답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엄마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말을 못 하고, 그냥 멀리 일하러 갔다고만 했대요. 아이가 엄마 보고 싶다고 하면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제가 받으면 엄마 바쁘다며 급히 끊으셨던 거고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가 엄마인 척 아이에게 문자를 한 통만 보내줄 수 있겠냐는... 그런 부탁이었습니다. 그러면 더이상 아이가 전화를 안 할 거라고요. '엄마는 잘 지내고 있고, 바빠서 미안하다. 전화는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 아빠랑 잘 지내고 있으면 나중에 찾아가겠다.' 이런 내용으로요. 문자를 다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콜백을 하지 않은 걸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요. 제 무뚝뚝한 여보세요가 그 아이에게는 바쁜 엄마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아버님께 알겠다고 답장을 드리고, 전화오는 번호로, 말씀주신대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이 오더라구요. 아이가 이 긴 걸 다 읽지도 못했을텐데 그냥 엄마에게 오랜만에 온 연락이 너무 기뻤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울컥하더라구요. "응 엄마 고마워 사랑해 나 잊지마" 오늘따라 제 번호 뒷자리가 유독 짠하게 보입니다. 아이 아버지께, 전화 오는 번호로 종종 엄마인 척 문자를 보내드릴까요? 하고 물으려다가 괜한 오지랖인 것 같아서 말았는데... 물어보는 게 나을까요?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혼자서는 판단이 안 서서 이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모르는 번호로 '엄마!' 하고 끊는 전화가 자꾸 걸려옵니다.
10월 23일 | 조회수 11,689
마
마치그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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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월천선한부자
10월 23일
울컥했네요.
그래도 계속 문자를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ㅜㅜ
아이를 속이는 걸 수도 있고 등...
울컥했네요.
그래도 계속 문자를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아요ㅜㅜ
아이를 속이는 걸 수도 있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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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치그런날
작성자
10월 24일
저도 그게 걱정이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ㅠㅠ 댓글 좋아요 수를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긴 하네요.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그게 걱정이어서 여쭤본 거였습니다ㅠㅠ 댓글 좋아요 수를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긴 하네요. 의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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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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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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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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