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없는 사회, 너무들 합니다.

10월 12일 | 조회수 21,764
흠흠이럴수가

긴글입니다. 11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입니다. 저희 가족은 집 근처에 있는 대형 쇼핑몰, 마트, 백화점, 아울렛 등을 자주 찾습니다. 부부 모두 실내 활동을 선호하기도 하고, 수유실이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야외보다 실내 공간을 선호합니다. 연애 시절에도 실내 데이트를 즐겼던 편이에요. 최근 연휴 기간, 고양 ㅅㅌㅍㄷ를 방문했다가 참 민망하고 답답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사람이 많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잠깐 장만 보고 밥 먹고 가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렀습니다. 오전 10시에 맞춰 오픈런을 했고, 간단히 장을 본 뒤 11시쯤 3층 식당가로 가기 위해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습니다. 당연히 유모차를 끌고 있었고, 유모차엔 이유식, 분유, 여벌 옷, 기저귀 등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 필요한 짐과 장을본 물건들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는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ㅅㅌㅍㄷ에는 **유모차 및 휠체어 우선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어 저희 부부는 안내에 따라 해당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습니다. 1.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문 앞에서 우르르 타버렸습니다. 유모차 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설명이 부족했던것 같아 말씀드리면 저는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제 유모차는 홀딩기능이 있는데 깜빡하고 해제를 안하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약 2초정도 해제할려고 발을 움직였는데 그 사이에 앞뒤양옆에서 다 타버리더라구요.) 2. 5분쯤 후 도착한 엘리베이터에는 큰 반려견 3마리와 개모차 2대가 타고 있었고, 탈 자리도 없었지만 잘못 눌렀는지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올라가더군요.(절대 비하 아닙니다) 3. 다시 5분 기다려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이미 지하 2층에서 타고 온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한대도 없었고요.(내려달라는 의미는 아니였습니다.) 4. 또 5분을 기다렸고, 이번에는 사람은 적었지만 커다란 카트 2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탈수가 없었죠. 5. 중간중간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대부분 동일한 상황이었고 이미 선점한 유모차들로 인해 끼어들기도 어려웠습니다. 6. 그렇게 거의 30분을 기다려 겨우 비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유모차 2대가 나란히 들어갔고 저희도 함께 탈 수 있었죠. 저희의 목적지는 3층이었습니다. 7. 1층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분들 3명이 탔고, 엘레베이터에는 유모차 2대 사람 7명이 있었습니다. 8. 2층에 서고 문앞에는 휠체어를 탄 분과 보호자 한 분이 대기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세사람과 제가 내리면 저분들이 탈수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층 걸어가면 그만이니깐요. 9. 그런데 한 젊은 분이 재빨리 ‘닫힘’ 버튼을 누르더군요.(거의 열리자마자 닫기버튼을 연타하였습니다.제가 구석에 있었고 앞쪽에 그분들이 있어서 나가지를 못했습니다.그럼에도 아무말 못하고 3층에 내린 제자신이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2층에 휠체어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순간 “정신이상자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리가 멀쩡한 분들이 왜 배려심 없이 행동하는 걸까요? 이 상황을 보고 “왜 그렇게 미련하게 기다렸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이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그 말 쉽게 못 하실 겁니다. 아이와 외출할 땐 이유식, 분유, 여벌 옷, 기저귀 등 수십 가지를 챙겨야 합니다. 간단히 외출하고 돌아오는 일조차 ‘이사’에 가깝고, 그 무게감과 어려움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서 유모차는 짐을 실을 수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이고, 엘리베이터는 유일하게 이동 가능한 선택지입니다. 반면, 건강한 성인은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등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들을 위해 **한두 층쯤은 걸어가는 배려**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저는 유모차나 휠체어에 대한 이해를 ‘부탁’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왜 이렇게 **기본적인 배려가 부족한 사회**가 되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내겐 여러 선택지가 있어도 누군가에겐 단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을 수 있습니다.** 그 선택지 하나마저 빼앗는 행동은 되도록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배려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걸 남에게 양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설명이 필요할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고양ㅅㅌㅍㄷ에 엘레베이터가 꽤 많이 있습니다. 대충 세어봐도 30대 이상은 되는것 같습니다. 그중 10개 정도가 "유모차,휠체어 우선 배려 엘레베이터"입니다.) (어느 한 구역에는 6개 이상 있는곳도 있고 기본적으로 3대이상이 항상 붙어 있습니다. 작은것도 아니고 기본 10인승 이상입니다. 제가 탈려고 했던 위치는 6대가 한곳에 모여있고 그 중 1대가 "유모차,휠체어 우선 배려 엘레베이터" 입니다.) (답글들이 너무 삭막한 세상을 대변하는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추가로 저는 절대 제가 아이가 있어서 당연히 배려 받아야 한다거나 배려를 강요하거나 유세나 우월감 이런것들이 아닙니다. 제 글의 핵심은 **유모차,휠체어 우선 배려 엘레베이터** 였고 충분히 배려가 가능한 상황이였다고 생각되어서 글을 남겼는데 상당부분을 보고싶은대로 보시는것 같습니다. 제 글이 공격적으로 보여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저는 절대 강요,강조,유세,우월,권리 등의 얘기를 하고싶어 이 글을 적은것이 아닙니다. 글이 점점 길어지는데 마지막으로, 아기띠 있었구요, 절충형 유모차 입니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접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기에는 장본것들이 너무 많아 불가능 했습니다. 차는 3층에 있었습니다. (그럼 결국 장본것때문에 문제가 된것 아니냐 이기적이라 하실분이 있으시다면 제가 이기적인걸로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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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료쿠폰
    억대연봉
    10월 12일
    당장 여기 답글들만 봐도 배려라는 선의는 사라진지 오래고, 모든 가치관을 나에게 이득이있느냐 없느냐로 따지죠. 누칼협이란 신조어가 이 모든걸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분이 겪으신 그 모든 사람들이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진거죠. 나는 양보해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양보를 안하면 나만 바보되는 상황을 많이 겪어서 방어기제가 작동했을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적에 겪어본 일들이라, 지금은 내가 손해보더라도 아이가 어린 부모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합니다. 나 혼자 세상을 바꿀순 없어도, 내가 선행 베풀고 내 마음이 편하면 그걸로 된거죠. 글쓴분도 속상하더라고 모두가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거라고 위안삼으시고, 그럼에도 나는 똑같이 하지말아야지 다짐하시죠. 육아 힘내시길.
    당장 여기 답글들만 봐도 배려라는 선의는 사라진지 오래고, 모든 가치관을 나에게 이득이있느냐 없느냐로 따지죠. 누칼협이란 신조어가 이 모든걸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분이 겪으신 그 모든 사람들이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진거죠. 나는 양보해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양보를 안하면 나만 바보되는 상황을 많이 겪어서 방어기제가 작동했을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적에 겪어본 일들이라, 지금은 내가 손해보더라도 아이가 어린 부모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합니다. 나 혼자 세상을 바꿀순 없어도, 내가 선행 베풀고 내 마음이 편하면 그걸로 된거죠. 글쓴분도 속상하더라고 모두가 그런 마음은 아니었을거라고 위안삼으시고, 그럼에도 나는 똑같이 하지말아야지 다짐하시죠. 육아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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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흠이럴수가
    작성자
    10월 12일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그래서 몇십분을 기다려도 그 엘레베이터에 탈려고 하는거고 저는 그게 다른사람들에게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그래서 몇십분을 기다려도 그 엘레베이터에 탈려고 하는거고 저는 그게 다른사람들에게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9
    훈디
    10월 13일
    음료쿠폰님의 댓글이 가장 공감되고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글쓰신 분에게도 모든 사람이 그런것은 아니니 너무 배려가 부족한 현 시대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마시길 바라고 육아도 힘내시길!
    음료쿠폰님의 댓글이 가장 공감되고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글쓰신 분에게도 모든 사람이 그런것은 아니니 너무 배려가 부족한 현 시대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마시길 바라고 육아도 힘내시길!
    2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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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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