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남자친구와의 여행을 와 있습니다. 지옥 같이 바쁘던 주간이 끝나고 꿈에 그리던 휴가였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남자친구에게 너무 소홀해서,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정말 잘해주고 싶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컸거든요. ...방금 전까지는요.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길이었습니다.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졌고, 운전하는 남친 옆에서 저는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게 행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거치대에 꽂혀서 내비가 켜져 있던 남친 핸드폰. 내비 화면 위로 카톡 알림 배너가 뜨는 거예요. 운전중인 남친은 미처 못 본 것 같았지만 저는 봤습니다. 두 개의 메시지가 연달아 제 심장을 때리고 지나갔어요. 자기 아무리 오랜만에 고향 갔어도 너무 연락 없는 거 아니야? 시간나면 전화줘 목소리 듣고싶어 순간 차 안의 모든 소리가 멎는 것 같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음악도요. 제 심장소리만 머릿속을 울리더라고요. 남친은 아무것도 모른 채 운전을 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모두 거짓말 같았어요. 이거 누구냐고, 당장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 꾹 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이면 여행이 끝나니까 하루만 참자, 참자 하고... 제가 그간 소홀했던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정말 시간을 낼 수가 없었는걸요. 아무리 그랬다고 해도 그 사이 다른 사람을 만나다니. 아니죠, 어쩌면 그 전부터 만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나보다 먼저일 수도 있고... 온갖 생각이 다 드네요. 오늘 하루 마음을 다스리며 생각하다보니 이래저래 지쳐서 여기다 크게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집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그냥 모르는 척 헤어져야겠다 마음이 먹어진 상황이에요. 바람을 한 번만 피는 사람은 없다는데... 혹시 괜히 꺼냈다가 더한 걸 보게 될까봐 흙탕물 묻히기 싫고요. 그냥 서로 좋게 끝내는 게 맞겠다 싶네요. 남친은 평생 이유를 모르겠지만. 오늘이 같이 보내는 마지막 밤이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애틋해지기도 하네요. 하지만 잘 끊어내야겠다 마음 먹습니다.
남자친구와의 마지막 밤이 될 것 같습니다.
10월 07일 | 조회수 9,475
마
마지심슨
댓글 4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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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본투비한량
10월 07일
정말 조상신이 도왔다고 생각하시고 잘 털어내시는 게 여러모로 좋겠네요. 하필 여행지라 슬프지만 이별여행이라 생각하시고…
정말 조상신이 도왔다고 생각하시고 잘 털어내시는 게 여러모로 좋겠네요. 하필 여행지라 슬프지만 이별여행이라 생각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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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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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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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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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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