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예술이라고? 수도사들은 대체 맥주에 뭘 넣는 걸까.

09월 16일 | 조회수 1,402
쌍 따봉
쇼쇼쇼쇼

맥하! 끝난 줄 아셨겠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 인생이죠. 아니 어느덧 7편이라니, 맥주에 대한 저의 사랑 그리고 여러분의 사랑 아주 대단해. 이렇게 인생 맥주 찾기 대장정의 마지막 장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여태까지 우리는 라거, 흑맥주, 바이젠, 골든에일, 페일 에일, IPA, 사워에일 등등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맥주들을 살펴봤지 않습니까? 오늘은 이 모든 맥주 스타일의 역사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살아있는 전설, '벨기에 에일'의 세계를 탐험하며 여정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이야 말로 벨기에 에일의 깊은 풍미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니까요! (물론 모든 계절이...^^...) 우선 들어가기 전에, 독특하고 복합적인 맛으로 유명한 벨기에 맥주. 어떤 비밀이 그런 맛을 만들어내는지를 먼저 알고 들어가면 좋겠죠? - 열일하는 효모 : 벨기에 효모는 높은 온도에서 발효하며, 그 과정에서 배, 사과 같은 과일 향과 후추, 정향 같은 스파이시함을 만들어냅니다. - 캔디 슈거 : 설탕을 넣어 도수는 높이되 바디감은 가볍고 드라이하게 만듭니다. 높은 도수에도 목 넘김이 부드러운 이유죠. - 병입 숙성 : 병 속에서 2차 발효를 통해 샴페인처럼 곱고 풍성한 탄산을 만들고, 와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깊어지게 합니다. 이 세 가지 비밀을 기억해두고, 드가봅시다. 시-작! 1. 수도원의 기도와 시간이 빚어낸 예술 : 수도원 맥주 벨기에 에일의 심장은 수백년간 이어져 온 수도원 맥주에 있습니다. 이 맥주들의 비밀은 바로 와인처럼 복합적인 과일 향과 스파이시함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효모(Yeast)에 있죠. 맥주에 관심이 있으셨다면 많이들 들어 보셨을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와 애비(Abbey) 맥주. 둘은 어떻게 다를까요? - 트라피스트 : 세계에서 단 10곳 뿐인, 엄격한 규율을 따르는 '진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직접 양조하는 맥주에만 허락된 이름(예: 시메이, 베스트말레, 로슈포르). "수익은 사회에 환원됩니다"를 보증하는 원산지 증명과 같은 인증이죠. 과정이 엄격한 만큼 대부분의 트라피스트 맥주는 품질이 뛰어납니다. - 애비 : 수도원 스타일을 따르는 맥주들을 통칭하는 이름. 상업 양조장이 수도원의 레시피를 라이선스 받아 만들거나, 수도원 스타일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만듭니다. (예: 세인트 버나두스, 레페) 그러니까, 트라피스트는 출신 성분을 보증하는 마크, 애비는 맛의 계열을 알려주는 네이밍인 거죠. 트라피스트 수도원 중에도 양조 스타일에 따라 비교적 평범한(?) 맥주가 있을 수 있고, 상업 양조장인 애비 중에서도 전설적인 맛을 내는 곳이 얼마든지 있으니 애비맥주라고 트라피스트보다 항상 못하다고 생각하는 건 금물. 그러니 라벨의 인증보다는, 언제나 직접 마셔보고 내 입맛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아셨죠? 그럼 수도원 맥주는 어떤 거길래 '스타일'이라는 게 있는지 좀 더 파볼까요? 1) 두벨 (Dubbel) 어두운 색의 캔디 슈거를 사용해서 흑설탕, 캐러멜같은 달콤 쌉쌀함을, 열일하는 효모가 건포도, 자두 같은 검붉은 과일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포터와는 또 다른 매력의 갈색 에일입니다. - 대표 맥주 : 시메이 레드 (Chimay Red), 베스트말레 두벨 (Westmalle Dubbel) 2) 트리펠 (Tripel) 밝은 색의 캔디 슈거 덕분에 8~9%의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바디감이 가볍고 끝 맛이 드라이합니다. 여기에 효모가 뿜어내는 꿀, 배, 사과 같은 달콤한 과일 향에 후추, 정향 같은 스파이시함이 더해진 아주 향긋한 맥주랍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도수가 8~9%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있어요. - 대표 맥주 : 시메이 화이트 (Chimay White), 베스트말레 트리펠 (Westmalle Tripel) 3) 쿼드루펠 (Quadrupel) 이야말로 수도원 맥주의 정점. 진한 캐러멜 풍미의 캔디 슈거와 효모의 활약, 그리고 병입 숙성을 통해 와인처럼 복합미가 깊어지는 스타일입니다. 잘 익은 체리, 와인 등 온갖 풍미가 폭발하는, 마시는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두벨보다 훨씬 더 진하고 강렬한, 검붉은 색의 맥주입니다. - 대표 맥주 : 시메이 블루 (Chimay Blue), 세인트 버나두스 앱 12 (St. Bernardus Abt 12), 로슈포르 10 (Rochefort 10) 2. 농부의 지혜, 자유로운 영혼 : 팜하우스 에일 (Farmhouse Ale) 수도원의 엄격함과는 반대로, 농부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자유로운 스타일입니다. 이름부터 팜하우스 에일이라니 개땡기지 않나요?! 1) 세종 (Saison) 벨기에 농부들이 여름 농번기에 마시던 맥주입니다. 아주 드라이하게 발효를 끝내는 세종 효모가 후추나 허브 같은 스파이시함을 만들어내고, 병입 숙성으로 만들어진 톡 쏘는 탄산감이 매력적이에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푸드 페어링의 최강자로 불린답니다. - 대표 맥주 : 세종 듀퐁 (Saison Dupont) 참고로, 세종을 사워에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셔서 TMI를 드리자면. 잘 만든 세종에서는 기분 좋은 상큼함이나 약한 산미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사워 에일 아닌가? 생각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저도 생각해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전통적인 맥주 분류에서 세종이 사워 에일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신맛을 내는 '주인공'과 '의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사워 에일(고제, 람빅, 플랜더스 레드 에일 등)의 신맛의 주인공은 유산균이나 야생 효모 같은 특별한 미생물이었잖아요? 그리고 양조 과정에서 이 미생물을 '의도적으로' 사용해서 젖산(Lactic Acid) 등에서 오는 짜릿하고 명확한 신맛을 맥주의 핵심 캐릭터로 만듭니다. 즉, 신맛이 이 맥주의 주인공인 거예요. 반면, 세종의 맛의 주인공은 바로 효모예요. 세종 효모. 근데 세종 효모가 아주 드라이하게 발효를 끝내는 특징이 있거든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드라이한 끝맛 + 톡 쏘는 탄산감 + 과일 풍미가 합쳐져서 우리의 혀가! 상큼하다거나, 새콤하다고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요건 유산균이 만드는 직접적인 신맛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거예요. 신맛이 주인공이었던 사워에일과는 달리, 세종의 새콤함은 주인공인 효모가 만들어낸 부산물 중 하나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 특징 때문에, 쌉쌀한 IPA나 달고 묵직한 흑맥주 말고 다른 맛을 찾는 사람들에게 사워 에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요즘 수제 맥주 씬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져서, 세종 효모와 유산균을 함께 사용한 사워 세종(Sour Saison) 같은 하이브리드 스타일도 종종 볼 수 있으니 보시면 시도해보세유! 2) 비에르 드 가르드 (Bière de Garde) 세종이 활기찬 여름을 상징하는 맛이라면, 비에르 드 가르드는 차분한 가을의 맛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이름부터 '저장고의 맥주'라는 뜻의 프랑스 팜하우스 에일입니다. 세종보다 맥아 중심적이라 빵이나 캐러멜 같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 강해, 요즘 같이 선선해지는 날씨에 아주 잘 어울리죠. - 대표 맥주 : 갸벨로쉬 (Gavroche), 3 몽 (3 Monts) 마지막 편에서 말이 너무 많았네요. 소개하는 맥주는 몇 개 안 됐는데 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7편에 걸친 '인생 맥주 찾기' 대장정이 막을 내렸습니다. 넓고 깊은 맥주의 세계를 함께 여행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모든 건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 덕분이라는 것. 물론 점점 좋아요와 댓글이 적어져서 저는 슬프지만요. 아 왜 이렇게 박하냐고요 다들 맥주 좋아하잖아요 엉엉. 아무튼. 처음에도 이야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맥주의 이름이나 스타일을 외우는 게 아니에요. 물론 맥주 마시면서 아는 척 하려면 필요하지만 ㅋㅋㅋ 이 지식들을 나는 어떤 맛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에 지도가 되어주는 거니까요.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맥주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죠 뭐! 요 글들을 부디 저장해두시고(?) 맥주 탐험 지도라고 생각해주세요. 필요할 때마다 펼쳐보시도록.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외쳐볼까요? 맥바! p.s. 언젠가 또 맥주 이야기로 돌아올지도 몰라요. 그러려면 여러분의 좋아요와 댓글이.... 크흠. 이전 편들이 보시고싶다면 여기.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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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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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미스터리명함
    억대연봉
    09월 16일
    이거 뭐지? (꿀꺽꿀꺽) 얘.. 술이네…
    이거 뭐지? (꿀꺽꿀꺽) 얘.. 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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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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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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