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20년 했는데, 나는 작가가 되려나 뭐가 되려나.

취직이다 이직이다 AI 때문에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 시대에 퇴사라는 배수진을 치고 그간의 회사 생활과 미래를 떠올려 봅니다. 최근에 두 번이나 본 브레드 피트 주연의 F1 영화 속, '미래'로 그려지는 주인공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어딘가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용케 20년을 버티긴 했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직도 운전(일)할 수 있다'거나 '시트에 앉는 것(현장에 있는 것) 말고는 내게 의미있는 것이 없다' 말하고 싶을 정도로, 경영이라는 홀로서기는 여전히 두렵기만 합니다. 그런 약간의 두려움과 불안이 커뮤니티에 머물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준답디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에요" "그럼 뭣이 중헌디?" 영화 속 주인공은 영화 초반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비슷한 두 번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곧 도래할 텐데, 그러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또, 이제 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정규직으로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제일 오래 근무했고, 거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20년 가까이 IT 업계에 있었습니다. 채용 포털에 올라오는 직무 관련 질문에 아주 길게 답을 할 때도 있지만, 탭만 치면 코딩이 되고 입만 털어도 게임이고 뭐고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에 저의 답변은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 충분히 짐작됩니다. 힘들게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앞으로 영업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명함도 새로 받았는데, (만들어야 할)제 회사 이름의 스티커를 붙여 재활용하거나, 전시회 참관 시 이벤트 응모용으로라도 꼭 사용은 해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아무리 요즘엔 디지털 데이터가 더 많이 쓰인다고 할지라도, 손에 잡히는 무언가는 여전히 필요하기도 합니다. 정보가 디지털기기로 옮겨지면 버려질 수도 있는 명함도 한동안은 그럴 거고, '촤라락' 넘기며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책도 그렇습니다. 그런 접근이 있어 1년 가까이 출판물 제작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고 이끌고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과연 제대로 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퇴사를 하면, 프로젝트를 간간이 뛰면서 AI를 백분 활용해 토이 프로젝트를 조금씩 만들어 볼까 합니다. 누군가는 벌써 에이전트를 여럿 돌리고 있을 텐데, 나만의 에이전트를 갖는 일도 서둘러야겠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 모두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 실패나 좌절로 다져진 당신 인생의 트랙은 당신이 제일 잘 안다, 그러니 이제는 우승을 할 때다. 무의식을 잡아 끌던 과거들은 결국 당신의 육중한 날개를 엮는 데 쓰였을 뿐이다, 이제 날아 오르면 된다." - F1 더 무비 관람 후기 인용 (직접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