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 이어서 오로라 보러 떠난 무작정 여행기 이어갑니당 - 길어요 주의 - 사진 사이 사이 넣고 싶은데 여긴 그게 안 돼서 더 길게 느껴질 거라 주의 참. 몇 월에 갔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셔서 답을 드리자면, 겨울은 너무 춥고 봄은 해가 길어서 오로라 만나기 힘드니 적당히 춥고 적당히 밤이 있는 3월을 택했습니다. 그럼 한국 겨울이랑 비슷한 추위라 참을만 해요! 구럼 2편 시작! 라플란드는 핀란드의 북부지방을 비롯한 유럽 최북단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라프족의 땅이라는 뜻의 라플란드에는 아직도 원주민인 라프족(사미족)이 순록을 키우며 지내고 있다. 사실 사미족이 가장 많은 나라는 노르웨이인데, 사미족을 통한 관광 수익이 가장 큰 곳은 핀란드라 하니 이 또한 마케팅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핀란드 최북단의 사리셀카는 사미족들이 직접 순록사파리 등을 주도하는데, 놀라웠던 것은 특히나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사리셀카 답게(사리셀카를 제외하고는 핀란드 북부지역에서 아시안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따로 도맡는 일본인 사미족(분장) 가이드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아아 관광 산업이여. 아무튼 사미족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나의 첫번째 라플란드인 '아카슬롬폴로'로 향해 보도록 하자. 밤 8시 50분 기차. 헬싱키에서 저녁을 먹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우리가 탈 기차는 키틸라Kittila행 야간열차. 야간열차라 하지만 중간중간 서는 역들이 꽤 되어 헬싱키에서 출발할 때는 비어있던 양 옆 칸이 곧 가득 찼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키틸라에 도착하니 아침 10시가 다 되었다. 키틸라역 밖으로 나오면 키틸라 근교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는데,(사실 줄지어 서있다기는 뭐한것이 두세대 정도 서있다) 그 중 한대를 골라 목적지를 얘기하니 맞다고 타라고 하더군. 워낙 작은 동네인지라 버스기사에게 묵을 숙소 이름을 말하면 바로 알고 그 앞에 내려준다. 온통 하얀 세상을 따라 한시간여를 달리니 아저씨가 내리라고 손짓을 하네. 아따 기억력도 허버 좋아유 아즈씨. 내리니 보이는 설경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텍스트 사이 사진 삽입이 안 되네요. 지인짜 아름다운데 상상하시다가 제일 아래 사진 꾸러미에서 보세요. 온통 하얀 길. 인도이자 크로스컨트리가 다니는 길과 차도가 눈 이랑으로 구분되어 있다. 주로 핀란드인들과 소수의 유럽 관광객들이 찾는 동네라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니는 차를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길 양 옆으로 늘어선 숲 속에 숙소들이 들어차있었다. 딱 핀란드스러운 통나무 캐빈들. 숙소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좀 넘었는데, 체크인 시간이 오후였던지라 짐은 구석에 두고 숙소 아가씨에게 아카슬롬폴로의 지도를 한장 받아 길을 나섰다. 엄청나게 넓은 땅에 500명이 채 살지 않는 동네인지라 관광이라 할 것은 없었지만, 핀란드 북부지방이 으레 그렇듯 겨울 액티비티가 발달되어 있다. 우리가 이 장소를 택한 것은 호수가 가깝고 숲 속에 숙소가 있기 때문이었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에어비앤비 지도로 도시 상관없이 무작정 숙소부터 잡기로 마음 먹은건 신의 한수였다. 어쨌든 우리의 목적은 오로라였고, 부수적으로 개썰매나 순록썰매 등을 탈 수 있는 곳을 원했으니, 우선 지도를 봐가며 적당한 위치(동네 이름이 아니라 지도상의 위치로 택했다. 그러니까 처음 듣는 동네였다는 것)를 택해서 그 숙소에 근처에 액티비티가 가능한 곳이 있는지, 오로라가 잘 뵈는지를 질문을 하고 예약을 했다는 것이지. 아- 내 진짜 똑띠네. 이미 3월이라 많이 녹았다는데도 불구하고 눈은 허벅지까지 쌓여 있었지만 길 정리가 완벽하게 되어 있어 길만 벗어나지 않으면 눈에 빠질 일은 없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듯 깨끗한, 하지만 누군가 단단히 다져놓은 튼튼한 눈길을 걷는 기분이란. 캬! 걷다보니 배가 고파와서, 동네에 몇개 없다는 식당 중 한군데를 찾아 들어갔다. 식당 오픈 시간인 12시가 겨우 지난데다 워낙 사람이 없는 동네인지라 식당은 조용했지만 정갈했다. 북쪽까지 왔으니 순록고기는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양고기와 순록고기, 살라드를 시켰다. 핀란드 음식이 맛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주얼에는 또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지. 하지만 순록고기는 염장이었고, 너무 짰기 때문에 도저히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ㅜ.ㅜ 감자퓨레와 크랜베리 덕에 겨우 먹었네. 순록아 미안혀 먹지 않아도 될 너를 굳이 시켜서 다 먹지도 몬하고 나오다니 엉엉 아무튼 먹었으니 힘을 내어 걷고 걸어 아카슬롬폴로 호수에 도착!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세상에 이야 말로 winter wonderland가 아니겠는가. 넓은 호수가 진짜 꽝꽝 얼어 있었고, 그 위로 크로스컨트리 트랙이 나있었다. 개도 사람도 신이 나서 달리는 곳. 세상에 이게 호수라니! 눈이 점점 더 세차게 오기 시작해서, 동네에 딱 하나 있다는 큰 슈퍼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식당도 거의 없거니와 숙소들마다 주방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아침과 저녁을 숙소에서 직접 요리해서 해결한다고 한다. 우리는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으나 순록고기에 기함하고 해먹어야 겠다고 결심... 파스타 재료를 사서는 또 뽀득뽀득 밟히는 눈에 신이 나서 비틀비틀 폭설에 앞이 잘 안보여 휘청휘청. 춥고 배고프고 다리도 아팠지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모든 것이 동화속 세상 같았기 때문이었다. 짐정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한 후 숙소의 공용공간에 앉았다. 사박사박 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_* 개인으로 예약을 하든 숙소에서 예약을 하든 어찌 되었든 숙소와 액티비티 업체가 연락을 하기 때문에 숙소를 통해 액티비티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그게 조금 더 싸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날의 액티비티를 미리 예약했다. 액티비티 종류와 날짜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액티비티를 하기 위해서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하기로 한 것은 허스키사파리. 사파리를 방문하고 개썰매까지 타는 것. 베스트드라이버가 되고 말 거야! 그러다 보니 숙소 주인장의 생일이 다음날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한국에서 챙겨온 막걸리를 한캔 가져다 주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액티비티를 예약하면 약속한 시간에 숙소로 픽업을 오게 된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숙소에 있으면 우리보다 더 완전무장한 아저씨가 와서 우리를 부르지. 사실 액티비티를 위한 완전무장을 할 필요가 없는게 액티비티 사무실에서 정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무장을 시켜준다.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긍까 추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완전무장 후 스노우모바일을 타고 30분여를 달려 허스키사파리로 간다. 국제면허증을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우리는 가이드 아저씨 스노우모바일에 썰매를 걸어 타고 갔는데, 그래서 액티비티 가격이 더 싸졌다. 운전 안해도 돼서 오히려 더 좋았기 때문에 개이득 운전에 집중하느라 풍경을 놓칠 염려 없이 마음껏 온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스노우모바일의 기름냄새마저도 좋은 풍경으로 기억된다. 핀란드인들의 대부분은 크로스컨트리를 탈 줄 안다. 예전 러시아와의 전쟁 때 핀란드가 승리했던 것도 핀란드인들이 크로스컨트리로 얼어붙은 호수를 건넜기 때문이라고 하니 말 다 했지. 뭐 이런 먼 이야기들을 차치하고라도 길을 다니면 정말 그냥 동네 할부지 할무니들서부터 젊은이들까지 동네마실 하는 양 크로스컨트리를 달리고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그래서 스노우모바일을 달릴 때는 전방주시를 꼭. 섰다가 가야 합니다. 아카슬롬폴로/일라스에서 로바니에미까지는 205km. 이런 표지판이 숲 속 한 가운데 눈 밭 사이에 있는 것이 재밌지 않은가. 스노우모바일로, 크로스컨트리로 가능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달리다 순록도 만나고, 북극여우도 만나고 뭐 그럼 으아 진짜 동화속이네. 스노우모바일을 신나게 얻어 달리다 보니 드디어 허스키사파리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썰매를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2인 1조로 썰매를(개를) 고르면 된다. 우리는 내가 운전하기로 하고, 동행인은 착석하기로 하였다. 운전은 사실 말이 운전이지 어렵지 않다. 개들은 그냥 미친 듯이 달리기만 할테니 내가 할 것은 브레이크를 제 때 밟는 것 뿐. 뭐가 그리 좋은지 정말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린다. 달리다 목이 마르면 달리면서 눈을 먹고 달리다 응아가 마려우면 달리다가 응아하고. 한 썰매당 개는 여섯마리, 운전자는 서서 브레이크를 발에 대고, 동승자는 썰매의 의자에 앉으면 된다. 운전자는 휴식시간에도 썰매를 떠날 수 없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하니까ㅜ.ㅜ 뭐 이 휴식시간에 운전자 교대가 필요하면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교대를 하면 되지만 동행인이 운전을 두려워 하는 관계로 내가 계속 운전을 했다. 개썰매 운전 진짜 재밌으니까 다들 꼭 해보세요 오래 서있어야 해서 다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그 속도감과 청량함이란! 한시간여의 라이딩이 끝나면 다시 사파리로 돌아와 모닥불 피워놓은 캐빈에 둘러앉아 허스키들의 역사를 들으며 베리쥬스나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다시 스노우모바일을 얻어타고 출발지로 가면 오늘의 첫 액티비티 완료. 이왕 이렇게 된 것 오로라헌팅까지 예약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밤이 되면 다시 오로라를 만나러 떠나야지! — 아 길다 기죠? 사진도 없는데 다 읽으신 분들께 애정 담뿍 드리며 사진 열 장(밖에 첨부가 안 된다니!) 첨부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없으니까 좋아요랑 댓글이라도 주세요…
(인내심 주의) 오로라 보러 무작정 떠난 핀란드 여행기 2편
08월 06일 | 조회수 1,456
본
본투비한량
댓글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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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
ucandoit
08월 06일
이 이분 진짜 똑띠에 재미지다앜ㅋㅋㅋㅋㅋㅋㅋㅋ
우짜죠???
열혈팬 돼벌임!!!!
다음편 또 기다료요 저!! 젭알요!!!!!!!
이 이분 진짜 똑띠에 재미지다앜ㅋㅋㅋㅋㅋㅋㅋㅋ
우짜죠???
열혈팬 돼벌임!!!!
다음편 또 기다료요 저!! 젭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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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본투비한량
작성자
08월 06일
뭐예요 재밌단 말 제일 좋아하는 거 우째 아셨죠 참 나
뭐예요 재밌단 말 제일 좋아하는 거 우째 아셨죠 참 나
1
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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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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