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스물여덟 살 회사원이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적당한 연봉에 적당한 스트레스, 그리고 적당한 인간관계. 딱 그 정도의 삶. 그런데 유독, 욕망만큼은 적당하지가 않다. 지난 금요일 팀 회식이 있었다. 오랜만의 고기와 술,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2차. 술이 들어가니 동기 여직원이 내 어깨에 기대 잠들었고 부장은 한참을 쳐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일어났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 사실 나는 요즘 너무 외롭다. 연애는커녕 여자의 손을 잡아본 게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그저 SNS 속 누군가의 연애 사진을 보며 이불 속에서 조용히 스크롤을 넘기는 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 주말이 되면 더욱 심해진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꾸 ‘사랑에 빠진 브이로그’, ‘그녀와 첫 캠핑’ 같은 영상을 추천해온다. 한 번쯤 클릭하게 되고 그날 밤은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욕망은 그렇게 조용히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카톡도 잘 읽고 회식자리에서도 웃는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도 울고 싶어진다. 욕정을 참지 못해 울컥하는 게 아니다. 이 감정이 부끄러워서, 그걸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혼자만 이런 것 같아서 서럽다. 나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고 어깨에 기대고 싶고 집 앞 편의점까지 함께 걸어가며 아무 말 없이 웃고 싶다. 그런 감정은 왜 이렇게 나에게서 멀리 있을까. 회사 화장실에 앉아 핸드폰을 보다 보면 익명 커뮤니티에 누군가가 쓴 글이 눈에 들어온다. "여자 없는 삶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몰랐다." 좋아요가 수십 개, 댓글은 더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글을 보고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글조차도 결국 누군가의 인정욕구일 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욕정을 억누른 채 출근한다. 팀장은 결혼 10년 차고 여직원은 이제 막 남자친구와 100일을 넘겼다고 한다. 모두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나만 연결되지 않는다. 욕망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욕망을 말하는 건 죄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점심시간 사내 식당의 혼잡한 줄에서 조용히 핸드폰을 켠다. 다시 유튜브. ‘혼자 여행 브이로그’. 영상 속 주인공은 말한다. “혼자인 것도 나름 좋아요.” 나는 피식 웃는다. 그렇게 위로 받는 척 오늘 하루도 살아간다.
그 밤의 욕망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08월 03일 | 조회수 14,645
A
AoBart
댓글 5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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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공교롭게도
08월 03일
다가오는 인연 마다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는 시도도 가끔 해보세요.
좋은 인연 만나길 바랄게요.
다가오는 인연 마다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는 시도도 가끔 해보세요.
좋은 인연 만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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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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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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