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유언

전당포 주인은 피곤한 얼굴로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요즘 이런 거 아무도 안 써요. 5만 원 드릴게요. 아니, 그냥 가세요.” 아들은 낙담한 채 돌아왔다. “아버지… 거기선 5만 원이래요.” 아버지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아들은 혹시 마지막 부탁이 남았을까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아버지… 혹시, 또 다른 데 가볼까요? 골동품 가게나…” 아버지는 조용히 말했다. “…아니다. 이미 충분하다. 그 시계는 그냥 너 가져라. 이 세상에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네?” “사실 나도 그 시계 진짜 값어치는 몰랐다. 그저 우리 집안에 뭔가 대단한 게 하나쯤은 있기를 바랐던 거지. 그래야 나도 뭔가 위대한 가문의 일부 같았거든.” “…아버지…” “아들아, 명심해라. 세상은 너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 넌 아무리 노력해도 대다수에게는 그저 고장 난 시계일 뿐이다. 네 진짜 가치를 알아봐 줄 사람을 찾으라? 운 좋으면 하나쯤 있을지도 모르지. 근데 대부분은… 그런 사람 못 만나고 늙는다.” 아들은 말이 없었다. 그 침묵 속에서 그는 자신이 ‘낡은 시계’라는 걸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밤, 시계는 택배로 중고나라에 등록되었다. 제목: “고장난 회중시계 팝니다. 직거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