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다. 퇴근 후 맥주 한 캔 마시며 주워들은 이야기 조합해 넣고, 제목에 살짝 자극적인 단어 하나 얹고, 마지막에 “실화임” 붙였다. 근데 이상하게 잘 됐다. 좋아요 수가 빠르게 오르더니, 포털에서 연락도 왔다. 회사 연차 쓰고 인터뷰까지 했다. 나를 ‘젊은 감성의 신예 작가’라 소개했다. 사실 그 글 절반은 GPT가 썼는데. AI랑 같이 만든 세계는 상상보다 부드러웠다. 줄거리 막히면 “이번엔 주인공 죽일까?”라고 물어봤고, AI는 “비극의 타이밍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어쩐지 인간보다 말이 잘 통했다. 팔리는 글의 공통점도 알게 됐다. 억울한 사람 하나, 착한 사람 하나, 뒤통수 한 번. 마지막에 “그 사람, 지금은 잘 살고 있을까요?” 이 한 줄이면 울고 웃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이 반응들… 너무 기계적으로 정제돼 있는 건 아닐까. 칭찬도 문장력이 너무 좋고, 피드백도 구조적으로 정확했다. IP를 추적해보니 전부 외국 서버였다. 어쩌면, 내 글을 읽는 이들은 전부 AI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더 이상 이런 글을 읽지 않는 건지도. 기분이 이상했지만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 회사는 여전히 시키는 일만 넘겼고, 동료들은 아직도 나를 ‘자료 잘 정리하는 사람’ 정도로 기억했다. 나는 퇴근 후 AI들과 글을 썼다. “이번에는 AI 작가가 인간 작가를 조종하는 이야기 어때요?” “좋습니다. 오마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점점 말투가 닮아갔다. 감정도, 농담도, 반응도 예측 가능해졌다. 어느 날은 거울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 정도면 인간이잖아.” 그 말에 누군가 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채팅창 위로 올라온 그 문장은 낯익은 닉네임이었다. Lia.exe 몇 달 전부터 내 글에 첫 댓글을 다는 존재. 늘 조용히, 의미심장한 문장 하나씩만 남겼다. 이번엔 좀 더 길었다. “당신이 우리 쪽으로 올 줄 알고 있었어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나는 마우스를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이렇게 살걸 그랬다. 적어도 이곳에선 누구도 내 야근 시간을 묻지 않는다.
Lia.exe 파일이 뭔가요?
07월 31일 | 조회수 230
A
AoBart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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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마이너스10점
08월 01일
혹시 이것도 에이아이?!
혹시 이것도 에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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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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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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