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피자 손잡이>

07월 31일 | 조회수 285
A
금 따봉
AoBart

그 형을 처음 만난 건 내가 막 군대를 만기제대 했던 무렵이었다. 동네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형은 늘 피자 도우부터 먹었다. "이게 손잡이야. 치즈에 손 대기 전에 이걸로 중심을 잡는 거지." 말끝에 웃음이 섞였지만 진심처럼 들렸다. 형은 스물 다섯이 훌쩍 넘은 나이였고 고졸에 별다른 직업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구보다 안정된 사람처럼 보였다. 그 시절의 나는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안고 있었고 형은 이미 불안에 익숙한 사람 같았다. 몇 년 후 형은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름도 못 들어본 잡코인까지 뭐든 샀다가 팔았다. 그리고 다시 샀다. 형은 새로 산 차를 몰고 피자집 근처로 찾아왔다. 차 안에서 먹으라고 피자 세 판을 시켰다. 나는 평소처럼 가운데부터 먹었고 형은 도우만 뜯어 먹었다. "진짜 맛있는 건 이거야. 대부분은 이걸 버리지만." 그땐 형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몰랐다. 다음 봄, 형은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연락이 끊겼다. 형이 남긴 SNS에는 ‘끝났어’라는 짧은 글이 남아 있었다. 몇 달 뒤, 피자집 옆의 편의점 앞에서 형을 다시 봤다. 살이 빠지고 눈이 퀭했다. 형은 코트 주머니에서 쿠폰을 꺼냈다. “이걸로 라지 하나 되냐?” 우린 예전처럼 아무 말 없이 피자를 먹었다. 형은 여전히 도우부터 먹었다. 치즈는 늘어지지도 않았고 식은 도우는 질기기만 했다. “형, 아직도 그게 맛있어요?” 내 질문에 형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이건 뜨거운 걸 들기 위한 손잡이야. 지금은 들 게 없어서 그냥 이걸 먹는 거지." 피자 손잡이. 대부분이 버리는 그것을, 형은 끝까지 쥐고 있었다.

댓글 9
공감순
최신순
    은 따봉
    차가운핫초코
    08월 01일
    결론은 불안정한 코인에 손대지 말고 도우까지 맛있는 피자에땅에서 알바하라는 홍보성 글!! 도우에 갈릭머스터드 찍어먹으면 핵맛있음.
    결론은 불안정한 코인에 손대지 말고 도우까지 맛있는 피자에땅에서 알바하라는 홍보성 글!! 도우에 갈릭머스터드 찍어먹으면 핵맛있음.
    답글 쓰기
    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답글 쓰기
    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답글 쓰기
    0
추천글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6,9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송기홍)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Copyright Remember & Compan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