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붓카케의 여름 정오를 조금 지난 도쿄. 마루가메 제면 신주쿠 남쪽 출입구점 앞, 유리문 안쪽은 김이 서려 있었고, 밖은 습기로 푹 젖은 공기였다. 나는 문을 밀었다. 그리고, 우연처럼 그녀를 다시 봤다. 사오리. 그녀는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트레이 위엔 붓카케 우동, 김말이 튀김, 그리고 얼음이 동동 뜬 물잔이 하나. 내가 아는 사오리는 우동을 싫어하던 여자였다. 뜨거운 국물, 밀가루 면발, 음식점의 습기… 그 모든 게 그녀에겐 불쾌한 거라고,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었다. “오랜만이네.” 그녀가 먼저 말했다. “…그러게.” 입술이 먼저 움직였다. 우리는 그날, 나란히 앉았다. 마치 몇 년 전의 일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여름날의 한 마디가 그녀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너랑 다니면 창피해." 그 말 한마디가 소꿉친구였던 사이를 깨뜨렸다는 것을. 지금 그녀는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붓카케 우동을 집어들었다. 차가운 붓카케 우동. 살짝 얼려둔 듯한 쯔유가 면 위로 부어져 있고, 곱게 간 무와 오크라가 서로 닿지 않게 얹혀 있었다. 가쓰오부시는 에어컨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면은 투명한 윤기를 품은 채 그릇 안에서 조용히 감겨 있었다. 한 젓가락 떠올려 입에 넣는 순간, 쯔유의 차가움이 혀를 스치고, 그 너머엔 씹히는 탄력과 감칠맛. 그리고 말 없는 시간. “이건 괜찮더라. 여름엔 이런 게 나아.” 사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우동 그릇에서 떼지 않았다. 나는 미처 삼키지 못한 말이 있었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무리라고 느꼈다. ‘그때 미안했어.’ 그건 다음 기회에 해도 늦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물잔을 마저 비우며 말했다. “이 근처 자주 와?” “가끔.” “…그럼, 또 볼 수도 있겠네.” 그 말에 담긴 뜻은 알 수 없었다. 진심일 수도, 그저 식후 인사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그릇에 남은 쯔유를 숟가락으로 조금 떠냈다. 붓카케 우동은 식으면 맛이 없다. 그러니 모든 건 타이밍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그날의 재회도, 그날 하지 못한 말도, 모두 그런 것일까.
조용한 한 끼
07월 30일 | 조회수 307
A
AoBart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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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알똥말똥
07월 31일
아~~~ 다워요~~
평양냉면으로 소재를 바꿔주세요~~^^
아~~~ 다워요~~
평양냉면으로 소재를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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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oBart
작성자
07월 31일
다양한 음식을 소재로 해 볼 생각입니다.
근데 저 우동은 차갑게 먹는 우동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소재로 해 볼 생각입니다.
근데 저 우동은 차갑게 먹는 우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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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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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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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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