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문학] 소비의 끝에서 사랑을 주웠다.

07월 30일 | 조회수 172
A
금 따봉
AoBart

7월 어느 날, 정확히 말하면 장마가 끝난 직후의 금요일 오후였다. 퇴근을 마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지하철 입구 앞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집었다. 계산대에 올린 순간, 문득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었습니다.’ 문자였다. 짧은 알림 속에,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예전의 연인을 떠올렸다. 마유코는 가성비보다 감성을 중시하던 여자였다. 치킨은 항상 프랜차이즈가 아닌 수제 전문점을 고집했고, 분식조차도 SNS에서 예쁜 가게를 골라가곤 했다. 우리는 사소한 이유로 끝났다. ‘언제까지 n빵하면서 만날 거야?’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녀를 차단했고, 그녀도 나를 지워냈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는 그 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너도 쿠폰 받았어?” 몇 분 후, 차단이 풀렸음을 알리는 듯한 푸른 말풍선이 떴다. 그리고, 답장. “응. 넌 얼마나 받았어?” 우리는 다시 만났다. 치킨을 먹었고, 빙수를 먹었다. 그녀는 예전보다 말수가 적었지만, 눈웃음은 여전했다. 5번째 만남, 그녀가 말했다. “쿠폰 하나로 네가 다시 생각났어. 웃기지? 나라가 너를 데려다줬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농담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비로소 이 정부의 정책이 누군가에게는 ‘복지’였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이후의 일은 빠르게 흘러갔다. 우리는 다시 연인이 되었고, 이제는 혼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이 받은 쿠폰 총액은 36만 원. 그 돈으로 데이트를 6번 했고, 다시 사랑에 빠졌다. 민생은 회복됐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이의 민원은 해결됐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음 선거 땐… 적어도 연애 감각은 있는 사람 뽑자.” 나는 웃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정치적 발언인지, 혹은 또 다른 농담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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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따봉
    알똥말똥
    08월 01일
    나라가 너를 데려다줬네 재명이 형이 연결해 준 커플~~^^
    나라가 너를 데려다줬네 재명이 형이 연결해 준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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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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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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