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나더러 밥 좀 사라는 남자친구" 글로 과분한 관심과 위로를 받았던 글쓴이입니다. 남겨주신 댓글들 하나하나 다 읽었고, 같이 화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어떤 분께서 알려주셔서 제 글이 기사까지 난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얼마나 어이없었으면 기사까지 났을까' 싶어 오히려 속이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남자친구와는 그날 이후로 좀 냉랭했어요. 서로 그 주제는 피한 채 출근, 퇴근 같은 습관적인 카톡만 했고요. 헤어질 수도 있다는 댓글을 보고 기사 링크를 차마 보내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어젯밤,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사를 본 모양이더라고요. "너 글 썼더라. 기사까지 났던데." 친구들 단톡방에서 "이거 네 얘기 아니냐?"며 난리가 났었다고요. 알고 보니 그 단톡방이 모든 일의 화근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데이트 비용 얘기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주로 밥값을 낸다고 하니 '그러다 퐁퐁 된다'고 놀렸다는 거예요. 자기가 집에서 밥 얻어먹는다고 얘기는 했는데, 친구들은 그냥 제가 먹던 반찬에 밥 한술 더 뜨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나 봐요. (그 반찬은 땅 파서 나오냐고요...) 아무튼 친구들 말에 기분이 상하고 진짜 그런가 싶어 머릿속이 복잡했고, 그 상태로 저희 집에 와서 밥을 먹으니 홧김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기가 몰랐던 부분도 있대요. 제가 쓴 글을 보니 장 보는 데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줄, 집에서 해 먹는 스테이크 재료가 그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고요. 여기까지 듣고 '이제라도 사과를 하려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걸 그렇게 인터넷에 썼어야 했어? 오만 사람들 다 보는데 써서 공개망신을 시켜? 알아들을 수 있게 좋게 설명할 방법이 많았잖아!" 라며 오히려 저를 나무라는 겁니다. 댓글에 있던 '현명한 방법'들까지 인용하면서요. "댓글 보니까 영수증을 보여준다거나, 같이 장을 보러 가서 스스로 알게 하라는 사람들도 있더라. 너는 왜 생각이 거기까지 못 미치는데? 너는 너무 욱해서 문제야. 왜 그렇게 현명하질 못해?" 순간 누가 누굴 가르치나 싶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내가 너 어리다 어리다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이 어릴 줄은 몰랐다." 이쯤 되니 더 이상 대화할 가치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전 어리고 욱하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니까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국 이 사람은 친구들 사이에서 물주, 퐁퐁남 취급받은 자기 기분, 인터넷에 까발려져 체면 깎인 자기 자신만 중요한 거였어요. 자기 잘못은 죽어도 모르고, 그저 망신 당한 것만 억울한 거죠. 제가 정말 몇몇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장 본 영수증을 식탁에 슬쩍 올려두거나, "어머 오빠! 저번에 스테이크 해줬던 고기 그땐 6만원이었는데 오늘은 5만원대네! 오늘도 스테이크 먹을까?" 하면서 애교라도 부리는 '현명한' 여자친구였어야 했을까요? 지금까지도 계속 대화 내용을 곱씹었는데, 아무래도 헤어지는 수순을 밟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실망해서, 이제 와서 남자친구가 사과한들 제 마음이 돌아설 것 같지 않네요. 긴 글 읽어주시고 함께 고민해주시고 위로해 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밥 사라는 남친 후기. 제가 현명하지 못해서 헤어지게 생겼네요.
07월 19일 | 조회수 1,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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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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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까치까치설날
07월 20일
비슷한 새끼 겪어봤는데, 이거 가스라이팅임. 자기의 못돼 처먹은 마인드까지 내가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는 가스라이팅.
비슷한 새끼 겪어봤는데, 이거 가스라이팅임. 자기의 못돼 처먹은 마인드까지 내가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는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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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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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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