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

12.16 07:57 | 조회수 278
남무남무
쌍 따봉
안녕하십니까.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사다난 이라는 표현이 참으로 어울리는 한해 였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 하자면 사무직은 굴러먹은 것 같으니 현장근로자로 전향하는걸 고민중이라는 겁니다. 지난 7월 부터 일 해 온 지금 회사의 계약기간이 끝나갑니다. 31일 부로 계약이 종료되고, 저는 다시 회사를 나가게 됩니다. 지금 회사를 다니게 된건 옛 직장의 경력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기 위해 선택한 직장이었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제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법이네요. HRD 분야의 전반적인 방법론 같은걸 익힐 수도 없었고, 정부 지원사업에 대한 경험도 좋질 못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제가 담당한 분야 뿐 아니라 다른 사업팀들도 휘청거리고 있었고, 사실 조직 전체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특히 정부 지원으로 HRD를 한다는 일의 공허함 같은걸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오래해 오신 분들이 앞으로 이 분야가 유망하다고 스스로 말씀하셨지만, 소수의 의미있는 훈련센터 외에는 실질적으로도 명목적으로도 효과성이 너무 낮아 보였습니다. 세수도 줄어들고, 정부 예산도 줄어드는 현실을 볼 때, 흔한 일은 아니지만 어떤 정치인이 개혁하겠다고 나서면 한순간에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일에 잘 적응하지 못한건 순전히 제 잘못이겠죠. 알고 있습니다. 무의미와 피로감이 직업생활 전반을 덮고 있는 기분입니다. 금융치료라도 받으면 좀 나아질까 싶어 어차피 똑같이 하루 12시간 넘게 일 할거라면 현금채굴이라도 할 수 있는 현장직을 선택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전에 다른 글에도 쓴 적 있지만, 항구에서 화물을 고박하는 회사에 들어갈 기회가 생길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작업일정도 불규칙적이라 주5일제는 명목상으로만 있는 일이고, 경력이 쌓이는 일도 아닙니다. 그래도 제법 역사가 오랜 기업의 정규직이고, 봉급이 밀리거나 경영이 어려워 진 적은 없는 기업이니 지금보다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고민 중입니다. 한편으론 볼팬보다 무거운걸 들고 일 한건 군대가 마지막 이었고, 먹물들 사이에서도 무색무취로 살다가 조직에 물들지 못했던 내가 거친 현장직의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정규직이란게 의미가 없어지고, 회사의 간판 뒤로 숨을 수 없고,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 되야 하고, 린치핀이 되야 하고...저는 점점 그런 말들이 무서워 집니다. 해 낼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어떻게 해 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을 들으신 부모님께서는 불혹이 가까운 나이인데 안정적인 직장에 갈 수 있으면 좋다며 그러마 하시면서도 험한 일을 하면 색시를 찾을 수 있겠냐고 걱정하십니다. 8년간 계약직을 떠돌면서 조금더 자리를 잡으면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결론을 내려보자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연애를 하지 않은건 아니고, 진지한 선자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떨 때는 제가 망설여서, 어떨 때는 상대가 망설여서, 대부분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서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현재 상태는 어차피 팬대 놀리는 직업으로 정규직이 되기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지금처럼 계약직을 떠도는 생활로는 노숙자 앤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특별히 기술도 자격도 없는 일이지만 현장직이고, 정규직인 직장에 안착해서 저축이라도 늘려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는 겁니다. 서른을 이립이라고 하고, 마흔은 불혹이라고 한다는데, 저는 서른살이 지날 때 뜻을 바로 세우질 못했기 때문에 마흔살을 앞두고서도 온갖 것에 혹하여 흔들리고 있는 거라는 죄책감도 듭니다. 마흔이 다가오는걸 보면서 근래에 드는 생각은 아마 확율적으로 나는 독거노인으로 늙어 죽을 가능성이 높다는걸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방에다가 빚더미라서 자산가치는 없겠지만 집 한칸을 사기는 했으니 노숙자가 되어 서리를 맞으며 죽을 확율을 어느 정도 내려간 것 같습니다. 국내의 어느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의 CTO께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간병인력 1년 연봉 총액을 기준으로 보급형 로봇 출시를 목표로 하고, 해당 분야 도입을 목표로 10년 이내에 현실적인 생산이 가능해 질 거라는 희망찬 내용을 인터뷰 해 주셨으니 그 금액을 모으는걸 다음 목표로 해야하지 않느 싶습니다. 어떻든 똥무더기 속에서 죽기는 싫거든요. 찾아보니 외국인 간병인력의 평균 연봉이 3600만원이 넘어가네요. 4000만원은 잡아야 현실적인것 같고, 물가상승율을 고려하면 10년 뒤에는 5000에서 6000정도가 필요한 듯 합니다. 1년에요. 이것도 쉽질 않네요. 퇴근 시간을 앞두고 횡설수설 한 모양입니다. 죄송합니다. 생각이 겉돌고 길어지니 쓸대없는 것이 많이 끼어듭니다. 모두들 월요일 보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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