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계란 한 판이 된 여성입니다
그냥 순간 제가 사람답게 잘 사는것 같은지 의구심이 들어 여기에다 한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전 변변찮은 경기도 4년제 디자인전공하여 휴학 한번 없이 4년을 다녔습니다. 주변 또래들 부모님보다 좀 나이가 높으신 부모님 밑에 자라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나이 대면 다들 퇴직하셔서 노후를 편하게 보내셨는데 (언니 오빠 형 누나 있는 친구들보다도 부모님이 훨씬 나이 많으세요) 아무리 장학금을 받더라도 저 하나 때문에 그나이에 직장다니시며 뒷바라지까지 해주신 게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런 부모님께 힘이 되고 싶어 23살에 조기 취업으로 동기들보다는 조금 일찍 사회생활에 발을 들였어요.
교수님의 추천으로 들어가 그때 당시 월급 130만 원을 받으며 적금 85만 원을 하고 나머지 핸드폰 교통 생활비로 빠듯하게 쓰면서 보냈어요
다행인 점은 서울에 자가 소유를 하고 계신 부모님이 계셔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월세가 안 나가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첫 직장 일 년 조금 넘게 다니면서 천만 원을 모으고
첫 직장에서의 나름 고단함과 직장 상사 갈등 등으로 지쳐 퇴사 후 한 11개월 정도 디자인 알바를 하면서 지내다 두 번째, 세 번째 직장을 다녔습니다.
나름 사회생활이라 생각한 11개월도 차이는 컸던 건지 두세 번째 직장을 다닐 때 각 3~6개월 정도 다녔는데,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잘리기도 하고 제가 나가기도 했죠.. 그땐 정말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것 같아요.
세 번째까지 다닐 때까지만 해도 세금 떼면 월급 이백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꼬박꼬박 백만 원 이상씩은 저금하면서 살아가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여행 한 번도 못 가고 모으는 돈인데... 티끌모아 티끌같고 참 제가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남들은 경기도 4년제 나와도 자기계발하여 대기업 구경이라도 해보는데
나는 우물안에서 조약돌이나 쌓아서 이 우물 밖을 나가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참 삼개월은 번아웃으로 밖에 안나가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자기계발 하자니 너무 무서웠어요. 시간이 아깝단 생각도 많이들고요.. 글을 쓰면서도 참 한심하네요
그러다 코로나가 터져 그때 얼른 직장을 구해야겠단 생각에 취업기에 뛰어들어 지금 네 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벌써 4년 4개월 차네요 초기에는 여행도 뭣도 다 못 가고 열시 이후로는 문 닫고 했던 시기라 무언가 돈도 잘 모이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게 조금씩 풀리고 나서는 다들 해외여행을 가니 너무 부럽더라고요 작년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저도 해외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데 작년까지 받던 월급은 세금 떼고 200 정도였는데, 적금을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정말 적게 받는 것 같았는데, 거기에 모으는 돈을 더 줄일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명절이나 연휴때마다 단기알바해서 비행기값 벌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양가 다 돌아가셔서 명절엔 가족 셋이서만 쉽니다) 백화점 뷔페 쿠팡 배민 b 마트 포장 서빙 탕후루 진짜 안 해본 게 없는 것 같아요.
작년엔 그렇게 일본 여행만 세 번 갔습니다 (한 번은 출장) 정말 열심히 벌고 헛되이 안 쓰고 여행에만 몰두해 썼어요.ㅋㅋㅋㅋ
첫 일본 준비 때는 얼마나 유튜브로 찾아보고 공부하고 상상 연습을 했는지, 첫 여행인가? 싶을 정도로 수월하게 잘 다녀온 뿌듯함과 할 수 있구나 싶은 성취감으로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연말정산하다가 걸린 건지 모르겠지만 겸업 금지라는 경고를 받아 설날 때는 쉬고 이번 추석 때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세금 안 떼고 현금 받는 알바를 해야 할지.
그래도 나름 투잡 한 이유가 불쌍했는지(?) 올해는 연봉 20%를 올려줬습니다. 직급도 올려줬고요. 쥐꼬리만한 월급이라 가능했던 상승 퍼센트였습니다.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셨던 시기였죠...
설날엔 돈을 못 모아 여행 못 갔지만, 용돈 쪼개고 쪼개고 비상금으로 모은 돈으로 10월과 11월에 또 일본과 중국을 갑니다.
지금은 좀 살맛 나네요... 티끌 같았던 돈들이 모여져 나름 제 마음에 든든함을 주기도 하고, 나도 남들처럼 해외 다녀와봤다는 안정감 때문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목표로 세우니 더 돈 모을 맛도 나고요
그렇게 지금은 약 1억 조금 넘게 모았습니다
7년간 쥐꼬리만한 돈으로 이렇게 모은 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작년엔 여행을 세 번이나 갔는데도 23년엔 1500만 원.. 이 직장 다니면서 총 5천만 원 넘게 모았고, 재테크로도 모아 둔 게 있어요.
이제 올해 여행 다녀오면 9년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랑도 결혼 준비와 이직 준비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 잘 살고 있는 것 맞겠죠?
잘하고 있다고 믿다가도 한편으로는 돈에 미친 구두쇠로 변해 주변 사람에게 피해 가는 건 아닌가 많이 고민했습니다. 친구들 만나서 놀면 가성비와 효율을 엄청 따지기도 하거든요. 저축을 적게 하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요ㅋㅋㅋㅋ
나를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이제 곧 결혼하면 자녀에게 이런 영향을 미치는건 아닌지...
남들에겐 이런 얘기 잘 안 하고 그나마 가까이 알고 계신 게 부모님인데 부모님도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여행 간 거 모르세요. 들으면 슬퍼하실 것 같아서요....ㅎㅎ
지금 시기에는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게 맞는지, 인생 선배님들께도 조언을 구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주절주절
09.02 01:59 | 조회수 16,647
뾰오롱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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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야캐요
BEST멀쩡히 사회생활 하고있는데 잘살고 못살고가 어디있을까요? 그사람 라이프스타일인데.. 애초에 나이 XX살엔 뭔가 달성해야한다. 이거도 잘못됐다봅니다. 자기들이 책임져줄거도 아니면서..
09.02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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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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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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