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애매한 주임직급의 직원입니다.
첫 회사에서는 의도치 않게 연이은 선임의 퇴사, 일 안하는 선임으로 인해 대리 직급의 일을 맡았어요. 혼자서 부딪히며 일하다보니 잘못 알고 있는 상태로 시작한 적이 많았습니다. 1년 차가 되자마자 이사님의 바로 밑에서 후임들을 이끌며 일했습니다.
두번째로 입사한 회사에서는 이사님을 모시며 팀장직급 없이 팀장역할을 하며 타 팀 팀장님들과 부딪혀가며 혼자 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급으로 누르는 분들과 공석에서 제 욕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심한 우울증이 와 죽음 직전까지 갔다왔습니다. 몸도 많이 안좋아져서 입원까지 다녀왔습니다. 퇴사 직전에는 저를 배척하던 팀장들 중 반 이상의 팀장님께 인정을 받았지만.. 그것마저도 팀장님들이 직급으로 누를 수 없도록 제가 일개 사원임을 강조해서 가능했다는 생각입니다.
세번째 회사에 왔습니다. 드디어 제 직급에 알맞는 일을 시작했지만 스케일이 작았던 전 회사에서 큰 스케일의 회사로 오니 이 체계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저는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이 너무 싫습니다.
제가 다녔던 회사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세 곳에서 모두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아픈 손가락이라고.. 저는 이 말 뜻에 이런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못해서 안타까운 직원
성격은 마음에 들지만 그만한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직원
저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너무 속상합니다. 저는 타고나기를 눈치가 없는 편이어서 눈치를 열심히 길렀고 지금은 주변에서 눈치 빠른 편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많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센스가 부족합니다. 순발력은 있지만 겨우 주임 직급에서 회사에서 원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너무 속상합니다.
주임 밖에 안되었는데 뭔 퍼포먼스를 보여주냐.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직장에서 하던 업무가 오히려 기본 바탕을 메꾸지 못하여 또래의 같은 주임급 직원에 비해 실무에 있어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이제서야 간신히 메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회사에서도 팀장님께 아픈 손가락과 비슷한 말을 들었네요. 저를 따로 불러내셔선 네가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아깝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느 부분부터 메꿔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는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다. 라는 마인드로 하나하나 배우고 공부해가서 이제는 주변의 사원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하소연이 길었습니다.
짧은 경력의 n회차. 이제 더 이상 아픈 손가락이기 싫습니다. 선배님들께 제가 이 애매한 경력으로 살아 남기 위해서 뭘 해야할지.. 조언 부탁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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