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하나 남자, 말그대로 극한의 귀차니스트 입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할 일을 주는 세상이 너무 버겁습니다. 일어나자마자 8시까지 지옥철 타고 출근, 5시까지 여기저기서 연락 받고 일하는게 넌덜머리가 나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설거지 만드는게 싫어서 점심 저녁 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고 출근 복장 고르는게 귀찮아서 같은 종류 옷을 색깔만 다르게 계절마다 돌려입습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집에서 30초거리 헬스장에서 한시간 운동하는게 유일한 자기 개발이고 다른건 아무 것도 안 합니다. 여자친구는 결혼 생각이 있는데 결혼 자체도 귀찮게 느껴지고 결혼하게 되면 지긋지긋한 노동을 더 길게, 더 높은 강도로 더 스트레스 받으면서 해야된다는 사실이 뻔하게 예상되니 하고 싶지도 않구요.
유일하게 행복감을 느끼는 때가 약속 없는 쉬는 날 공원에 나가서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산책을 하고 조용히 카페에서 책을 읽는건데 주변에서 계속 왜 소개팅 안 하냐 결혼 안 하냐 귀찮아 죽겠습니다.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하면 또 그걸로 귀찮게 할거 같아서 말도 안 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귀찮음을 꾸역꾸역 버티면서 일하고, 결혼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키우며 살아내시는 건가요...? 아니면 귀찮은걸 이정도로 느끼진 않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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