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타트업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안타까운 마음에 몇자 적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스타트업이 뭔지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이제 막 스타트한 신생기업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게 오픈한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를 스타트업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또한 기술력이 있다고 약국이나 병원을 스타트업이라고 하지 않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했을 때 스타트업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는 행동력이 있어야합니다.
비전: 아이디어
기술: 인재
행동력: 투자유치, 영업, 실행능력
비전이 없는 스타트업은 초기의 목적과 아이디어를 잃고 돈 나올만한 구멍만 쫓아다닙니다. 흔히 말하는 좀비스타트업, 국책과제나 SI 같은 단타성 외주 프로젝트나 굴리며 인력장사하는 곳입니다.
이런데는 무조건 나와야합니다.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할 것 없이 모두 커리어 망칩니다. 리더가 방향성을 잃으면 거기 있는 사람들은 날품팔이 잡부가 됩니다.
예전에 제 아는 후배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에 스타트업을 갔었어요. 앱개발자였는데 취업하자마자 저한테 서버를 물어보더라구요. 그러고 있다가 한번 놀러오라고 해서 갔더니 임베디드 한다고 기판에 납땜하고 앉아있길래 너 뭐하냐고 물어봤죠. 스마트하우스 전시회 나간다고 전시대 만든다고 하더라구요. 방향성을 잃은 스타트업은 SI보다 무서운 곳입니다. 차라리 SI를 가세요.
스타트업의 기술이란 다름아닌 사람입니다. 뭐 여러 기술자가 있겠지만 CTO가 있어야해요. CTO가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을 알 수도 없어요. 근데 전체 아키텍처는 그릴 줄 알아야하고, 몇급짜리 몇명을 투입해서 뭐뭐뭐 써서 만들게 하면 얼마만에 나오겠다고 맨먼스 산정은 할 줄 알아야해요
안타깝게도 제가 봤던 스타트업 대부분은 CTO가 아예 없거나, 리드를 할 수 없는 사람을 CTO로 앉혀놨어요. 심한곳은 대학생 하나 구해서 앉혀놓고 CTO라고 하는 곳도 봤습니다.
CTO는 삼국지로 치면 장수입니다. 유비가 관우 장비 없이는 천하를 삼분하지 못했겠죠. 마찬가지입니다. CTO 없는 회사는 걍 황건적 오합지졸일 뿐입니다.
물론 CTO가 너무 많은 것을 과하게 알아도 스타트업은 산으로 갑니다. 대학교 교수라든지 대기업 연구직으로만 있던 연구원이든지... 그들이 스타트업에서 해야하는 건 우아한 연구실 연구가 아니에요. 공사장 노가다판에서 얼굴에 시멘트칠하고 땅파고 벽돌 날라야하는게 스타트업 CTO에요. 관우가 처음부터 오호대장군이었던 거 아닙니다. 처음에는 걍 기병대 지위하던 기병대장였어요. (오늘날로 따지면 소대장 급)
CTO가 실용적이고 실증적이어야 합니다. 무지해도 안되고 이상만 쫓아도 안됩니다. 회사에 가용한 자금과 인력으로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투자를 받고 인재를 모으고 군단을 키워가야해요.
가장 중요한 건 CEO입니다. CEO의 행동력이 있어야해요. 삼국지에는 여러 군주가 있겠지만 스타트업을 이끄는 행동력 관점에서 유비는 좋은 리더는 아닙니다. 오히려 옥새 팔고 받은 돈으로 강동에서 빠르게 세력을 키운 손책이나, 폐허가 된 낙양으로 달려 황제를 모시고 신흥세력으로 기반을 빠르게 다진 조조의 행동력이 본 받을 행동력이겠죠
단순히 행동력이 뭔가를 빨리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뭔가를 해야한다고 결단하면 그 시기가 늦기 전에 완수를 할 수 있어야합니다.
기업에서의 행동력은 결국 영업능력입니다. 제품이 아직 안나온 상태에서라도 미래만 가지고 영업을 뛰어서 투자를 받아와야 하는데, 투자는 커녕 물건이나 팔 수 있을까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타이밍 못맞춰서 멸망당한 건 당대 최고의 세력이던 원소가 있고, 영업능력이 없어서 포기한 건 유선이 있습니다.
CEO의 성품도 중요합니다. 행동력이 있고 타이밍을 잘 타서 황제를 손에 넣고 천하를 호령하던 자 중에는 동탁이 있습니다. 근데 동탁은 사치 향락에 빠져서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습니다.
이곽 곽사는 어떤가요? 내가 CEO인데 니들은 왜 CTO말만 듣냐며 파벌싸움을 일으키는 쫌생이가 리더라면 결국 그 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사업병에 걸린 CEO도 조심해야합니다. 마치 원술처럼 자기가 앉아있는 의자에 취해 내가 여기서는 황제이지 하다간 치열한 레드오션의 생존경쟁에 회사 째 타죽습니다
+ 기획(+디자인)도 중요합니다. 이들은 삼국지로 치면 참모 같은 사람이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군자금을 쓰고 병력을 움직여 전쟁을 한다는 것이고 그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작전 곧 기획이 명확해야합니다. 그리고 기업에서 제품을 만드는 건 기획과 기술이지만, 완성시키는 건 디자인입니다.
뛰어난 군주(CEO)와 엄청난 무장(CTO, 엔지니어) 그리고 막대한 자금력이 있어도 작전이 잘못되면 한방에 나락으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벽대전에서 멀미 안하겠다고 배를 쇠사슬로 묶었다가 화공에 깡끄리 불타죽고 도망치던 조조가 그러했고, 애플 리사 꼴아박았다가 말아먹고 회사에서 쫓겨났던 잡스가 그러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수평적인 분위기와 자유로움에 이끌려 지원을 고려하는 중이라면 이거 하나는 알아두셔야 합니다. 스타트업 면접은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일방통행이 아닙니다. 스타트업 면접은 장수로써 참모로써 이 사람은 이끌만한 사람인가 서로 평가하는 자리입니다.
요약하자면...
스타트업의 리더는 밍기적거려도 안되고, 무능해서도 안되고 부지런해야합니다. 사치향락에 빠져도 안되고, 시샘하고 이간질해도 안되고, 자아도취에 빠지거나 현실도피를 해서도 안됩니다.
CTO는 장군입니다. 뒤에서 지휘만 하는게 아니라 맹장이되어 최전방에서 같이 싸워나가야 합니다. (그래봐야 초창기에는 주니어 1~2명에 상황 좋으면 시니어 +1명 정도겠죠)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것, 목표는 명확해야죠. 비전이 있어야합니다. 눈 앞의 작은 보상에 이끌려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소인배는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합니다.
비전, 기술력, 행동력
그리고 기획과 디자인
이 모든 곳이 갖춰진 곳이 좋은 스타트업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스타트업을 고르는 방법
2023.07.26 | 조회수 8,393
싱글벙글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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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ity
BEST공감합니다. 덧붙이자면 HR도 중요하겠죠.
요즘 보면 HR의 가스라이팅 얘기 많이 나오죠.
회사의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부서에서 일은 커녕 친목도모나 정치질이나 하고 인사라는 명목으로 마음대로 하려는....이것 역시 최악입니다. (수정됨)
2023.07.2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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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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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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