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23년 07월 10일 | 조회수 10,836
스테르담

‘사회적 거리두기’ 시절이 어수선하지만, 꽤 흥미로운 개념이 생겼다. 집단주의에 익숙한 우리네에게 일부러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 이번 바이러스는 비말이 주된 원인이라 하니, 비말이 닿지 않는 거리면 될 것이다. 그 거리가 정확하게 정해진 건 아니나, 누군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가까운 거리에서 기침을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규정되지 않을까. 바로 그만큼이 서로 지켜야 하는 영역인 것이다. 영역엔 ‘선’이 있다. 국경이 좋은 예다. 허용 없이 함부로 건넜다간 사단이 난다. 마음의 국경도 그렇다. 서로의 영역을 배려하지 않은 말과 행동은 침입과 다름없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선’은 상대적으로 쉽게 지켜지는데, 보이지 않는 ‘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는 ‘선’은 상대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고,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영역의 너비를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무언가 사단이 일어나고 나서야 내 ‘선’과 남의 ‘선’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누군가 내 책상 서랍을 열어 멋대로 스테이플러를 꺼낸다면? 직장에서 누군가 내 사생활에 대해 멋대로 떠들고 다닌다면? 직장에서 누군가 내 외모나 성격에 대해 멋대로 평가한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러한 상황에서의 기분은 좋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멋대로 넘어버린 선으로 인해, 직장생활은 힘들어지고 조직의 효율성도 곤두박질 칠 것이 뻔하다. 친분이 두터워도 이와 같은 갈등이 생기는데, 하물며 직장은 어떨까? 공과 사가 애매하게 걸쳐 있는 직장에선 그래서 그 ‘선’을 더 의식해야 한다. ('누군가 내'를 '내가 누군가의'로 바꿔 읽어보자.) ‘이 정도는 받아 줄거라 생각했는데’라고 쉽게 생각했다가는 더 큰 문제만 만들 뿐이다. 비말이 튀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듯이, 직장에서 타인을 대할 땐 마음의 마스크를 장착해야 한다. 더불어, 상대방의 나라에 내가 들어간다 생각하고 여권은 있는지, 비자는 있는지, 허용은 받았는지 챙겨보는 것이 좋다. 어떻게 이런 것 하나하나 다 챙길 수 있겠냐는 마음이 들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패키지가 바로 ‘배려’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다. 나의 경우를 돌이켜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때, 서로의 ‘선’은 날카로운 것이 아닌 서로 지켜 즐거운 ‘선(善)’이 될 것이다.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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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띠기뚜띠
    억대연봉
    23년 07월 11일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사실,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의 근간에는 "배려"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맥락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 않는 북유럽식 복지의 근간도, 계속 파다 보면 결국 "배려"가 근저에 깔려 있습니다. 재원도 중요하고, 법제도 역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북유럽식 복지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아! 나도 저 상황에 놓이면 정말 힘들겠구나! 내가 저 사람 보다는 형편이 그래도 좀 나으니, 내가 양보해야겠다.' 내가 대접받고, 내가 인정받으려면, 우선 나부터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해 줘야 한다.... 이게 유럽식 복지의 핵심인 것을 현지에 가서 깨달았었습니다. 세상은 Take & Give 가 아니라, Give & Take 라는 것을 인정하면 많은 부분이 좋아질텐데 말이죵.. ^^ 며칠전 리멤버에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고구마 백만개 댓글들 보다보니, 올려주신 글이 좀 더 새롭게 다가오네요~ 고맙습니다! ^^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사실,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의 근간에는 "배려"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맥락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 않는 북유럽식 복지의 근간도, 계속 파다 보면 결국 "배려"가 근저에 깔려 있습니다. 재원도 중요하고, 법제도 역시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바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북유럽식 복지의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아! 나도 저 상황에 놓이면 정말 힘들겠구나! 내가 저 사람 보다는 형편이 그래도 좀 나으니, 내가 양보해야겠다.' 내가 대접받고, 내가 인정받으려면, 우선 나부터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해 줘야 한다.... 이게 유럽식 복지의 핵심인 것을 현지에 가서 깨달았었습니다. 세상은 Take & Give 가 아니라, Give & Take 라는 것을 인정하면 많은 부분이 좋아질텐데 말이죵.. ^^ 며칠전 리멤버에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고구마 백만개 댓글들 보다보니, 올려주신 글이 좀 더 새롭게 다가오네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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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아스라e
    23년 07월 12일
    Take & Zero 가 무서워서 Give & Take 는 정말 쉽지 않긴 하더라구요...
    Take & Zero 가 무서워서 Give & Take 는 정말 쉽지 않긴 하더라구요...
    0
    g
    금 따봉
    gogojuni
    23년 07월 12일
    이 댓글로 임산부 배려석 핫글 찾아보게 되었는데, 간만에 너무 웃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모르겠고.." 이 말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대로 댓쓰니님 말에 동의합니다. 저도 북유럽은 아니지만 유럽에 있었을 때, 우리가 '선진국 문화다' 라고 말하는 것들에는 배려가 깔려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 댓글로 임산부 배려석 핫글 찾아보게 되었는데, 간만에 너무 웃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모르겠고.." 이 말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대로 댓쓰니님 말에 동의합니다. 저도 북유럽은 아니지만 유럽에 있었을 때, 우리가 '선진국 문화다' 라고 말하는 것들에는 배려가 깔려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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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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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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